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은 국가다. 좁은 영토, 전쟁 위험 지역, 천연 자원 부족, 작은 내수 시장, 높은 교육 열기 등이 그 것이다. 반면에 두 나라가 경제를 성장시켜온 방식은 크게 다르다.우리나라가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추구했다면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인구 800만의 작은 나라지만 인구당 창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자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스타트업이 많은 창업 국가(Startup Nation)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혁신 국가로 떠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3일 이스라엘외무부와 텔아비브시가 주최하는 스타트 텔아비브 서울 대회를 찾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경제과 샤이 파일러(Shay Feiler) 대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혁신은 “이스라엘 문화의 다양성과 교육 그리고 군대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랍, 아프리카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다민족 국가다. 이스라엘에서 사용되는 언어만해도 독어, 프랑스어, 영어,아랍어 등 놀랄 정도로 많으며 학교 교실에만 가봐도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샤이파일러 대표는 “이 같은 다양성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하고 다양한 문제 접근 방식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혁신을 위한 창의성은 문화의 다양성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군대 역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데 군대 안에서 기술적인 것은 물론 팀워크, 리더십을 배우며 창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하는 또하나의 힘. 전 세대 스타트업의 실패와 성공을 교훈 삼아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샤이파일러 대표는 이스라엘 창업자 도브모란(Dov Moran)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핸드폰을 발명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았다. 회사는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겨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이처럼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3세대 스타트업들이 이스라엘에는 많다.
이스라엘 정부의 전방위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샤이파일러 대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중 80%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해 실패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은 스타트업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투자 라운드를 준비하는 시점에 경험하게 되는데 통상 설립 3~7년 사이 기업이 서비스를 사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죽음의 계곡에서 사라지는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민간 기업과 이스라엘 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민간주도형 지원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도 이 프로그램을 본뜬 팁스프로그램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혁신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애초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할 수밖에 없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에는 구글, 삼성, 페이스북 등 3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또 이스라엘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51개의 글로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한국, 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을 설립하고 양국간의 기술교류 및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일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 텔아비브(Start Tel Aviv) 경진대회 역시 이스라엘이 정부가 글로벌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회다. 한국 예선 최종 우승은 휴대용 분광기 업체 스트라티오가 차지했으며 스트라티오는 다음 달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스타트 텔아비브 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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