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귀찮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숨쉬기다. 숨을 쉼과 동시에 공기 중 떠있는 분자 물질도 함께 들이마신다. 이 때 후각세포가 자극되면 향을 느끼게 된다. 후각 정보는 뇌에 전달되고 특정한 향기는 특정한 기억과 감정을 소환한다. 예컨대 싱그러운 나무 향을 맡을 때면 그 자체만으로도 숲속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어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향기다.
컨크는 언제 어디서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휴대용 아로마디퓨저 미습기다. 미습기는 아름다울 미에 가습기를 더한 말로 향기를 분사한다는 뜻이다. 물을 비롯한 용액이 분사되는 기존 가습기와 달리 아로마 오일이 함유된 용액을 확산할 수 있다. 디바이스에는 용액을 담을 수 있는 카트리지와 향기를 분사하는 헤더가 장착되어 있다. 카트리지 안에 화장수를 넣으면 미스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강점은 천연향을 분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퓨저, 방향제, 스프레이, 초 등 향기 용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 화학제품이 첨가되어 있다. 향을 오래 지속하고 멀리까지 내보내기 위해서다. 화학제품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제품은 상대적으로 발향세기가 약하다. 컨크는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액체를 미세한 입자로 변환한다. 화학적 용매 없이도 천연향이 안개처럼 퍼져나간다.
아로마 용액을 담는 카트리지는 제품과 분리된 구조로 제작됐다. 사용목적에 따라 교체해서 사용하면 된다. 용액은 깨끗한 상태로 보존되고 사용자는 원하는 용도에 맞게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 용액을 담을 수 있는 바디부분과 향이 분사되는 헤더부분을 분리했다. 카트리지만 바꿔쓸 수 있도록 분리해 고장 위험을 줄이고 용액이 쓸모에 따라 분사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카트리지는 별도로 구매 가능하다. 진동해서 분사되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할 염려도 적다.
“힘들 때 위안이 된 건 향이었다. 가장 힘들 때 향기로 기분이 나아졌던 그 순간을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프로그래머로 13년 간 일한 최보경 컨크 대표는 향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밤낮 없는 근무환경으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향은 최 대표에게 작은 위안이었다. 마음이 지치고 피곤할 때 숨만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향도 향 나름이었다. 조금이라도 화학제품이 섞인 향을 맡을 때면 머리가 아프고 코가 욱신거렸다. 심한 경우 구토 증상도 나타났다. 최 대표는 자연 그대로의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가습기 방식을 떠올렸다. 최 대표가 활용한 방식은 초음파진동자뒷면에 액체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내부에 필터를 설치할 필요 없이 초음파진동자가 물에 직접 닿는 방식으로 용액을 미세입자로 변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가습기 방식으로 오일이나 향기 용액을 분사하기 쉽지 않았다. 생각처럼 향기가 잘 퍼지지 않았다. 최 대표는 가습기 부품을 조합하며 향기분사에 최적화된 지금의 미습기를 고안했다.
초음파 진동자를 통해 분사하는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 아니다. 시중에 나온 가습기도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최 대표는 “단, 분사라고 해서 다 같은 분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같은 재료, 조리법으로 요리해도 맛이 달라지는 음식처럼 컨크에는 조합의 비밀이 숨어있다. 최 대표는 제조사로부터 “정말 제품이 아닌데 왜 정밀제품이 됐냐고 따진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테스트를 거쳐 완성했다고 말한다.
“경쟁력이 없으면 경쟁력을 만들면 된다”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컨크의 확장성은 더 커진다. 컨크 애플리케이션은 운전, 알람 등 총 4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예컨대 운전 중 모드를 활용하면 GPS 분석을 통해 구간에 따라 향기를 분사한다. 막히는 구간에서는 활력을 불어넣는 향기를 내뿜는 식이다. 가정 내에서 활용할 땐 개인데이터와 결합해 쓰임새가 다양해진다. 알람 모드로 활용할 시 기상시간을 맞춰 놓으면 미리 설정한 시간에 맞춰 조명과 향기가 함께 퍼져 나온다.
다음 출시 예정 상품은 거치형 컨크다. 화병 모양의 컨크는 내부에 카트리지를 세개까지 꽂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향을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거치형 컨크는 내년 봄 출시 예정이다. 홈 IoT와도 연동할 계획이다. 집에 돌아와 “피곤해”라고 말하면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자동으로 향이 분사되는 시스템이다. 최 대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읽고 자동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향기를 통해 일상생활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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