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병원 침대에서 숨을 거둔다. 엄마 품에 안겨 잠들어야 할 아기가, 그것도 갑자기. 김명진 올비 대표는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는 아내에게 영아돌연사증후군에 대해 듣게 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대표는 아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떠올렸다. 영아돌연사증후군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수면 중 무호흡을 인지하고 알람을 보내는 것이다.
◇ 숙제는 나의 힘=김 대표는 올비 안에 호흡 상태와 피부온도, 자세,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기능을 담았다. 하드웨어 스 타트업으로 제작부터 양산, 시장 개척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렇지만 김 대표에겐 풀고 싶은 숙제가 있었다. 10개월을 품어 나온 아기가 적어도 이유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막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숙제는 피하고 싶은 일이겠지만 김 대표에게 숙제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김 대표는 올비와 함께 2년간 국내 데모데이, 킥스타터, 해외 전시 곳곳을 누볐다. 김 대표의 숙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을까. 김명진 올비 대표를 만나봤다.
올비는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으로 향했다. 지난 1월 CES2017 참가를 시작으로 알파랩기어 액셀러레이터 등 해외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독일 IFA에서는 움직이는 아기 인형에 올비를 채우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독일 현지에서 동시에 아기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해외 시장에서 올비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나 피칭을 들은 관계자도 올비에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관심 그 이상으로 연결되는데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처음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한다. 스타트업이라는 낮은 인지도,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기 위한 신뢰 2가지를 해결해야 했다. 해외 무대에서 느낀 점은 크게 2가지다. 단단한 올비와 친절한 올비가 되어야겠다는 것.
◇ 단단한 올비=내부적으로 올비는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눕는 자세, 기저귀 브랜드, 기저귀에 올비를 채우는 위치, 기저귀 재질과 두께가 호흡 측정의 변수가 된다”며 ”정확하고 세밀한 측정을 위해 센서를 정교화하고 지금보다 수치상 1,000배 정확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먼 거리에서도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블루투스 커버리지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게이트웨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활용 거리를 늘리고 올비 기본 기능을 공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아도 결국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거품처럼 꺼지고 만다. 사용자 피드백과 수정을 통해 시장과 제품의 접점을 만드는게 필수지만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지난한 과정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은 없을 것”이라며 “올비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고 내 아기를 위한 모니터링 기기라는 지향점이 있으니 고객의 이야기를 반영해 사용자 경험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친절한 올비=킥스타터, 전시부스, 피칭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되는 사용자 리뷰와 사용 예는 단단한 올비를 만드는 자산이다. 올해부터는 뉴스레터 서비스도 시작했다. 뉴스레터를 통해 올비 소식을 전하고 고객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올비를 얼마나 깊이, 타이트하게 아기 복부에 채워야 하는지 사용자 각각에 맞는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사용자에게 친절한 올비를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라며 “고객 입장에서 올비가 정말 내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정말 헹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부적으로는 확장성에 집중한다. 아마존 에코 연동이 대표적인 예다. 알렉사를 통해 아기 상태를 물어보면 아기 호흡과 수면시간 등 올비가 측정한 아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기의 정확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아기 개개인 특성에 맞는 공기질 관리, 조명, 방 온도까지 맞춤관리도 가능해진다. 오로지 아기방을 위한 IoT 서비스가 실현된다. 김 대표는 “아기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올비의 방향, 그리고 기술을 더해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년차 올비에게 올해는 변화의 해였다. ‘아기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목표는 같되 국내에서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 대표 개인적인 변화도 생겼다. 김 대표는 올 11월 아빠가 되는 것과 동시에 올비의 가장 든든한 테스터를 만나게 된다. 김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면 올비를 더 정확하게 테스트해볼 수도 있겠다”며 “아기를 실제 키우면서 올비를 어떤 방향으로 개발해나가야 할지도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아기를 위한 태담 전화기를 만들었다는 김 대표, 아빠가 만드는 올비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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