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고 무대에 오른다. 주어진 시간 안에 그들이 가진 매력을 뽐낸다. 그동안 벼려낸 시간을 쏟아낸다.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이 존재감을 뿜어내는 자리, 데모데이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끝나면 으레 데모데이가 진행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데모데이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여겨진다. 그런데 데모데이는 꼭 해야만 하는걸까.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에 데모데이 회의론이 심심찮게 불고 있다.
◇ 데모데이라고 해서 다같은 데모데이가 아니다=실리콘밸리에서 데모데이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을 선보이고 투자를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모든 데모데이가 같은 목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와이컴비네이터, 500 스타트업처럼 알려진 액셀러레이터가 개최하는 데모데이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 따로 데모데이 참석 티켓을 구입해야 할 경우에도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가 여는 데모데이라면 사람이 붐빈다. 시드투자를 받은 스타트업과 후속투자를 진행할 투자자의 실만남이 이뤄지는 장이 마련된다.
액셀러레이터에게도 데모데이는 유용한 수익모델이 된다. 초기 투자 스타트업을 다음 단계 투자 유치로 연계하면서 수익을 얻고 수익은 다시 스타트업 육성 공간을 조성하는데 투입한다. 전 세계 창업자와 투자자가 한 곳에서 모이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팔로우 액셀러레이터 사정은 다르다. 투자 연계보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홍보 성격으로 데모데이가 진행된다. 심사역, 투자역이 실제 관심 있는 스타트업을 보러 오기 보다는 자리를 채우러 참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투자자간 미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스타트업과 투자자 연계라는 본래 데모데이 목적은 퇴색되고 이벤트성으로 데모데이가 마무리 된다.
서상봉 스마일 게이트 센터장도 “데모데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데모데이 행사는 수적으로 보면 많아졌지만 무대에 서는 스타트업은 비슷비슷하다는 견해다. 어제 본 스타트업이 오늘 다른 데모데이 무대에 선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데모데이라고해도 ‘핫’한 분야 트렌드를 확인할 목적으로 들른다. 투자나 미팅을 염두에 두고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서 센터장은 “이벤트성 데모데이에서는 스타트업을 단면적으로 살펴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데모데이는 오랜 기간 관찰한 스타트업이 얼마만큼의 성장을 거두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질문에 답하는 천편일률적인 데모데이는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데모데이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모데이=변광준 K-스타트업 대표는 그럼에도 데모데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데모데이야 말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단, 액셀러레이터만을 위한 데모데이가 아닌 스타트업이 원하는 데모데이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실제 시리즈 A 투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자, 관계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변 대표는 와이콤비네이터 데모데이를 예로 들었다. 와이콤비네이터의 경우 날짜별로 팀을 나누고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투자관계자를 초청한다. 펀드 LP나 포트폴리오에 투자한 VC만을 대상으로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식이다. 변 대표는 “스타트업과 투자역만 모아도 충분하다”며 “머리수만 채우기 위한 행사보다는 정말 필요한 사람만 모아서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 팀장 또한 데모데이는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액셀러레이터가 육성한 팀을 투자자와 청중에게 발표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또 “데모데이가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에게 유용한 만큼 데모데이이 틀이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데모데이,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데모데이가 필요하다면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데모데이, 특색 없는 데모데이, 이벤트성 데모데이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매력적인 데모데이를 만들자는 의견이다. 포럼. 컨셉별 데모데이,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자유롭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식으로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로아인벤션랩은 매 달 패션, 반려동물, 푸드테크 등 분야별 스타트업을 모아 런웨이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투자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김진영 로아인벤션랩 대표는 “특색있는 데모데이를 진행하니 투자자가 먼저 참가를 신청한다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관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모든 분야의 스타트업 보다는 테마별로 스타트업을 묶어 데모데이를 진행하면 투자자가 먼저 현장을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 이를 위해 액셀러레이터는 좋은 팀을 무대에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서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7일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마련된 액셀러레이터 성장 워크샵에는 18명의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관계자가 참여했다. 액셀러레이터가 가진 고민을 되짚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정책적 변화와 제언과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발전방향, 액셀러레이터와 피투자사 분쟁에 관한 주제도 함께 논의됐다. 성장 워크샵은 3회에 걸쳐 진행되며 액셀러레이터의 현재와 보완점, 발전방향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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