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의 여파로 일어난 15m 높이 쓰나미로 1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후쿠시마 원전 6개를 침수시켜 방사능이 유출되는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태풍 차바의 급습으로 울산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피해액은 2,000억 원이 넘었다. 같은 해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5.8 규모 지진을 통해 국민은 원전 사고가 남의 나라에서나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졌다.
ES다산은 지진, 화재, 호우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극한재해 방호기술기업이다. 울산에 기반을 둔 다산ES은 규모 8 지진에도 버티고 3m 깊이 침수와 화재에도 끄떡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방호문을 만든다. 원전용 특수 방호문 개발로 시작했지만 방수문의 활용도가 높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안전 지킴이로 사용될 수 있다.
ES다산이 원전 방호사업에 관심을 갖게된 건 일본 대지진 이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극한재해 방호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지하철을 같이타고 가던 직원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우리같은 영세기업이 그렇게 큰 사업을 할 수 있겠냐는 답이 돌아왔죠. ” ES다산 직원이 4명이었을 때다.
작은 기업이었지만 전문엔지니어로서 자신이 있었던 황재호 대표는 해당 사업을 수주한 회사를 무작정 찾아갔다. 독일계 기업이었다. 예상했던 바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 그렇게 기회를 놓치나 했는데 뜻밖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업 착수보고회에 참석할 생각이 있는지 의사를 묻는 전화였다. 좋은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사업의 협력업체가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ES다산이 그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어디에 방수 문을 설치해야 하는지 담은 어디에 세워야 하는지 설계하는 일이었다. 연고없이 기술력만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는 최고 등급 라이선스도 얻었다.
2013년 다산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원전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방수문을 만들던 기업이 줄줄이 자격 미달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
“품질검사에서 원전방수문 성능을 입증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어요. 저희가 해볼 만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
황 대표는 해외사례를 조사하면서 침수방호문사업에 확신이 생긴다. 선진국의 침수 재해에 대비해 침수방호문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미국에는 이미 침수 방호문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침수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방수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15억 개발비를 투자를 받은 ES다산은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투자유치대회에 참가해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울산대학교와 협력해 본격적인 고성능 밀폐형 방수문 개발을 진행한다.
“일본이 쓰나미 이후 전체 원전에 침수 방호 설비를 설치했지만 지나치게 두껍고 무거워 오히려 긴급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볍고 열기쉬운 방수문이 필요했죠.”
ES다산의 방수문은 초등학생도 쉽게 여닫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쉽게 열리지만 확실하게 닫히는 것이 장점이다. 특수 방호문이라고해서 별도의 잠금장치나 특별한 외형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반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반문과 같은 형태를 지닌다. 잠금장치로 문을 여닫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긴급상황에서 빠르게 대피할 수 있다는 것은 경쟁사 대비 강점이다.
ES다산는 내화, 내진, 누수실험을 진행해 모두 세계 최고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었다. 부산대학교 지진센터에서 국내 최대 규모 내진 실증 시험을 진행해 규모 8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 방수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3M 침수 상태에서 누수량을 측정한 결과 시험기준보다 훨씬 적은 누수량을 기록해 우수성을 입증했다.
방수문이지만 화재에서도 버틴다. 일반적으로 방수문은 누수를 막기 위해 문 사이를 밀폐하는 패킹 작업을 하는데 이로 인해 화재에는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다산의 방수문은 내화실험 결과 3시간 화재에도 버텨 세계 최고 등급 내화성능을 가진 문임을 증명했다. 성능시험은 미국 기준으로 진행됐다.
올해 ES다산은 방수문을 상용화시켜 여러 곳에 유통하는 게 목표다. 현재는 원전, 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B2B 영업을 진행 중이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반 상점이나 설비장치가 몰려있는 아파트 지하의 배전실 등에 방수 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할 예정이다. 최근 지앤택벤처투자로부터 추가 투자유치에도 성공해 상용화 작업은 빨라질 전망이다.
“엘론 머스크는 지구 멸망을 대비해 2022년부터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ES다산은 지구를 극한재해로부터 방호하는 제품으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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