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츠카드(Artists Card) 정연승 대표는 클래식 작곡가 출신 창업가다. 개인 앨범도 몇 장 출시한 그는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아이돌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작곡, 연주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이유로 한동안 아예 음악에서 손을 떼고 회사원 생활도 했지만 결국 본업으로 돌아와 예술가를 위한 기업 아티스츠카드를 2016년 설립했다.
아티스츠카드는 클래식 음악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클래식 매니저‘를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가 작곡이나 연주를 하는 것과 무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을 듣다 보니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은 베토벤때랑 달라진 게 없어요. 음반도 똑같고 공연도 똑같아요. 이전과 다른 시도가 일어나면 사람들 인식 자체가 고귀한 걸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똑같은 형식, 똑같은 옷을 입고 자기 스타일로만 연주하니깐 재미가 없어요. 바꾸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들을 텐데 말이죠.”
◇ 10년 전에 나왔어야 할 서비스=클래식 매니저는 퍼블릭 도메인 클래식 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저작권이 만료된 클래식 곡을 모아 검색만으로 원하는 클래식 앨범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퍼블릭도메인은 저작권이 만료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어요. 클래식 악보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IMSLP를 비롯해 다른 분야에서는 퍼블릭 도메인이 활발하게 이용 되고 있는데 ‘왜 클래식 곡에 대한 저작권 서비스는 왜 없지’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10년 전쯤에는 나왔어야 할 서비스같은데. 그래서 해보니깐 왜 나오지 않았는지 알겠더라고요. 진짜 어려워요.”
정 대표는 “11개월 동안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해본 결과 업계 자체에서도 아티스츠카드가 만드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고 덧붙였다.
“콘텐츠도 문화재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즐길 권리가 있는 유산 같은 것이죠. 퍼블릭도메인 같은 경우는 모두에게 오픈돼있으니 접하기 쉬워야 하는데 클래식은 그렇지 못했어요.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웠죠. ”
클래식 매니저는 회원 가입 없이 웹과 모바일앱에서 원하는 곡이나 아티스트를 검색해 관련 클래식 음반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드뷔시의 달빛을 검색하면 이 곡을 연주한 사람의 앨범의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작품 페이지에 들어가면 악보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논문 등 관련 자료도 제공해 아티스트의 역사를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통합 라이브러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아티스트가 설 무대 적어=정연승 대표는 아이돌 기획사인 플래디스와 인디 뮤지션 기획사 파스텔뮤직에서 곡을 만든 경험이 있다. 전문 레이블에서 아티스트와 일하다보니 본인의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앨범 만드는 비용을 줄이려고 연주랑 녹음을 집에서 했어요. 최소비용으로 제작해서 앨범이 나왔고 초판을 매진시켰는데도 살아남기 힘들더라고요. 빚만 졌죠.”
음반 시장이 죽으면서 아티스트들은 공연이나 행사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제가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덕목은 3가지에요. 재능,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어려운 환경 조건을 예술성으로 극복하는 능력이에요. 저는 세 번째 덕목이 부족했어요. 부와 관련 없이 자신의 음악을 하는 예술가를 존경하는데 저도 도전정신을 갖고 시도했지만 완전히 무너졌죠. 모든 걸 내려놓고 기업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이디사운드라는 음향기기 스타트업에 입사한 정 대표는 뜻밖에 자신이 사업적 수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업무 실적이 좋아 초고속 승진을 하고 여러 기관 사업도 따내며 실전 경영 지식을 쌓았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사업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제이디사운드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결국 본인 같은 아티스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아티스트를 위한 무대가 좀 더 많아졌으면 했다. 시장의 판을 키우고 싶었다. 회사를 나왔다.
◇ 클래식 콘텐츠 기업 목표=아이템을 찾기 위해 시장조사를 해보니 레슨 시장이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레슨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기업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가진 경쟁력이 없었다. 더 원천에 가까운 아이템은 없을까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멜론 사업모델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이 지금의 파워를 갖게 된 것은 바로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통, 제작 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해왔던 클래식 음악과 이 모델을 잘 연결하면 블루오션이 될 것 같았다. 퍼블릭 도메인을 사용한다면 저작권료도 내지 않아도 되고 클래식이라 글로벌 확장도 쉬워 보였다.
“클래식은 관련 방송도 없고 공연은 더 없어요. 돈을 내면서 연주를 하죠. 개인 레슨시장도 줄어들고 있어서 클래식 전공자는 아예 기회가 없어요. 또 클래식은 음반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려도 돈을 벌지 못하는 유통 구조를 갖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죠.”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려면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될 콘텐츠 사업을 해야 했다. 퍼블릭 도메인 클래식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클래식 매니저를 만들었다. 유저가 많아지고 콘텐츠가 더 쌓여 인지도가 올라가면 클래식 음반 유통 구조부터 바꿀 계획이다. 이후 아티스트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줄 수 있는 강연, 레슨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젊은 클래식 스타도 발굴해 키울 계획이다. 올 6월말 클래식 앨범과 공연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
“음악가는 모차르트 시절에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음악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필요해요. 작은 공간이라도 자기 공연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계속 예술가를 위한 무대를 마련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태계 자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정말 힘든 과정이겠지만 아티스츠카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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