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 주문용 키오스크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4차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지만 비대면 방식의 고객 응대는 이렇게 일상으로 훌쩍 다가왔다. 벌써부터 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모를 일이다. 인건비 절감 말고도 대면 주문에서 오는 여러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특히 내성적인 사람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 주문을 잘못하거나 무언가 요청 사항이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담당 주문 직원에서 질질 끌려 다니기 일쑤다. 객장 입장에서는 신규메뉴 및 객장고유의 특별한 광고 및 서비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티고는 이런 무인 판매 키오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시장에서 터치스크린 만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 대표인 이준구 이사는 이동통신분야 연구소에서 25년간 통신장비 관련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14년 4월에 창업했다.
처음 창업할 때 아이템은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였다. 하지만 시장이 뿌리 내리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을 직감했고 ‘경영적인 체력’ 안배를 위해 피보팅 한 것이 지금의 아이템이다. 현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친 아이템은 지난 3년간 개발비 5억원을 들여 완성했다.
아이티고는 옥외용 터치 디스플레이 구성을 위한 터치모듈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되는 터치디스플레이를 비롯해서 버스정류장의 티케팅 및 인포메이션등 준옥외 및 완전옥외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 장치류를 말한다.
그런데 아무 정보도 없이 무지한 상태에서 써왔던 주문용 키오스크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 일단 대부분의 적외선 터치장치는 디스플레이는 빛이 들어오는 바깥을 등지고 설치돼 있다. 혹은 건물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게 다반사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로 직사광선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보통 두 가지가 통용한다.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쓰는 방식은 정전식이다. 또 다른 방식은 ATM이나 키오스크에 사용하는 적외선(IR) 방식이다. 아이티고 역시 적외선 방식을 쓴다. 자칫 공공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장갑을 벗고 옥외환경에서 터치 스크린을 사용해야 하는 건 스마트폰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적외선 방식은 가로세로 xy축에 광학 LED를 빼곡히 배치해 마주보는 센서끼리 빛을 주고받다 터치가 되는 곳에 빛이 끊기는 것을 감지해 위치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적외선 방식의 바깥 나들이가 좀처럼 쉽지 않았던 이유다. 태양광이의 LED의 신호를 막아 정확한 위치 검출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다른 문제는 아직까지 아웃도어 환경에 특화되지 못한 시스템에 있다. 한마디로 방수가 안된다. 터치스크린을 위한 LED와 센서를 덧댄 적외선 터치모듈이 완벽하게 방수가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전기 장치는 습기에 취약하다.
터치 디스플레이가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2가지가 해결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 붙었다. 아이티고는 문제 해결을 위해 3가지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먼저 외부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태양광을 걸러내는 기술이다. 400~750nm 파장대를 흔히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 영역이라고 부른다. 터치 스크린이 좌표 검출을 위해 사용하는 LED 파장은 940nm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이다. 문제는 태양이 가시광 영역부터 적외선까지 모든 영역의 빛을 내뿜고 있어 LED 수광 센서에 교란을 일으킨다. 야외에서 LED 센서가 문제를 일으켜 그동안 적외선 방식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다. 아이티고는 태양광을 비롯한 다양한 빛의 파장 중에서 적외선 영역인 940nm 대역만 걸러내는 하드웨어 방식의 광학 필터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두 번째는 외부에서 번번이 만날 수 있는 비나 습기에 대한 대책이다. 터치 스크린을 감싸는 프레임은 물기가 들어가는 걸 원천봉쇄하기 위해 압출 방식의 알루미늄 프레임을 썼다. 파이프처럼 길게 직선으로 뽑아낸 구조라 디스플레이 크기에 맞게 잘라 쓰는 방식이다. 방수 성능은 국제 기준인 IP66 등급을 획득했다. IP66은 방진∙방수 성능에 관한 인증으로 먼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높은 압력으로 분사된 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이다.
마지막은 옥외용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다. 실외는 여러가지 환경 변수가 작용하는 곳이다. 전기, 전자적 문제는 방진/방습을 통해 해결하지만 적외선 말고도 터치 인식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생각 의외로 많다. 예를들어 야간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지나가는 자동차라던가, 사용자 본인이 빛을 등지면서 생기는 그림자 및 주변의 반사체에 의한 순간적인 반사광 같은 것이 그렇다. 이런 다양한 변수를 없애려는 이유는 보다 정확한 터치 인식을 위해서다.
그동안 궁여지책으로 사용하던 정전식은 일단 반듯이 사람손으로 유리면을 터치해야 하며 자체 단가가 높고 고장이 나면 터치유리 때론 디스플레이 전면부 전체를 바꿔야한다. 그만큼 교체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아이티고의 적외선터치 방식은 센서 모듈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과 시간절약 측면에서도 우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격이나 유지보수 장점 보다 중요한건 제품의 신뢰성이라 말한다. 물론 디자인적인 측면이나 정밀도는 정전식이 당장은 우월해도 옥외용이 지녀야 할 부분은 무엇보다 높은 신뢰성이라는 것. 공공기자제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사용자가에게 어떤 도구로든 조건 없이 자유롭게 터치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고장없이 튼튼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는 적외선 터치 스크린 관련 모듈 개발이 끝난 상황이라 이쪽 시장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주력중이다. 해외 시장 중에서도 북미의 QSR(Quick Service Restaurant) Self-Ordering드라이브 스루 시장은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마이크를 통해 대화 형태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 시장은 이미 이 분야에서도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라고.
무인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는 다민족 국가나 외국인이 많이 찾는 국가에서 여러 이점을 지녔다. 일단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외에서 ATM을 이용하거나 지하철 표를 살때 아는 언어로 바꿔서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록 한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불어나 독어 보다는 영어가 훨씬 편한 게 현실이다.
미국 시장은 이미 드라이브 스루 뱅킹 및 잡화점 분야도 무인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지점을 점점 줄이다 보니 ATM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돈을 찾는 데 자동차를 끌고 들어가는 게 아직 상상이 되지 않지만 조만간 우리에게도 다가 올 미래다.
사람이 하는걸 기계가 대체하는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건 이미 수년전일이다. 스마트 시티 산업에서 옥외용 터치 디스플레이의 도입은 필수가 될테고 비단 식음료 산업이 아니더라도 공공서비스망 구축을 위한 시장 니즈도 꾸준히 일어날 수 있는 시장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당시에는 기술 구현 문제로 못하던 걸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게 융합되고 있지만 상업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여전히 키오스크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반드시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다시말해 사용자가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문 배달앱으로 해결 안되는 게 있다. 반드시 그곳을 찾아야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면 사용자가 움직여야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옥외 정보나 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사용자에게 직접 제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 위한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데 대해 자긍심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누르는 게 아닌 인공지능을 통한 음성인식이 궁극적인 방향이 되겠지만 키오스크가 바깥에 놓여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땐 또다른 추억거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얘들아, 예전에는 주문을 할때 일일이 사람 손으로 원하는 메뉴를 꾹꾹 눌러가면서 했단다…” 수년 뒤, 아닌 수십년 뒤 우리의 후손들은 ‘보릿고개’ 시절처럼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게 뻔하지만.
지금은 없어졌지만 오래전 극장 포스터를 사람 손으로 일일이 그리던 직업이 떠올랐다. 4차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당장은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티고가 생각한 ‘일상으로의 초대’는 바로 이런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