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제법 힘이 세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비교적 쉽게 추억을 남기고 곱씹는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했다. 추억은 여럿이 함께 공유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기 마련이다. 오늘 만난 24ours는 바로 사진을 공유를 통해 추억을 과 꿈을 동시에 키우는 곳이었다.
라이클리는 일반인이 실제로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사용하는 부분의 개선을 목표로 첫 번째 프로젝트인 ‘24아워즈’ 론칭해 운영 중이다. ‘24아워즈(ours)’는 일종의 사진 교환 서비스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사진을 간편하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라이클리의 백성욱 대표는 대학에선 생명공학 전공했다.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으니 의외의 전공이다. “원래 어릴 때부터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이었어요” 백 대표가 학창시절인 당시엔 황우석 열풍이 불던 시기였으니 ‘황우석 키즈’가 되는 게 무리가 없던 상황이었다. 180cm가 훌쩍 넘을 정도로 훤칠한 사람이 하루 종일 연구소에서 흰색 가운을 입고 비이커를 들고 전자현미경과 싸우는 모습이 당최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백 대표에게서 의외성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건장한 체격이지만 한때 몸이 안 좋아서 군대를 2번이나 입대하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고 대학 졸업도 나이 서른에 했다고.
“건강 문제로 쉬면서 든 생각이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일을 하고 싶다’란 거였어요” 삼성전자 근무시절 어플리케이션 기획에서 ‘삼성 허브’를 개발하다 글로벌/디지털 마케팅 업무까지 맡으면서 느낀점은 결국 ‘좋은 서비스란 이용자가 많은(매출이 많은) 서비스로 귀결 된다’는 점이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다. 당연히 소프트웨어가 관심을 덜 받을 수 밖에 없다. 씨랩 시절에도 백 대표를 비롯한 팀원은 방향이나 비전에 관심을 받고 회사측에서 배려를 많이 받은 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부터 24아워즈를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말한다. 다만 사진 찍는 일이나 감성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 여느 씨랩 출신 스타트업이 그러했듯 스핀오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회사에서 개발할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잠금화면 형태의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 당시엔 비전과 사업성을 고려한 절충점이라 컨셉이 명확하지 않았을 뿐더러 잠금화면 자체가 리워드 말고는 딱히 사업성이 없어 한계가 여실이 드러나던 상황이었다.
이해 관계가 상충되고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하게 될 무렵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씨랩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인앱 형태로 만들어 한계성을 없애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해 백 대표를 포함한 뜻 맞는 공동창업자 3명이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그 당시 모두 사원 출신이었다. 씨랩에서 사원 경력이 스핀오프를 하는 건 상당히 드문 경우다.
처음 사원급 인원이 스핀오프를 한다고 하니 주위에선 우려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우린 자격 보다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백 대표의 말이다. 당장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 할 자신이 있어서다.
사진으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 하고픈 욕구는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아이템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너무 소모성으로 변질 된 것 같아요. 사진이야 말로 영상과 더불어 가장 감성적인 소재인데 말이죠” 너무 쉽게 찍고 메신저로 공유하거나 소셜 네트워크에 업로드 하는 습관이 빚어낸 참극이다.
회사명 역시 그럴싸한 이름이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어떤 식으로라도 ‘like’라는 단어를 넣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다 결정된 이름이다. likely(가능성이 있는…) 단어 자체는 뜻이 없고 뭔가를 수식해야 하는 만큼 이 단어가 지닌 의미가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회사명이 됐다고 한다.
사실 그들의 의외성에 에디터가 의문을 품게 된 건 다름아닌 24아워즈 앱을 깔아 사용해 본 이후였다. 구글 포토는 간단히 공유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링크만 보내면 되는데 굳이 한 뎁스(depth)를 만들면서까지 앱을 깔아야 하나?란 궁금증이었다.
앱을 기획하면서 팀원끼리 했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링크 방식을 적용하는 게 간단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계속 노출되는 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한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주는 ‘던지는’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지만 여러 사람이 사진을 주고 받는 데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고심 끝에 앱 설치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사용 방법을 쉽게 만들자는 걸 목표로 삼았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링크를 타고 공유 폴더를 찾아 접속하는 방식인 반면 24아워즈는 링크만 통해 자동으로 가입 승인 절차가 자동으로 완료되는 방식이다. 마치 현관에 달린 도어락처럼 소셜 네트워크나 메신저 친구가 아니더라도 방 코드 만으로 접속 가능한 방식이다.
애초에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데 플랫폼이 장벽이 돼선 안된다는 의지 역시 개발과정부터 묻어났다. 베타 버전부터 안드로이드, iOS를 동시에 개발해 론칭한 것.
“한 가지 운영체제에 몰두했다면 훨씬 퀄리티를 올렸겠지만 다소 고생을 하더라도 동시 개발을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모두 삼성 출신이다 보니 iOS 개발 경험이 전무했기에 고생을 많이 했죠.” 처음부터 규모 확장을 노렸다면 전체 시장에서 9할이 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올인하는 게 정상적인 패턴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앱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내린 힘든 결정임에 분명하다.
24아워즈라는 서비스 이름 역시 네이밍을 고민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고. 처음 생각한 컨셉은 ‘오늘 찍은 사진을 오늘 찍은 사람과 오늘 공유하자’였다. 시간 상 모임 이후의 개념이지만 ‘우리의 24시간=24+ours’이란 중의적인 의미도 함께 담았다.
백 대표는 영원히 사진 교환만을 하기 위한 서비스로 머물진 않을 것이라 목을 박았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폐쇄형으로 시작해 지금은 개방형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고 분명히 트렌드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한 까닭에서다. 심지어 현재는 두 가지 형태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추가됐다. 이렇게 인터뷰 하는 순간처럼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대표적이다. 한정적인 시간 개념에 최적화된 서비스 역시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단발적인 사람의 관계에도 연결고리가 필요해졌다.
24아워즈라는 서비스명이 이름만 들었을 땐 약간 애매모호 할 수 있어도 ‘24시간’이라는 시간에 국한시키면 컨셉이 명확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모임 후 단체 사진 공유를 위해 밴드나 카카오톡을 써야 하고 그때그때 메시지 동보 알람이 뜨는게 공해가 되는 시대다. 게다가 잘 못 보낸 사진이나 일행 중에 불만을 재기하는 ‘문제의 사진(!)’의 공유를 막는 것 또한 기존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서는 불가능 하다. 일단 한번 단체창에 사진을 공유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전달받은 사진이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 단순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사진을 보내고 받는 주체가 한 두 명에 국한되는 것 또한 ‘추억의 공유’라는 기본 명제를 해치는 저해 요소 중 하나다. 연락처가 없을 경우 사진 전달이 까다로운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보통 사진 공유를 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기 마련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연락 자체에 부담을 느껴 공유 기호 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4아워즈는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서비스다. 무엇보다 백 대표 본인의 니즈였다. 본인의 경험을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동창회에서 겪었던 일이 지금의 24아워즈를 만드는 빼대가 됐다.
사진 공유 다음 단계로 생각중인 커머스 분야 역시 그들이 고수하는 시간 개념은 고스란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예를들어 24시간 동안만 열리는 마켓은 소비자에게 ‘조바심’이라는 심리적 동기부여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인터뷰 사진 몇 장을 24ours로 공유해 백 대표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보냈다. 오늘도 우린 이렇게 소중한 추억 하나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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