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창업자는 관련 법규나 특허, 마케팅 분야에 서툰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술 창업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개발자나 엔지니어 출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약한 부분을 꼼꼼히 살펴주고 제대로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절실한 이유다. 서강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이하 서강센터)는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운영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센터로 선정된 곳이다. 홍철기 서강창업보육센터장을 만나 창업보육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강창업보육센터가 지난해 창업맞춤형 및 도약패키지 지원을 위해 선발한 기업은 총 37개다. 창업맞춤형(1~3년 초기창업자) 기업은 14개 팀, 도약패키지(3~7년) 5개팀, 추경(맞춤형과 동일)은 18개팀이다. 자금 지원은 4,500~5,000만원 선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상품화를 위한 비용으로 지급된다.
서강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의 경우 하드웨어 관련 제조 관련 분야가 많은 반면, 맞춤형 사업 도약 패키지 지원 업체의 경우 앱이나 플랫폼 사업이 많다는 것도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은 창업맞춤형과 도약패키지 팀을 선발해 1, 2차 협약기업으로 나뉘어 1차는 10개 기업이 지난 8월초에 협약이 만료된 상태다. 나머지 9개 기업 역시 이달에 마감됐다. 추경은 다음달에 종료될 예정이다.
2016년 창업맞춤형 및 창업도약패키지로 선정된 37개 기업의 2016년 성과를 집계한 기준을 살펴보니 의미 있는 숫자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총 37개 기업이 일으킨 매출이 190억원에 달한다. 총 고용인원은 138명(정직원 채용 기준)이고 투자유치를 통해 63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 했다. 2016년 창업맞춤형 및 창업도약패키지 1차 협약 기업(10개)의 경우 올해 약 210억원 매출에 약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다. 아직 4/4분기가 남았고 집계가 되지 않은 기업이 많은 만큼 이 숫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센터측은 예상하고 있다.
협약은 끝났지만 서강창업보육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창업 지원은 아직 2년이 남았다. 1차 년도는 창업진흥원과 서강대가 함께 아이템보완, 보강을 위한 지원했다. 그 이후부터는 서강대학교 자체 재원을 투입하여 멘토링, 교육 및 후속 연계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쯤이면 액셀러레이터로 보일법한데 홍철기 센터장은 ‘액셀러레이팅의 전 단계”라고 못을 박는다. 서강대와 협약을 한 VC 중에서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과 매칭을 하는 것 이외에는 적극적인 금전 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액셀러레이팅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학교에서 기업투자로 인한 자금을 유치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투명성 문제는 물론이고 운용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활용을 위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고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데 학교에서 이런 역할까지 맡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그래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2008년에 서강대가 주축으로 만든 곳)를 통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인 만큼 다른 보육센터와는 달리 교육에 있어 또다른 장점을 지녔다. 예를 들어 IR피칭이나 데모데이를 준비할 경우 보통 VC나 액셀러레이터가 하는 교육은 불과 2~3시간 남짓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강창업보육센터의 경우 투자유치브릿지를 3차에 나눠서 진행한다. 1단계로 ‘Ready to IR’(예비 IR) 교육과정은 1박2일로 진행된다. 서강대가 보유한 네트워크에 있는 VC 또는 엔젤을 매칭해 투자 제안서의 기본 골격을 짜고 VC와 기업담당자가 다른 기업과 경쟁하며 스스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2단계로 피칭 교육을 진행한다. 실전IR을 대비란 발표 스토리의 흐름과 피칭스킬을 다듬으며 발표자의 발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단계에서는 실제 활동중인 VC 및 엔젤 투자자 앞에서 IR 피칭을 진행한다.
서강창업보육센터는 S-LINE이라는 고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LINE은 S(Sogang)-L(Leaders Forum)-I(Investment)-N(Network)-E(Education)의 약자다.
서강창업보육센터는 이 S-LINE 프로그램이라는 큰 틀에서 세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첫 번째 ‘L’ 리더스포럼은 매달 1회씩 마지막주에 리더스 포럼을 개최한다. 마케팅이나 투자, 경영 등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창업 분야별 전문가의 지식 전달과 창업기업간 상호 교류를 위해 조찬 포럼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I’ 투자유치브릿지는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역량을 강화를 위해 투자제안서 교육, 멘토링, 제작, 모의IR, 실전IR 등을 지원한다. 세 번째 ‘N’ 네트워크는 동,이종 기업간 교류를 통한 간담회, 체육대회 등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I’는 기업 수요에 맞는 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기업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한다.
홍철기 센터장은 “창업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도록 좋은 업체와 인재를 찾아 보육하는 게 센터의 목표지만 졸업생과의 연계도 좋은 모델”이라 전하며 “대학입장에서는 동문기업이 후배창업자를 끌고 가는 형태에 정부가 관련 자금을 매칭해 사업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게 좋은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빠른 방법보다는 다소 돌아가더라도 우직하게 정공법을 택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있다. 몇 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 보다 동문, 학생, 교수 창업 같은 일련의 과정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경험한 대학이야말로 비로소 창업을 주도적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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