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가 주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제 4회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데이가 지난 4월 21일 개최됐다. ‘스타트업, 규제와의 고군분투’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국내외 스타트업 규제 상황을 살피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규제법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스타트업 규제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관련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스타트업의 사례발표, 패널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 스타트업 순환 사이클에 따른 정책 필요=첫 번째 순서로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스타트업 스타트업을 뛰게 하는 법과 제도, 스타트업을 멈추게 하는 법과 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법제 환경이 혁신 스타트업이 커나갈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 들어 ‘손톱 밑 가시 뽑기’를 목표로 민관 합동 규제개혁추진단이 창설되고 우수 창업자 연대 보증 면제 같은 정책이 추진됐지만 특별 영역 개별 규제에 머물러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별 항목 규제 개선과 더불어 전체적인 틀에서 규제를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먼저 기업생태계 순환 사이클인 유입, 성장, 수확/정리, 재유입 각 단계에서 법과 제도가 통합성, 정합성,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유입단계에서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회사 유형을 선택하고 이에 맞는 규율을 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회사법을 단행법으로 분리 제정하고 회사 유형을 세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회사 설립 유형은 주식회사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획일화된 회사 유형 때문에 과세와 유지 등에 있어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미국의 C코레이션, S코퍼레이션 같이 회사 유형을 세분화하고 자본조달의 효율성은 높이고 운영 편의성을 높이는 실제적이고 실효적인 회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성장단계에서는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식회사 대표자의 연대보증 제도 폐지하고 수확/정리 단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선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재유입 단계에서는 재창업과 창업투자 걸림돌을 제거하고 매출과 소비가 발생할 수 있는 유효소비사장 조성과 창업활성화 시장 확대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규제시스템 혁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규제프리존, 규제일몰존을 두고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좋은 규제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칭) 국가규제운영위원회의와 같은 민관합동 기구를 상설화하고 범정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창조적 파괴 문화 만들어야=두 번째 순서로 ‘일본 벤처 정책 실패 이유: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에 대해 권현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했다.
권 교수는 일본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이유로 ▲높은 진입비용 ▲비효율적인 법규 ▲리스크 회피 문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권 교수는 “일본은 위험 회피를 조장하는 제도와 관행이 만연해있다”며 일본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제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생선성과 임금상승률이 비례하지 않는 연봉체제 대문에 자기가 기여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좋은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좋다는 의식이 일본 사회에 깊게 박혀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동경대와 MIT 대학 출신자의 의식비교조사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조사에 따르면 기존 기업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응답이 동경대 공학부가 동경대 MIT 공학부보다 2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기업을 설립해서 발전시키겠다는 응답은 MIT 공학부가 25%인 반면 동경대 공학부는 10%에 그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권 교수는 위험을 회피하는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 재취업을 자유롭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신규 졸업자 일괄 채용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그 예다. 또 전직시장과 스핀오프를 지원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 변화를 위한 집단 지성 모아야 할 것=세 번째 순서는 스타트업 규제의 법적 문제에 대해 남중구 법무법인 담우 변호사가 발표했다.
남 변호사는 스타트업이 법적 규제에 취약한 이유로 ▲원·관 주도의 소비자 보호 ▲규제의 불명확성 ▲견고하게 형성된 업계 규율을 들었다. 그 중 관 주도의 소비자 보호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남 변호사는 “우리나라를 계획 경제하에 성장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규제하지 않은 탓으로 치환된다. 공무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취지나 과정보다는 행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향 때문에 담당자는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남 변호사는 ▲탈법행위에 대한 우려 ▲선례 없는 변화의 두려움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규제완화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예다. 남 변호사는 “규제완화에 앞서 세금과 안전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박업에 관한 세금은 호텔보다 적게 부과하는 반면 안전에 관한 규제는 호텔보다 적게 받는다.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가 입장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카풀앱과 레진코믹스, 변호사중개 사업을 예로 들며 스타트업 법적 규제에 대한 단상을 남겼다. 그는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려면 산업 지형 변화에 맞게 규제도 변화해야 한다”며 규제변화를 위한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 스타트업 활성화, 규제 변화 사례를 산업분야별로 정리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며 규제기관을 설득하기 위한 집단지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에서 주목받아도 국내 규제에 발목 잡혀=첫 번째 스타트업 사례발표 시간에는 이화정 247 대표가 ‘규제로 인한 스타트업 실패 및 성장 사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국내 규제에 가로막혀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에 대해 말했다.
247은 호신기능의 전자충격기가 탑재된 스마트폰 케이스 ‘볼트케이스’를 개발한다. 볼트케이스는 지문인식과 동시에 전자충격기가 작동하고 영상 촬영, 관계 기관 신고, 위치전송 기능이 탑재됐다. 이 대표는 “볼트케이스가 미국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현지 담당자와 구체적인 제품 구상까지 이야기 나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넘어야 할 국내 규제가 산더미였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2002년 개정된 전자충격기 관련법에 의해 6만 와트 이하 전기충격기를 제작하려면 100 평 이상 공장이 확보돼야 했다. 제조 공장에는 24시간 경비원이 상주해야 하는 등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제약이 많았다”며 “제품 제작 외에도 까다로운 인증 문제가 남아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스타트업이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외부 환경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시민이 원해도 No=두 번째 사례발표는 박병종 콜버스 대표가 맡았다. 박 대표는 야간버스 불능, 택시 범죄 불안, 택시 승차거부 등 스스로가 겪은 교통 불편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 방향이 비슷한 승객이 전세버스를 공유하는 모빌리티 스트리밍 서비스 콜버스다.
콜버스는 이용자가 앱을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버스가 경로를 바꿔가며 승객을 승하차 하는 서비스로 버스와 택시를 합친 개념이다. 여럿이 함께 타는 안전한 공공서비스를 지향하는 콜버스는 기존 택시 대비 30%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콜버스는 큰 호응을 얻었지만 동시에 불법논란에 휘말렸다. 택시조합은 콜버스 서비스 불법을 주장하고 서울시에 단속을 요청했다.
박 대표는 “국토부 법리 검토 결과 법적으로 문제 될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사업에 얽힌 이해관계자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택시가 사업주체가 되도록 법조항을 변경했지만 또 다른 규제에 부딪혔다. 서울시가 내건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 “서울시가 콜버스 운행시간과 운행 가능 지역, 운행 요금을 무리하게 규정했다.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시간대에 인접한 3개구 안에서만 돌도록 하는 식이었다. 법에 규정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를 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정책투표 가운데 콜버스 서비스가 시민 호응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였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콜버스가 계획한 서비스는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이 규제에 가로막히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광범위한 산업부문에서 사업별 규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인 패널토론 시간에는 기조연설에 참여했던 연사와 사례발표를 진행한 2명의 대표가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벤처스퀘어가 주최 및 주관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데이는 글로벌 및 국내 트렌드 분석, 산업별 동향, 투자 유치 및 엑시트(EXIT) 전략 등을 공유하는 민간 포럼으로 매회 참석자 150여 명과 함께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