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아 공동창업자인 신성윤 이사의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하루 12시간. 첫 회사였던 티몬에선 오전 10부터 새벽 2시까지 16시간을 일했다. 효율적으로 일하다 보니 업무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옛날보다 늘어난 것이 있다고 했다. 다름 아닌 ‘인내심’.
더운 날씨 때문인지 문화적 특성인지 상대적으로 느긋한 동남아 지역 사람과 업무를 하려면 인내심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동남아시아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 또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려면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알테아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폴 등 동남아 지역 국가에서 케이뷰티 화장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이커머스 서비스다. 알테아 뜻은 ‘무궁화’. 전 세계에 한국의 미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사실 많은 스타트업이 동남아 시장을 목표로 한다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성과를 내는 팀 소식은 듣기 어렵다. 알테아는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케이뷰티 이커머스 기업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쉴 새 없이 일한 덕이다.
알테아 강대업 대표와 신성윤 이사는 2010년 티몬 재직 시절 처음 만났다. 당시 신 이사는 티몬 공동창업자었고 강 대표는 티몬 동남아 사업 총괄이었다.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본 강 대표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쌓고 있었고 이후 신 이사가 대학 동창인 김재윤 이사를 영입하면서 2015년 알테아를 설립한다. 현재 신 이사와 김 이사는 우리나라, 강 대표는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알테아가 뷰티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 대신 동남아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은 잦은 정책 변화로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고 미국은 이미 포화상태라 진입이 수월치 않다.
신 이사는 현재 동남아 이커머스 케이 뷰티시장은 아직 1조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만 해도 몇십 조가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 소득 수준이 오르고 요금제가 낮아지면 시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안에 8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크다지만 저희가 느끼기에는 마케팅 비용으로 매출을 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정말 큰 시장은 사실 오프라인이에요. 지금은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한류영향으로 케이뷰티 인기 치솟아=동남아 사람들은 엔터테인먼트가 강한 국가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동남아 국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 한류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인기가 많다.
“백화점이나 몰 같은데 가면 한국 가수 노래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요. 케이뷰티도 결국엔 케이팝 때문에 커진 것인데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케이팝의 영향으로 케이뷰티가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오프라인에서 동남아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쉽게 살 수는 없다. 한국 로드샵 등에서 판매되는 중저가 브랜드가 이곳에 오면 거의 고급 제품으로 취급돼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알테아는 여기서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한국 화장품은 너무 비싸서 일반인이 사기 어려워요. 중국에서 넘어온 짝퉁 제품도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죠. 알테아는 오프라인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한국 화장품을 현지 가격보다 저럼하게 구매할 수 있어요. 또 다른 마켓플레이스와 비교했을 때 저희는 고객 중심이라는 것도 차별점이고요. 고객 재구매율도 높고요.”
고객 대응이 빠른 것도 현지에서 모든 것을 하기 때문이다. 알테아 직원은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일한다. 영업, 물류를 제외하고 SNS관리 개발,디자인,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는 것. 말레이시아가 다른 나라에 비해 GDP가 2배라 동남아인 상당수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해 지사를 말레이시아에 뒀다.
◇ 동남아시장…가장 어려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신생 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큰 지역으로 봤을 때는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국가별로 들어가면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 또 시장은 엄청 빨리 성장하고 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비즈니스 속도가 느린 점은 걸림돌이다.
“동남아 지역의 여러 언어를 사용하다보니 소통 및 비즈니스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보다 3~4배는 느린 것 같아요. 답답하긴 하지만 사업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해결책은 언제나 존재해요. 가서 물어보고 대화하고 정말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죠.”
신 이사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지만 동남아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본토 영어를 구사하긴 어렵다. 한국어에서 영어로 또 동남아 영어로 해석하면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알테아는 동남아 시장에 케이뷰티 이커머스 기업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더 많은 중소 화장품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국내 홍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포털로 거듭나 한국의 미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티몬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이커머스를 경험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도전할 가치가 있고 자신도 있어요. 아직은 동남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뷰티 이커머스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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