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리콘밸리에서 발표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는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드니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치는 66억 달러(한화 7조원대)이며 성장률은 6.3%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는 GEN(Global Entrepreneurship Network)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ORB인텔리전스(Orb Intelligence)가 공동 작업해 배포한다. 전 세계 50개국 100여 개가 넘는 도시를 평가해 도시별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를 부여하고 전 세계 20위까지만 순위를 발표한다. 서울의 순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곧 20위권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24억 달러이며 성장률은 4.5%다.
호주는 땅덩어리를 넓지만 인구는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 산업은 광업과 파이낸스, 관광,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다. 호주의 경제도시 시드니, 왜 이곳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일까. 호주는 어떤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는 건 미국과 중국 외에 다른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시각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 글로벌 커넥션=호주는 영어권 국가로 미국이나 영국과의 교류가 활발할 뿐 아니라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아시아 태평양 진출을 꿈꾸는 기업의 전초기지이자 좋은 테스트 환경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며 스타트업을 갓 시작한 이들도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테크 공룡과의 교류를 밀접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강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44억 달러, 한화 5조원대 기업 가치를 평가 받으며 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틀라시안(Atlassian) 공동창업자 마이크 캐논 브룩스(Mike Cannon-Brookes)는 얼마 전 엘론 머스크와 호주 에너지 문제를 트윗으로 논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적극적인 정부 정책=정부의 세제 혜택 정책은 스타트업 생태계로 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또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같은 역할을 하는 오스트레이드(Austrade)가 호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전략적 요충지인 베를린과 상하이,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 텔아비브에서 여는 랜딩패드 프로그램(Landing Pads Program)은 호주 스타트업의 적극적 진출과 네트워킹을 도와 높은 성장과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오는 10월 16∼18일 3일간 시드니에서 열리는 스파크 페스티벌(Spark Festival) 행사에선 한국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방문, 소개가 예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양국간 이해와 교류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행사를 진행하는 오스트레이드 윤상아 상무관은 “디캠프나 코이카 CTS, 서울창업허브 등 액셀러레이터와 테크 기업이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한국과 호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시너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글로벌 엑싯=스타트업에 있어 기업평가(Valuation)와 회수(Exit)는 좋은 기업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운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아틀라시안 뿐 아니라 호주에서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으로는 엔바토(Envato), 캔바(Canva), 캠페인모니터(Campaign Monitor), 애프터페이(Afterpay) 등이 있다. 활발한 자금 유입과 시장 확대를 통한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을 스타트업으로 이끄는 동기 부여가 되는 건 물론이다.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성공적으로 엑싯을 한 케이스가 많다는 건 호주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음식 배달 앱으로 성공한 메뉴로그(Menulog)는 지난 2015년 영국 저스트이트(Just Eat)에 한화 7,500억 원대에 인수됐다. 세전 이익보다 무려 371배나 되는 기업 가치를 평가 받아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 초기 투자 펀딩=아무리 린스타트업(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어 고객 반응을 확보, 다시 제품을 발전시키는 경영 방식)을 강조해도 초기 투자 자금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시드니는 스타트업당 초기 투자 자금이 25만 4,000달러 수준. 호주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큰 규모다.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펀딩 규모를 확대시켰고 도전과 성장,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참고로 스타트업당 서울의 초기 단계 펀딩(Early-stage Funding)은 17만 4,000달러로 조사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메뉴로그의 공동 창업자는 지난 2016년 푸드바이어스(Foodbyus)라는 이웃 음식을 공유하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론칭했다. 당시 아이디어만으로 한화 17억 원대에 이르는 초기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고 한다.
◇ 다양성=이민자의 국가답게 유럽과 인도, 중국, 동남아 등 다양한 인력 교류가 활발하다. 작은 스타트업에서도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력이 함께 일하고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일도 많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서로 도움을 주고 협업을 이끄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실제로 한국과 호주를 연결하는 교육 스타트업 에드위(EDWY)는 시드니에 위치한 피시버너스(Fishburners)라는 코워킹스페이스에 자리를 잡았다. 다양한 이벤트와 협업을 통해 좋은 인력을 소개받고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를 거두고 있다.
물론 호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할 장점이 있는 반면 높은 인건비로 고급 인력 활용에 대한 비용이 비싼 탓에 높은 테크 기술을 요구하는 아이디어라면 초기 투자 자금 확보와 예산안에 대한 현실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앞으로 호주 스타트업을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플랫폼 스타트업이 유난히 많은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협업 플랫폼, 디자인이나 개발 플랫폼, 온라인 결제 등이 많은 건 작은 내수시장으로 인해 처음부터 글로벌 규모를 고려해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커넥션. 레버리지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시선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높은 기술력이 받쳐주는 우리나라와 호주의 장점이 어우러진다면 스케일을 키우는 좋은 옵션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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