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일정관리앱 앳(AT)을 서비스 중인 페이보리(Favorie) 김광휘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라면 일단 실리콘밸리에 와서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학생이라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와서 보고 느껴야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
페이보리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선발돼 올해 1월부터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플러그앤플레이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여기에 와서야 ‘아 정말 실리콘밸리 벽은 높구나. 미리 알았으면 준비를 더 많이 했을텐데’란 말을 자주해요. 근데 제가 볼 땐 이런 생각 자체가 어쩌면 말이 안 되는 걸 수도 있거든요. 와보지 않고 이 세계를 어떻게 알겠어요. 와서 직접 느껴봐야죠. 한국에서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에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김 대표는 지난 1월 대학생 7명을 이곳에 불러 실리콘밸리를 경험하게 했다. 페이보리가 지원해준 것은 숙소뿐 나머지는 학생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놔두었다. 누군가가 짜놓은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보다는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7명 중 3명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 남아 페이보리의 숙소에 머물며 사업 아이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저도 정부 지원을 통해 실리콘밸리에 온 케이스고 지금은 이렇게 창업을 했죠. 제가 받은 혜택들을 더 어린 대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또 이 학생들이 창업에 성공해 후배들을 키워주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국내 창업 환경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광휘 대표 역시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처음 실리콘밸리 땅을 밟았다. 그리고 2주간 짧은 실리콘밸리 경험이 지금의 페이보리를 탄생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창업이야말로 세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석사까지 마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든다.
부산 토박이인 김 대표는 부산에 회사를 설립하고, 정부지원사업 등을 통해 매년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사업을 키웠다. 2015년엔 더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 페이보리가 주력하는 서비스는 일정관리 앱인 앳(AT). 앳은 일정을 시각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하루, 한주 한 달 중 내가 몇 %나 해당 일정에 시간을 보냈는지 그래프 형태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간결한 UX 디자인과 귀여운 캐릭터로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아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도 50만회를 넘겼다. 페이보리는 앳 캐릭터 판매와 일정 추가 등에 과금하고 있다.
앳은 2주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2주 프로젝트는 2주 안에 새로운 앱을 만드는 페이보리만의 내부 프로젝트. 과거 오랜시간 공들였던 서비스가 유저확보와 수익화에 실패해 접은 뒤 빠르게 여러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됐다. 2주 프로젝트는 해외에 머무를 때마다 페이보리가 참여했던 각종 해커톤 대회와도 관련이 있다. 해커톤 15회에 나가 11번 수상할 정도로 페이보리는 빠른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해커톤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건 문제 해결 방향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기보다는 필요한 기능만 빨리 구현해서 시장의 평가를 받자는 마음에 시작한 프로젝트인거죠”
이렇게 탄생한 앳은 출시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는다. 중국에서 먼저 반응이 터졌고 매체를 통해 추천 앱으로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앳의 다음 과제는 해외 유저를 확보하고 글로벌 서비스로 이름을 알리는 것. 이를 위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도 참여하고 미국 현지 사용자 조사도 진행했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1:1 인터뷰를 진행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한 셈이다.
이렇게 현지에서 받은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앳의 디자인, 회사 소개 용어 등을 현지에 맞게 수정했다. 플러그앤플레이의 프로그램과 멘토의 피드백도 큰 도움이 된 건 물론이다.
“한국에선 디데이라는 말을 쓰지만 여기서는 디데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카운트다운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죠. 또 외국 사람들은 단순한 색상을 좋아해 디자인도 바꿨어요.”
해외사용자는 튜토리얼도 보지 않는다는 말에 과감히 튜토리얼 기능도 없앴다. 모두 현지에 와서 직접 겪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올해 안에 여러 명이 함께 일정을 설정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을 추가하는 게 목표다.
페이보리는 부산에서 패스파인더란 코워킹 스페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 환경을 부산에도 만들어 후배에게 취업 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장기적으로 이뤄가야 할 꿈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이뤄졌다. 패스파인더에는 현재 부산 지역에 둥지를 튼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페이보리는 돈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기보다는 팀원 모두 좋아하는 앱을 만들고 재미있게 살기위해 시작한 회사에요. 사업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좋은 팀원을 만나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후배들이 창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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