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사업의 경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큰 돈 들여 구입할 필요 없이 결혼식이나 파티에 입을 옷과 가방을 대여하고 심지어 여행갈 때 쓰는 캐리어 역시 빌려 쓰는 세상이다. 이제는 자전거도 빌려타는 시대다. 그런데 ‘따릉이’ 같은 생활 자전거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라이클은 마치 명품 대여점처럼 고가형 자전거도 서슴지 않고 빌려주는 곳이다.
라이클은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공유경제 O2O 서비스다. ‘Like+Cycle’의 합성어로 사이클이 자전거 말고도 ‘순환’한다는 뜻을 품고 있어 자전거샵에 있는 유휴 자전거를 순환시키는 공유경제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업은 김백범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정다움 대표가 강남대학교 재학 시절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다 시작하게 됐다. 흥미롭게 두 창업자는 렌털 자전거로 인한 ‘안좋은 추억’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김대표는 부여에서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던 도중 하필 대여받은 자전거가 고장난 상태였다. 체인과 변속기를 비롯한 기본적인 부분도 관리가 허술한 상태였고 몇 번씩 자전거를 바꾸면서 ‘공공자전거는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대표는 여름방학 동안 친구와 자전거를 이용해 인천 아라한강갑문에서 출발해 낙동강하구둑까지 이동하는 국토종주를 위해 레저용 자전거를 빌리려 경기도 팔당까지 가야하는 경험을 했던 것. 당시만 해도 시내에서는 사이클 같은 레저용 자전거를 빌리기 어렵고 비슷한 니즈를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란 생각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자전거 대여업을 시작하기 전 한가지 고민거리는 자전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소유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게다가 한강에 있는 렌털용 자전거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 역시 대체 교통수단일 뿐 레저용으로는 부적하다는 점이다.
물론 틈새는 존재했다. 일반 대여용 자전거 보다 관리가 잘 되고 생활용이 아닌 레저용 자전거를 빌려주는 시장이었다.
시장 상황과도 맞아 떨어졌다. 자전거 전문 매장을 찾아 점주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매장에는 대여가 가능한 수준의 중고 자전거를 일정 수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판매가 안된 이월 상품도 많아서 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던 상태였다.
라이클이 비집고 들어간 부분은 이 부분이다. 점주는 이런 유휴 자전거를 이용해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욕구와 소비자가 원하는 자전거를 빌리기 위한 욕구의 합일점이 바로 라이클이었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고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건 작년 4월부터다. 자전거라는 레저 특성상 추운 겨울엔 탈 수 없으니 4~11월까지 약 8개월 동안 길고 고단한 기능 개선과 디버깅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처음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든 회사라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성수기 시즌인 여름 방학이 지나고부터는 어떤 자전거를 선호하고 서비스를 원하는지 대략적인 파악이 끝나갈 무렵부터 라이클도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원래 공유경제라는 게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입장에선 네거티브한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분야다.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까닭이다. 물론 아직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 보다는 우선 체험이 중요하다는 게 전재가 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매장 입장에선 자전거 구입 전 체험할 수 있는 시승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매장 홍보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라이클 전체 이용자의 40%는 20대 후반의 남성이다. 그 중 60~70%가 로드바이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올해부터 도입한 4시간 기본 요금제는 전체 이용자의 60~70%가 이용 중이다. 장거리 투어링보다 여가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장기간 빌리는 것 보다 수익률이 떨어져 회의적으로 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를 더 희망적으로 보고 있었다.
“여행보다 여가로 즐기는 편이 일상에 가깝게 빈번하게 이용할거라 생각해요.” 김대표의 말이다. 여행을 위해 장기간 빌리는 일은 여름 방학 기간인 7, 8월에 집중해 몰리는 편이다. 특히 작년엔 장마가 짧아 폭염과 싸워가며 ‘사서 고생’하는 젊은층이 많았던 한해였다고 한다.
인상적인 라이클 사용자도 있었다. 지난 겨울에 보름 일정으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 모금을 위해 국토종주를 떠난 어느 사용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고.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훌륭한 크라우드 펀딩 레퍼런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국내에서 자전거 소유 보다 렌털을 먼저 고려해야하는 타깃 중에는 대표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들 수 있다. 국내 자전거 인프라는 대중교통과 더불어 잘 구축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가장 큰 걸림돌인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예약 과정에서 앱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지난해 MOU 체결을 한 자전거 내비게이션 업체 오픈라이더를 이용해 자전거길 소개나 근처 관광도 가능해 외국인도 투어가이드 없이 자전거 만으로 여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라이클의 다음 단계는 기존 자전거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O2O 서비스다. 자전거를 소유하면서 발생하는 정비나 세차 등의 서비스를 기존 대여 제휴점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자전거 관련 제조사/수입사와 함께 진행하는 시승/체험 행사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자동차 업계와는 달리 시승 자체가 까다로운 자전거 시장에서 렌털 형태로 이뤄지는 서비스는 기존 자전거를 보유한 사용자에게도 충분히 어필 가능한 부분이다. ㅁ새로운 모델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