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딩은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만 인식돼 왔다. 어릴때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익히는 데 코딩이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성인 대상으로 탈바꿈 시킨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올해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바나나코딩이라는 곳이다. 콘텐츠 연구소가 위치한 위워크(WeWork)에서 신명민 프로젝트 디렉터와 최은희 매니저를 만나 코딩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사내벤처 1호, 발빠른 준비가 핵심=바나나코딩의 공동창업자 신명민, 최은희 대표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N15 사내벤처로 1호로 시작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2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니 창업부터 아이템 개발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한 달여 남짓. 어떤 비결이 있길래 이런일이 가능했냐고 운을 띄웠다.
“너무 빨리 아이템 개발을 끝내서 주위에서도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 대표의 말이다. 사실 올해 1월에 사내벤처로 시작했는데 벌써 프로그램 6종이나 본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으니 충분히 의심을 받을만하다. 신 대표는 바나나코딩을 시작하기 전부터 드론 해커톤, 서울 모빌 해커톤 등 프로젝트 다수를 총괄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사내벤처로 시작하게 된 동기도 신 대표 본인의 건의로 인해 시작하게 됐다고.
“예전에 창업했다가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일단 빠른 실행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예전에 농업 IoT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했을 때 최 대표가 경험한 노하우가 이번 창업에 반영된 것. 빠른 속도로 아이템 런칭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육을 담당하는 메이커 강사진 3명이 금속 공예, 목 공예 자격을 갖춘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 각자 경험이 있다보니 남들보다 빠르게 강사별로 독립적인 아이템 발굴이 가능했고 그 결과 빠른 서비스 런칭이 가능했다. 하드웨어 기반 메이킹 아이템은 강사진이 맡고 공동대표 2명은 컴퓨터 전공을 살려 코딩을 통해 제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맡았다.
코딩학교를 만들겠다고 생각한건 대학 전공 시절이었다고 신 대표는 회상했다. 당시 대학교에서 손코딩으로 시험을 보는데 PC없이 주관식 시험을 보듯 시험지에 펜으로 코드를 써내려 가던 시절이다. “영어도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내내 배워도 막상 외국인과 대화 몇마디 나누기 힘든 게 다반사인데 코딩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바나나코딩이 누구나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좀더 동적인 코딩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닥을 잡게된 이유다.
역설적이지만 영어처럼 코딩도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건 그들도 원치 않았다. 코딩도 이렇게 별도 비용을 써가며 따로 배우는 게 맞는 일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어차피 코딩은 입문 단계를 넘어서면 사용자의 창의력이 관건인 분야다. 배우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외국어 교육 같은 결과를 코딩 교육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전철을 밟게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다.
알다시피 코딩은 프로그래밍에서 초기 1단계에 속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보통 코딩 교육의 경우 초기 단계 커리큘럼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간 과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딩은 배워야 할겁니다.”
요즘 틈만 나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선 개발자와의 협업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굳이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개발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춰야 하는데 그 지식의 시작이 바로 코딩이라는 것.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했다. 일을 제대로 지시하려면 무엇보다 우선 본인이 그 일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코딩, 메이커를 만나다…=내년부터는 코딩이 중학생 정규과목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코딩 교육 커리큘럼이 입문자에게 부적합하는 데 있다. 내년부터 학교에서 코딩을 접해야 하는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해당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코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는 것. 바나나코딩은 입문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중에서 ‘메이킹 코딩’ 영역을 선택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제품 하드웨어에 코딩을 통해 실제 스크립트를 입력하는 방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3주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3~4월 교육의 경우 6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3주 정규과정을 속성 4시간에 끝낼 수 있다. 4시간 교육 과정의 경우 일종의 체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워크샵 성향이 강하다. 스마트 메탈 화분을 비롯해 스마트 무드램프, 스마트 오케스트라 바나나 등 만드는 동안 자연스럽게 익히고 완성한 제품은 집으로 가져가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마트 메탈 화분의 예로 들어보자. 화분 속 식물 상태를 LED 표정으로 알려주는 데 전자회로와 LED 제어 같은 코딩에 필요한 교육을 먼저 하고 화분은 금속공예 전문가와 함께 만든다. 바나나코딩이 다른 코딩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 부분이다.
스마트 화분을 만들기 위해 금속을 망치로 두들겨가며 메이킹을 하고 화분에 LED로 얼굴을 표시하기 위해 코딩을 해야한다. 교육 참가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만들기를 통해 코딩을 습득하게 된다. 물론 공예 과정이 포함된 만큼 공구를 다룰 때 필요한 교육도 함께 병행된다. 참가자 개인 능력에 따라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메이킹이나 코딩 교육 과정에서 생기는 개인차는 어떻게 맞춰가는지 궁금했다. 모든 학생이 학습진도에 맞춰 따라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낯선 코딩에서 개인차가 크게 벌어질거라 생각했는데 대답은 의외였다. 메이킹부터 차이가 난다고. 코딩은 도리어 초반 속도는 교육 참가자 모두가 엇비슷하다고 한다. 먼저 해결할 경우 추가적인 미션을 통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다른 참가자와의 진도 역시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물론 이 부분은 교육을 이끌어가는 강사진 몫이다. 난이도 역시 성인 대상인 만큼 큰 고민꺼리였다. 하지만 한달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3주 교육 과정이 끝나면 대부분 코딩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따로 준비 중이다.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간단하게 구성된 코딩킷을 제작중이고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예비 창업’ 일찌감치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곧 만나볼 수 있다. 드론 같은 다소 난이도가 있는 분야도 쉽게 구성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바나나코딩의 경우 아직 성인 대상 코딩 교육이 주력이다보니 라이프 관련 아이템이 많다. 어린이 대상이었다면 자동차나 로봇 같은 쪽에 국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아이템별 콘텐츠에서 좀더 확장한 개념으로 테마별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들어 홈파티에 필요한 무드램프, 칵테일 제조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모두 만드는 롱텀 프로젝트다. 기존보다 긴 교육 과정으로 편성해 프로젝트가 끝나면 네트워킹 파티를 통해 자신의 작품으로 직접 파티를 할 수 있게끔 다양한 테마를 구상 중이라고. 현재는 매달 6가지 가량 교육 아이템을 유지중이다.
나이가 들면 취미를 하나쯤 갖고 생활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봤다. 공부의 연장선에서 코딩이나 알고리즘을 배우는 게 아니라 단순히 코딩이라는 취미를 하나 더 갖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마치 기타를 배울 때 코드를 외우고 기타줄을 누르는 운지법처럼 말이다. 물론 대다수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코딩을 배우겠지만 ‘취미로 배우는 코딩’의 성공 가능성 역시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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