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내 메가 벤처로 불리는 사이버에이전트, DeNA는 물론이고, 금융, 건설, 방송 등 기존 일본 기업도 투자 펀드를 조성,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근접하여 한국 스타트업에게 진출을 고민하기 좋은 시장이다. 실제로 일본 진출에 대한 상담 신청은 점차 늘어나, 최근에는 연간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모든 글로벌 시장이 그렇지만, 성공적인 일본 진출에는 스타트업 구성원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 일본 국내의 사회적 수요는 물론, 노력과는 관련 없는 우연한 기회와 만남까지 다양한 요인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많은 기업과 상담을 진행하면 진출에 첫발조차 내디딜 수 없는 기업, ‘메일만 수십 통을 보내도 이렇다 할 답변조차 받을 수 없다’는 기업들이 있다.
사전 미팅 없이 보내는 콜드 메일의 성공률이야 낮은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기업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보내주는 여러 자료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진출하고자 노력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쉽게 놓치는 몇 가지 실수를 소개한다.
1. 메일 첫 부분을 장식하는 화려한 자기소개=한국의 특정 기관이 부여하는 벤처 인증, 스타트업 관련 보육 프로그램과 한국의 유명한 여러 대학교까지, 일본인 가운데 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겨우 연락처를 확보한 기업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낼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300자 정도의 기업소개를 하는데, 어느 대학교를 나왔고, 어떤 보육 프로그램을 이수했으며, 어디에 입주하고 있다는 사실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여러분이 이러한 경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외에 회사를 소개한다면 다른 방법을 추천한다.
일본의 기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설명해주는 스펙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심한 경우 관심조차 없다. 그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오로지 ‘어떤 기술, 어떤 사업구조로 되어 있는가’에만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학력과 경력에 대한 소개를 쓰고 싶다면 80자 이내의 간단한 설명이면 충분하다. 불필요한 내용으로 메일 전체의 길이를 늘이는 일은 줄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충실한 사업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쓰는 것을 추천한다.
2. 사업 소개서의 용량은 큰데, 내용이 없다=가끔 10MB가 넘어가는 큰 용량의 사업소개서를 받을 때가 있다. 정작 확인하면 ‘우리는 동영상 IoT 허브 플랫폼 회사입니다. 한 번 가볍게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전부다.
상대가 VC라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인 경우 ‘무엇을 목적으로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다를 건너오는 기업을 만나기 위해 그렇듯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간혹 “우리 제품은 아주 특수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설명하겠다. 직접 만나서 설명하면 바로 알 수 있다”는 이도 많은데, 정작 만나도 ‘바로 알 수 있는 기업’은 상당히 드물다.
그래서? 사업은 3줄 요약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담당자들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사업 내용을 전혀 모르는 주변 지안에게 소개서를 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1차는 합격이다.
메일에 담을 내용은 1) 사업 내용, 2) 홈페이지, 3) 특징 4) 미팅을 요청하는 목적 정도로 간단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은 금이다.
3. 구글 검색만 해도 나올 법한 일본 내 경쟁사를 전혀 모른다=일본에는 많은 기업이 있다. 한국보다 다소 늦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열풍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독특하고 매력 있는 사업 아이템이 많지만, 일본에 동일한 사업 모델을 지닌 기업이 있는 경우도 많다. ‘왜 외국 기업의 제품을 써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겨우 일본 기업과 미팅 자리를 만들었는데 “ㅇㅇ은 일본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은 “일본의 ㅇㅇ과 어떤 점에서 비교 우위성을 가지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기업이 무척 많다. 또는 그제야 그 기업의 존재를 알고 검색을 하는 이도 많다. 또는 해당 기업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는데, 답변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글과 일본어는 번역기만으로도 대부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를 이용해서 서비스 내용(청소, IoT, 공공장소 WiFi 등)을 찾아보면 쉽게 일본 기업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면 ‘굳이 왜 외국 기업의 서비스를 써야 하는 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보육을 위한 액셀러레이터라면 조금 다르지만, 일반 기업인 경우는 의사 결정자의 결제를 받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지만, 외국 기업의 제품을 쓰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여러분의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4. HWP 파일은 어떻게 여는 건가요?=한국에서 한컴오피스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의 일이다. 해외에 자료를 보내면서 HWP 파일을 그대로 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한국 기업과 거래가 아주 많은 일본 기업이 아니라면 한컴오피스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는 절대 없다.
설사 한국 기업과 거래가 많은 기업이라도 일부 담당자를 제외하고 모든 사원이 한컴오피스를 쓰는 일은 없다. 누가 보기에도 매력적일지 모르는 사업이라도 파일을 열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PDF나 MS 워드로 파일을 변환해서 보내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 한글 파일을 MS 워드로 그대로 옮기면 표나 이미지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손을 본다면 조금 더 좋은 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 폰트는 일본어 전용 폰트를 사용하자=한국과 일본은 모두 한자를 쓰는 나라지만 그 모양이 조금 다르다. 가령 ‘학생’이란 단어를 한국에서는 ‘學生’이라 쓰지만, 일본에서는 ‘学生’이라는 한자를 쓴다. 하지만 모양만 다를뿐 컴퓨터는 동일한 한자로 인식한다. 이 차이는 문서에 어떤 폰트를 쓰냐에 따라서 모양만 구별한다. 따라서 번역기를 쓰더라도 한국 폰트를 이용하면 한국의 한자로 변환된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라도 의미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폰트 설정 하나로 소개자료의 완성도를 깎는 것은 너무 아깝다. ‘뭔가 완성되지 않은 느낌’, ‘미묘한 위화감’ ‘깔끔하지 않은 느낌’ 등 빠르게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불러올 수 있는 만일의 요소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최근 MS워드, 파워포인트는 MS Mincho, MS Meiryo 같은 일본 폰트를 무료로 추가하여 쓸 수 있다. 일본어로 변환하는 경우에는 일본어 전용 폰트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어에 익숙한 직원이나 지인에게 검토를 받는 것은 둘 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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