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적 갖고 놀던 추억의 물건이 하나쯤은 있다. 이런 물건이 과학적이든 그렇지 않든 하나하나가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인간은 도구를 쓸 줄 아는 동물이라서 손에 잡히는 뭔가를 갖고 만드는 활동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왔다.
뉴욕 메이커페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도 바로 그랬다. 메이커페어 참가자는 모두 뭔가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작든 크든 자신들이 미친 뭔가를 갖고 나와 서로에게 보여주고 가르쳐 주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자신이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메이커를 위한 대회. 메이커페어(Maker Faire)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16년 행사에는 전 세계 38개국 1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한 바 있다. 단순히 집에서 만드는 DIY가 취미의 범주라면 메이커는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메이커 운동을 일으켰다.
행사장 입구에는 “저런 걸 왜 만들었지?” 싶은 거대한 용이 불을 뿜고 있었다. 거리에는 작은 인형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관람객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사람 키보다 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메이커는 어린이를 태워주기도 한다.
메이커를 위한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 중인 기업도 있었지만 연구하고 만든 발명품을 전시하는 개인 부스에선 작은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메이커에서 과학 장비를 뽐내는 중학생 메이커 등이 내놓은 수많은 발명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3D프린터 섹션. 3D프린터 기업 뿐 아니라 3D프린터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도 눈에 띄었다. 개인 참가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였는데 작은 책상 하나에 3D프린터와 함께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고등학생도 볼 수 있었다.
학교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개발품을 소개하는 대학팀도 몇몇 보였는데 반갑게도 우리나라에서 참가한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 대학원생도 만날 수 있었다. 메이커페어에 관람객으로 왔다가 메이커로 참가를 하게 됐다고 한다.
행사 막바지에 한 스테이지에서 열린 행사에선 이피버드닷컴(eepybird.com)으로 유명한 프리츠 그로브(Fritz Grobe)와 스테판 볼츠(Stephen Voltz)가 직접 나와 다이어트코크앤멘토스(Diet Coke & Mentos)라는 쇼를 선보였다. 덕분에 이곳에 모인 관람객은 이들이 뿜어내는 콜라를 직접 몸으로 맞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국내에서도 과학 전시회는 제법 많이 다녔지만 이곳 전시회 분위기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과학 분야에서 미국이 앞서가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10살 남짓 어린아이도 작은 작품을 갖고 나와서 설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보잘 것 없을 수 있지만 설명하는 아이의 눈은 분명 10년 혹은 20년 뒤에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야무진 꿈이 보였다.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자유와 존중이었다. 어떤 작품이든 메이커로서의 자존감과 명예심을 서로 지켜주는 장소인 것. 어른이든 아이든 메이커페어에선 같은 메이커로 존중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문화가 정말 멋지게 느껴진다. 이들이 나중에 커서 훌륭한 기업가가 될 것이란 건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이런 존중이란 말을 꼭 기억했으면 싶다. 미래를 짊어지고 자라는 젊은 새싹에게 물려줄 한국의 새로운 문화이면 좋겠다. 같은 메이커로서 작거나 크고 혹은 똑똑하거나 덜 똑똑한 작품이라도 그들이 작품에 쏟은 열정과 시간을 존중해주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응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서울에서도 조만간 메이커페어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 확산되어 몇 년 안에 세기의 메이커가 한국에서도 탄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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