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자기기의 자동화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편안함을 쉽게 등지고 살기 어렵단 뜻이다. 그래서일까. 아날로그의 대한 향수는 이제는 추억이자 가끔씩 꺼내서 들춰보고 싶은 앨범 속 옛 사진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인의 귀는 이미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CD음질에 버금가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데 가끔씩은 이렇게 얄미울 정도로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디지털 음원이 지겨울 때가 있다. 일종의 감성의 결여다. 녹음 환경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해 애초에 녹음 과정부터 잡음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가끔씩은 영화속 축음기에서나 들을 법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인간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LP란 말은 장시간 재생 (Long-Playing)의 약자로 1932년 RCA 빅터에서 비닐 재질을 이용해 만든 음반이다. 직경 12인치 원판은 33rpm으로 회전해 한 면에 20분 정도의 곡을 수록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직경 30cm의 원판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을 쓰는 수 밖에 없었다.
제일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보니 재생을 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최소 LP판 정도는 돼야만 했다. 덩치 큰 플레이어가 필수적이었던 만큼 휴대할 수 없으니 CD나 워크맨에 밀려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LP의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킥스타터에 소개된 LOVE는 이런 턴테이블의 단점을 극복한 최초의 LP플레이어다. 한 마디로 발상의 전환이랄까. 판이 회전하는 대신 플레이어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LP에 수록된 음악을 재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방식을 쓰다 보니 일단 플레이어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제 더이상 턴테이블이 거실이나 안방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 휴대용인 만큼 배터리로 동작한다. 물론 본체가 회전하는 방식이라 케이블을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 LOVE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하는 데 USB 케이블로 1시간반을 충전하면 15면의(20분*15면=약 300분) 음반을 재생할 수 있다.
본체와 유선 연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피커, 헤드폰, 앰프 등의 장치는 함께 제공되는 와이파이 동글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고음질을 지원하는 aptX 블루투스 오디오를 지원해 무선 헤드셋이나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으로 지원하는 음질은 CD와 동일한 44kHz 16비트 스테레오. 좀더 작은 규격인 7인치 LP를 위한 어댑터를 제공하고 모든 기능은 스마트폰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구닥다리 LP를 최신형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듣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란 의구심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이미 5만달러 목표를 훨씬 초과한 76만달러 펀딩에 성공했으니까. 2,000명 이상이 이미 이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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