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천에 위치한 화창베이에 가면 하룻밤 새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고 심천에서 제작하면 하루면 카피제품이 나와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부품과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제조 공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요즘 심천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춘 대표적인 도시로 급부상 중이다. 송파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이기준 대표에게 심천의 스타트업 환경과 구체적인 진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휴대폰 관련 솔루션의 마케팅/세일즈 업무를 하다 돌연 2015년 심천으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건너가 ‘맨땅에 헤딩’을 한 케이스다. 전자나 IT관련 전공도 아닌 영문학 전공이었고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어학연수였던 것.
그랬던 그가 IT에 눈을 뜬건 심천에 있는 전자상가인 화창베이를 만나면서 부터다. 이후 중국 심천에서 2년간 거주하며 정부의 국가급 창업공간을 지원받으며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에 자생적인 메이커스페이스를 오픈하기 위해 자비로 송파구 문정동에 메이커스페이스를 오픈 운영하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중이다.
중국 광둥성 남부에 위치한 심천(深圳)은 도시개발이 된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도시다. 게다가 공업단지로 개발되면서 현재 거주자의 80% 정도가 외지인으로 이뤄져 있다. 일단 심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화창베이를 빼고 시작하기 힘들다.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중국도 자체 인프라 만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전세계에 산재한 능력있는 사람을 모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요즘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랭하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Sure, why not?’이라고.
이 대표가 지난 2년간 심천에서 생활하면서 수많은 국내 참관단을 봤지만 가장 안타까운건 이곳에 와서 글로벌 기업의 본사만 찾아 다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걸 굳이 돈 들여 여기까지 와서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좀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면 심천에 위치한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정책 등을 제공하는 센터를 방문해 본질에 집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루에도 비가 서너번씩 내리고… 대기 수준 좋은편. 중국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이날 같은 시간 서울의 대기 수치는 104였다.
중국 특유의 산자이 문화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심천은 짝퉁 제조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킥스타터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그들의 제조 능력을 뽐내기 바쁘다. 일례로 3천 달러짜리 3D 프린터를 그대로 베껴 2년간 1,200달러에 팔던 어느 제조사는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킥스타터를 통해 25만 달러를 펀딩하는 데 성공했다.
심천 시의 외국 기업 지원 정책은 파격적이다. 회사를 설립할 경우 심사를 통해 1년간 사무공간, 숙소 무료 지원한다. 중국 합작회사의 경우 6개월이 지나면 회사규모와 상관없이 외국인 직원 1명당 10만 위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밖에 VC 네트워크와 연계해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저렴한 부가세, 소득세(15%)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 50% 할인 숙박을 제공(최대 45만원 내외)하고 프로토타입 평가 후 양산에 필요한 전 과정(금형, 사출,PCB, SMT)에 대한 비용을 선전시에서 부담한다. 시드 투자 단계에 해당하는 지원인 만큼 시정부가 10% 이내 지분을 요구한다.
매월 해외 및 중국내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피칭 기회 제공하고 화창베이 전자상가내 전용 판매 및 전시 공간 제공한다. 선전시 주관 10월 창커행사는 300만명이 오는 큰 행사로 전시 부스를 무료 제공 받는다. 국가급 전시회라 중국 본토를 비롯해 전세계 모든 사람이 참관하는 만큼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최근들어 심천에서 눈여겨 볼 지역은 치엔하이완 경제 자유구역이다. 내륙의 홍콩이라 불리는 곳으로 입주사는 1년간 무료 사무실과 주거 공간 제공받을 수 있다. 홍콩 연계 자유 무역으로 소득세율 15% 이내의 중국내 최저 수준 세금 혜택을 받게된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입주 예정돼 있다.
푸티엔 중심지 역시 화창베이가 가깝게 있어 소규모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곳이다. HAX 같은 글로벌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100여 곳 이상 상주하고 있다. 화창베이중소창업중심은 화창베이에 위치한 스타트업 센터다. 한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국 등 전세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심천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심천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오직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로 평가되는 곳이다. ‘What is your product?’ 이 말만 계속 듣게 될테니 최소한 프로토타입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 정도만 준비가 된 상태로 심천에 간다면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으니 궁극적으로 시간과 체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면 푸티엔과 롱강 창업 공간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푸티엔은 세계 최대 전자 부품 상가가 밀집한 곳이다. 롱강은 하드웨어 생산 및 조립 설비가 풍부한 편. 실제 제품 제조는 심천에서 외곽 공장으로 빠졌지만 뜻밖의 현지 파트너 조우 가능성이 높은편이다. 소프트웨어는 텐센트가 있는 남산 지역에 모여있다. 잠재적 1차 투자자는 제조 협력사를 공략하는 게 좋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동시에 빠른 시제품 제조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한국에서의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100의 가치를 창출해 100%를 가졌다면 중국에서 1000의 가치로 만들어 파트너에게 90%를 주고 10%를 받는 제안에 대해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파트너를 얻는 게 중요하다.
너무 불합리한 제안이라고 대뜸 거절하는 것 보단 차라리 중국인의 대화방법을 역이용 하라고 조언한다. ‘선 anchor 후 logic’ 중국인의 공통적인 협상 방식이다. 이렇게 중국인은 일단 질러놓고 협상을 하기 시작한다.
해외 시장 트렌드 조사는 온라인 만으로 충분하다. 타오바오의 얼리어답터와 쭝처우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만으로 충분히 시장 조사를 끝낼 수 있다고.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 굳이 중국 현지에서 보고 시장분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알리바바(alibaba.com)의 경우 전세계 모든 제품을 검색할 수 있다. 물론 영어로 검색 가능하다. 제조사와 딜러를 구분 하는 팁을 소개한다. 보통 제조 공장은 둥관, 산터우, 주하이에 있다. 심천에 있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제조사가 아닌 중간 딜러로 보면 된다.
타오바오(Taobao)와 징동 마켓(Jingdong Market) 역시 알리바바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곳이다. 징동은 물류 시스템을 만들고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가품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개인판매 역시 까다롭다.
2015~2016년 초반까진 중국에서도 킥스타터에 프로토타입만 있어도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제품 A/S까지 킥스타터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판매 전에 모든걸 다 준비해야 하는 만큼 마케팅툴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호동싱(huodongxing) 역시 네트워킹을 위해 반드시 살펴봐야 할 웹사이트다. 심천에서 진행중인 컨퍼런스나 액티비티는 이곳에 총망라 되어 있다. 한마디로 중국판 온오프믹스같은 서비스다. 실제로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는데 캠핑 모임은 물론이고 VC 없이 스타트업끼리 피칭하면서 평가하고 연습하는 모임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핵심은 휴먼 네트워킹. 대형 업체 참관하는 것 보다 호동싱 같은 곳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사람을 만날 것. 위챗도 반드시 계정을 만들고 MAKA 서비스에 미리 나의 상품 팜플렛이나 브로셔 등을 등록해 두고 위챗을 통해 보내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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