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오의 재팬 스타트업] 일본 미디어 스타트업 지온(JION)이 온라인 컨설팅 전문 기업인 미스터퓨전(ミスターフュージョン)에 매각됐다. 지온은 지난 2016년 3월 문을 연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남성 트렌드 웹진을 발간한다. 이 기업은 설립 3개월 만에 보야지벤처스와 iSGS투자웍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제3자 증자를 통한 투자인 데다 규모도 비공개인 탓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지온은 여성이 만드는 남성을 위한 콘텐츠 미디어다. 맛집이나 패션, 데이트 장소는 물론 연애 노하우 등 남자에 알려주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래서인지 서비스 3개월 만에 페이지뷰 100만을 넘겼고 대기업 광고를 중심으로 설립 5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설립 1년이 지난 3월에는 월간 이용자 수(MAU) 100만 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남성 매거진으로 자리 잡았다. 남성을 위한 미디어지만 여성 에디터가 만든다는 마케팅 컨셉트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수많은 남성 잡지가 여성 에디터의 손에서 태어난다. 여성이 전하는 혹은 여성의 눈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 같은 슬로건이 새롭지 않은 이유다. 국내에서도 미디어 스타트업 디에디트가 비슷한 컨셉트를 내걸어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자의 리뷰라는 슬로건은 그동안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던 IT 미디어 속 영향력을 넓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깔끔한 콘텐츠와 시원스러운 사진, 영상과 음성 등 뉴미디어 콘텐츠 생산 능력도 발군이다.
지온 나루이 이쿠미(成井 五久実) 대표는 “평소 여성에게 줄 선물이나 데이트 코스로 고민하는 남성을 많이 봤다”며 “진짜 여성이 원하는 걸 여성의 목소리로 전하고 싶었다”는 말로 창간 이유를 설명한다. 나루이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멘토로 활동하기도 한다.
지온의 콘텐츠는 일본에선 아주 흔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많지 않은 아이템을 다룬다. 여성을 꼬시기 좋은 음식점 10선, 애인과 모텔에 간다면 이곳 등 데이트 장소를 소개하는 건 물론 바람피기 쉬운 여성 타입, 서투른 키스와 능숙한 키스의 차이 등 다소 자극적인 콘텐츠도 있다.
그런데 지온은 콘텐츠 아이템을 찾기 위해 혹은 마케팅과 수익 모델을 위해 아주 독특한 방법을 쓴다. 도쿄 긴자에 있는 지온 도쿄바가 바로 그 주인공. 지온이 직접 운영하는 고급 위스키바다. 실제 지온에 글을 투고 중이며 전문 교육을 이수한 에디터가 바텐더를 겸하고 있다. 미디어가 술집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도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협업과 미팅을 위해 카페를 공동 운영하면서 간단한 주류를 파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에디터 혹은 작가를 직접 바텐더로 고용해 술집을 경영하는 건 국내에서도 예가 없을 것 같다. 술을 마시며 바텐더이자 에디터인 여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에디터는 대화 중 새로운 콘텐츠 아이템을 찾는다. 콘텐츠 발굴을 위한 술집. 보통 에디터나 작가가 아이템을 찾아 나서지만 이곳은 반대로 손님이 찾아와 아이템을 제공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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