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마이크임팩트에서 스타트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1인 미디어, 컨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연 역시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1부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딩고 푸드의 하정석 총괄 PD가 <딩고 푸드는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고 영향력을 갖게 되었나>라는 주제로 모바일 시대에 동영상 플랫폼이 지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CJ E&M에서 마스터쉐프코리아, 테이스티로드, 예스쉐프 같은 요리 관련 콘텐츠를 연출한 그에게 딩고의 생존 방법을 물었다. 글로벌로 가는 길은 무엇보다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음식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몇 안되는 콘텐츠. 재미있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지에서 통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영상 제작에서 기본 비용은 어떻게 해결하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도 있었다. “후반작업을 줄여라. 디테일을 포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동영상 콘텐츠는 생각보다 시스템이 단조롭다고 말한다. 제작비 역시 TV 만큼 안 들고 몰아 찍기가 가능한 것도 기존 방송과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마쉐코를 촬영하려면 스태프 100여명이 필요하지만 딩고 푸드의 레시피 코너 촬영엔 3명이면 충분하다고. 한가지 명심해야 할 부분은 페이스북, 유튜브의 경우 광고성이면 바로 사람들이 외면한다는 것. 한마디로 PPL이 힘들기 때문에 광고처럼 안 보이게끔 연출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방송쪽에서 모바일로 옮기면서 생긴 또다른 변화는 BGM이라고. 저작권 문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음악감독을 채용해 대부분 작곡해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딩고 푸드는 현재 트렌드를 역행 중이라고 밝혔다. 혼밥, 혼술이 대세인 상황에서 함께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미디어라면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만 해결하는게 아니라 좀더 나은 가치를 영위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한다.
2부에서는 펀딩 전문 기업 캡스톤 파트너스의 오종욱 팀장이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시장 동향, 투자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콘텐츠 유형별로 나눠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게임, 교육, 디지털 스튜디오 콘텐츠플랫폼 관련 스타트업 중에서 왜 투자를 했는지에 대한 분석 시간이었다. 1부 순서를 진행한 딩고 스튜디오 역시 캡스톤 파트너스가 투자한 회사 중 하나였다. 다양한 사용자 요구에 맞춘 케이블 채널, VOD, 그리고 B급 정서를 아우르는 아프리카 채널 등이 모바일로 바뀐 형태가 바로 MCN이었던 것. 이제는 디지털 광고도 시장이 커지고 있고 ROI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잘 만드는 조직이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 내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고.
최근 투자한 그리드잇이라는 곳은 딩고푸드처럼 음식관련 콘텐츠 제작사로 페이스북 ‘오늘뭐먹지’ 페이지 운영하는 곳이다. 음식관련 콘텐츠가 해외 진출에 수월하다는 생각은 콘텐츠 생산자, 투자자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음식은 만국 관심사인데다 지역별로 제약이 없는 편이고 현지화가 쉽다고. 게임 콘텐츠는 현지화가 어려운 편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도의 경우 특히 종교문제에 민감해 유일신이 등장하는 게임은 아예 심의 자체를 통과할 수 없다고 한다.
수년 전만 해도 유료화 된 컨텐츠가 팔릴까란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레젠코믹스가 이런 고민을 해결한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간지러워 하는 지점을 찾는 것. 그것이 콘텐츠 시장의 BM될 거라고.
혹자는 이미 모바일 투자는 끝났다는 말을 한다. 성장의 한계가 이미 드러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회사는 꾸준히 나올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 투자 시기도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다. 직방의 경우 6개월 단위로 투자가 이뤄졌다.
리디북스, 카카오페이지… 예전 같으면 투자하지 않는 곳이다. 레퍼런스가 없어서다. 어떻게 성장할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게 투자할 때 가장 큰 위험요소다. 하지만 레진 같은 곳이 성공하면 콘텐츠 비용 지출에 장벽이 없어지는 것. 이제 그 시장은 열렸다. 물론 세분화 되겠지만. 오히려 신문사, 출판사는 이 시장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콘텐츠를 만들다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실제 제작 과정에서 일정부분 타협하다 보면 원래 기획과 다르게 나올 때가 많다. 시장의 니즈와 시의성이 맞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흥행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번 잘 만들었다고 두번째도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이러다 보니 콘텐츠는 사람이나 팀 보고 투자할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할 때 무엇이 중요할까. 업체 미팅 때마다 다 다르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로직이 있고 그 분야에 인사이트가 있다면 당연히 좋겠고. 과거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최고다. 만약 그게 없다면 투자자를 설득할 만할 의미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 만들었다고 하면 투자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게 아니면 VC는 단순 베팅을 해야하니까 덩달아 리스크가 높아져 투자를 고민하게 된다.
월급쟁이 최후의 보루이자 영원한 해결 과제인 ‘지금 창업을 해야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VC심사관 답지않게 의외로 낙관적이었다. 우선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현재 생각한 아이디어가 상품이나 서비스로 나와 있는지. 마지막으로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지. 비전과 사명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한번은 도전해봐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하고 있는게 회사 비전과 안 맞고 충돌이 일어난다면 한번쯤 고민해 볼만하다. 물론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1, 2부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참석한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관계자가 한데 모여 회사 소개를 하고 친분을 다지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공연기획을 전공하는 대학생, 홍보대행사, 게임개발자를 비롯해, 방송작가와 17학번 새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종사자였다. 스타트업 행사인 만큼 후원사도 스타트업이다. 피자는 요즘 강남역에서 핫한 피맥집인 런드리 피자(Laundry Pizza)가 협찬했다.
상당히 재미있는 일을 하는 스타트업을 만나 이 자리를 빌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스타트업 이름이 ‘삼천원’이다. 공연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기업으로 사훈이 ‘지속 가능한 덕질’이라고. 사연은 이랬다. 어느날 대표가 락 공연을 갔는데 하필 보게 된 공연팀이 마지막 공연이었다고. 그리고 생계를 이유로 이제 공연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딱한 사정을 듣게 된 것. 그런데 팬이 200명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한달에 ‘삼천원’. 커피 한잔 값만 아끼면 그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겠다는 취지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스타트업 페스티벌이지만 시종일관 스타트업 서바이벌로 느껴진 건 말 그대로 ‘생존’이라는 다소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성공사례를 들어가며 분석을 했지만 결국 성패를 좌우하는 건 성공 직전까지의 생존에 달렸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창업을 해야하나요?’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웬만한 건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생존은 엄연한 현실이니까. 다만 시작도 하기 전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낙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보다는 앞으로 맞닥뜨릴 문제에 대해 좀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꾸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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