[김상오의 재팬 스타트업]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꺼리는 이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도쿄를 포함한 동일본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단순 여행조차 꺼리는 이가 많다. 하지만 데이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일본을 찾은 유학생은 20만 8,379명으로 매년 13%씩 늘어나고 있다. 이 중 4년 이상 체류하는 대학교 유학생이 가장 많고 최근에는 전문학교, 일본어 학교 유학생이 각각 32.3%, 25.2%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물론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5.2%로 가장 많지만 우리나라 유학생도 7.8%로 베트남과 네팔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번에 소개할 ‘지코피(이하 jikopy)’는 당당히 7.8%를 점유한 유학생 1만 5,279명과 독학으로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이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일본인과 대화할 수 있을 수준의 일본어와 프로필 영상을 찍어 업로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본어에 자신 있고, 일본 현지 취업을 꿈꾸는 이라면 꼭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지코피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위한 해외 구직자 전용 채용 서비스다. 다른 채용 정보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자기소개는 물론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모두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 간단한 프로필을 등록하고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자기소개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리고 관심있는 기업 채용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영상에 질문을 올리면 답변 동영상을 만들어 회신하면 된다.
일본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더브릿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피코에 프로필을 등록한 고급 외국인 인력은 모두 8,000명으로 올 3월까지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IT 개발 인력 구인이 가장 많지만, 해외 영업과 홍보, 무역 담당자 등 다양한 직군을 모집한다.
기업 반응도 좋은 편이다. 외국인 채용에 앞서 가장 걱정되는 일본어 소통 문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구직자는 최소한의 일본어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고 그 가운데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평가다.
지코피는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영상까지 만들어야 취업이 되는 곳에서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사용은 무척 편하다. 물론 기업 채용 요강은 모두 일본어다. 또 지코피를 통해 취업에 성공할 경우 1만 엔 가량 취업 축하금을 받을 수 있다. 축하금을 위해 취업하는 이는 없겠지만, 저녁 맥주 한 잔을 넘기며 취업 성공을 축하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일본은 ‘면접후 협의’같은 모호한 급여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지코피에서는 자주 보이는 편이다. 참고로 2017년 일본 대졸자 평균 초임 월급은 21만 엔, 지코피에 등록된 채용 기업의 급여 수준은 17~20만 엔으로 다소 낮은 편이다. 일본에서 전문학교 이상을 졸업한 유학생의 경우 대부분 리쿠루토, 마이나비 등 현지 채용 사이트를 통해 취업 활동을 벌이는 데 비해 지코피는 대상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어가 가능한 인재’이기에 다소 페널티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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