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공유경제란 말이 낯설지가 않다. 중국은 현대 산업 전반을 주름 잡고 있는 대표 키워드로도 공유경제를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아직까지 공유경제는 공유(share)라는 본질적인 것에서 약간 벗어나 법의 테두리 속에 안착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버같은 완벽한 개인간 차량 공유는 법에 막힐 수 밖에 없다. 유휴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역시 이같은 이유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당장은 가능하지만 언제든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투숙객의 안전이나 프라이버스에 대한 문제는 이미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면밀히 따져보면 초단기 임대업인 숙박공유 서비스를 공유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기 조차기 마뜩잖다.
요즘 성업중인 카셰링 역시 마찬가지다. 사용하지 않고 놀리는 이른바 유휴자원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전적 의미의 공유다. 한마디로 여렇이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카셰어링은 대형 업체에서 한꺼번에 구입한 차량을 앱으로 간단하게 빌려 쓸 수 있는 방식일 뿐 기존 렌터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점에 직접 방문해 계약서를 쓰는 과정을 앱으로 통합해 플랫폼화 하고 자신이 있는 위치 근처에서 차량 픽업이 가능하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했을 뿐이다.
이상적인 차량 공유와 현재 차량 공유 서비스 사이에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한다. 한대를 여렇이 쓰는건 맞지만 원래 있던 차량을 놀리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빌려주기 위한 차량을 공유하는 것의 차이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쓰던 차량을 주차장에 멈춰 있을 때 대신 남이 쓰는 게 진정한 차량공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러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일단 보험문제다. 지인이 아닌이상 사용료에 대한 과금도 적절한 기준이 없다. 국민 정서상 아직도 차량을 부동산과 동급으로 보는 상황에서 이런 고가의 소비재를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아무에게나 빌려주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카셰어링 서비스 네이비(NEiVEE))를 런칭한 링커블(Linkable)은 이 문제에서 시작했다. 산업디자인과 개발을 하던 서로 다른 회사의 대표가 일로 만나 공동대표로 창업을 했다. 렌터카 업체에서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렌터카 사업을 분석하다 자연스럽게 카셰어링 산업에 눈을 뜨게 됐다.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촉이 발동한 것.
대기업이 주도하는 렌터카 시장에서 군소 업체가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이 점유하는 국내 렌터카 시장의 파이는 과반수에 달한다. 하지만 지방에 있는 군소 규모의 렌터카 사업자 역시 전체의 45%를 차지 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지난 분야가 바로 렌터카 사업이다. 수요는 충분했다.
사용자는 비싸고, 차량을 빌릴 때 마다 대리점에서 렌터카 계약서 쓰는 일련의 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장벽을 쉽게 허물 수 있는 방법은 요즘 많이 쓰는 카셰어링의 차량 대여 시스템이다. 물론 쉽지 않은 얘기다. 초기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서다. 링커블은 이걸 플랫폼화 시키고 무인 렌터카 사업이 가능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차량에 모뎀이 포함된 하드웨어와 관제 프로그램을 제공해 렌터카 사업자가 카셰어링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차량 관제 시스템은 대여된 차량의 실시간 주행 정보부터, 이동속도, 하이패스 사용 유무까지 차량에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와 제어가 가능하다. 관리 부분에서는 사업자 입장에서 전혀 힘든게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다른곳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CS부분이다. 기존 렌터카 사업자는 사용자 문의에 대한 대응 가이드라인이 전무하고 예전 오프라인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차가 없으면 다른차로 빌려주는 일도 다반사다.
차셰어링에 대한 정상적인 사용자 경험은 물론이고 자칫 카셰어링에 대한 이미지까지 갉아먹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카키’라는 아이템으로 얻은 깨달음은 이내 네이비로 피보팅을 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 카키 솔루션은 무인시승플랫폼으로 개선해 지난해부터 현대차에 납품 중이다.
본질적인 것을 파고들다보니 진정한 카셰어링이 돼야겠다는 원대한 목표까지 세웠다. 오롯이 서비스만을 통해서 카셰어링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게 목표였다. 이미 존재하는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공유경제의 레퍼런스를 참고했다. 답은 금새 나왔다. 기존에 존재해온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그치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내가 완전히 모르는 동네에서 조차 편히 쉴 곳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현지인처럼 삶을 영위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호텔이나 기타 숙박시설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슬로건으로 그렇게 에어비앤비는 10년 만에 회사가치 30조원 규모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차량 구입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지비, 보험, 세금, 차량 감가상각에 대한 부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하고있는 연구과제다. 근처에 위치한 차량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생활권에 언제나 존재하는 진짜 내 소유의 차량 같은 느낌으로 사용이 되어야만 진정한 카셰어링의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이남수 대표의 생각이다.
공유차는 나만 타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정비나 세차 같은 차량 유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을 해야했다. 세차의 경우 친환경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페달링’과 손을 잡았다. 차가 나갔다 들어오면 유휴시간에 세차가 이뤄지고 정비 역시 주기에 따라 정비팀과 연동해 제때에 점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약 시스템은 기존 카셰어링 시스템과 대동소이하다. 대신 사용자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코웍스페이스나 중대형 아파트에 골고루 차량 라인업을 배치하고 입주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게 차이점이다.
네이비는 사용자 제한 말고도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와 명확한 차별점이 있다고 선을 긋는다. 차를 사지 않고도 내 차처럼 이용할 수 있고 당장 필요할 때 잠시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통해 자가용 소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게 이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수요를 생각한다면 차량 보급율이 낮은 지역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하는게 유리하지만 일부러 고가의 아파트 단지에서 수입차로 배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비스를 통해 차량 구매나 사용 패턴 방식의 근본을 흔들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타고 있는 차량 보다 낮은 등급을 타게 하는건 좋은 경험을 주기 어렵다. 물론 이런 방식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서비스 이용 가격이다. 예를들어 그랜저 타는 사람에게 벤츠를 빌려 타라고 하면 누구나 걱정할 부분이다.
“공동구매 속성에 분할 납부 개념을 좀더 조밀하게 나누고 거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녹여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게 관건인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전재조건은 앞서 말한 모든 서비스를 포함한 이용료가 차량 유지를 개인이 할 때보다 최소한 비슷하거나 낮아야 한다는 것. 차량을 유지할 때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주차문제까지 동시에 해결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이외에도 다양한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올해 이미 구입한 차량 50대를 통해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보니 더이상 확장 계획이 없다. 돈을 벌기 보다는 ‘차량을 이렇게 소비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이런 부분에서 맞다. 전기 자동차는 차량공유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3대를 계약해 겨울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충전기를 해당 아파트에 설치해주기로 협의가 끝난 상태다. 시승이라는 또다른 차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물론 기존 수입차 딜러십을 이용한 시승 서비스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을 통해 손쉽게 구현 가능하다. 이용요금을 과금하지 않는 대신 이용시간을 제한해 일단 오프라인 방식의 시승이 가능하다. 기존 카셰어링 사용자에게 앱을 통해 푸시 서비스로 알려주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마케팅툴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궁극적인 링커블의 목표는 제도권 안에서 합법적으로 P2P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각종 규제로 인해 편법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차량 공유 관련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규칙이 삶을 옭아매선 안된다’고 말하지만 규제가 없다면 사용자의 니즈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확률도 덩달아 줄어들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시련과 기회는 함께 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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