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도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같은 존재가 있다. 야구 모자와 후드티, 때론 슬리퍼까지 신고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테크 빌리어네어(개인자산 10억 달러 이상 소유자). 바로 아틀라시안(Atlassian)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캐논 브룩스(Mike Cannon-Brookes)다.
지난 10월 26일 호주 파이낸셜리뷰는 2017년 영리치리스트(Young Rich List)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7세인 마이크 캐논 브룩스와 공동 창업자인 스콧 파쿠하(Scott Farquha) 둘이 합쳐 60억 달러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호주에서 시작해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기업 아틀라시안의 성공 비결은 뭘까.
◇ 두 대학생의 아이디어로 시작하다=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아틀라시안은 협업과 생산성,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지라(Jira), 컨플루언스(Confluence), 비트버킷(Bitbucket), 트렐로(Trello), 스트라이드(Stride) 등이 주요 제품이다.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기업 사용자가 주요 타깃. 협업을 위한 최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입소문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2년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시절 두 청년이 의기투합해 방에서 시작한 테크비즈니스는 창업 15년 만에 130개국 10만 7,000 고객을 확보했다. 2017년 10월말 기준 100억 달러(10조원 클럽)에 진입하는 등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
◇ 수익 절반 R&D에 투자…플라이휠 전략=아틀라시안의 성공 비결은 마케팅이 아니라 R&D(Research and Development) 투자 우선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업은 수익 중 무려 46%를 R&D에 투자한다. 타 기업보다 매우 높은 비중인 것.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고객을 모으고 영업 조직에 쓸 비용을 절감해 저렴하게 판매한다. 핵심은 “더 많은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이다. 즐거운 경험을 지닌 고객이 입소문을 통해 또 다른 고객을 만들어내고 기업은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선순환을 만드는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 그것이다.
고객이 모르는 부분이나 불편한 점은 직원과 직접 통화해 설명을 듣는다. 모든 직원이 세일즈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과 제품 경쟁력이 아틀라시안의 성공을 견인한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객 분석…입소문과 피드백=제품 품질 뿐 아니라 고객의 사용 경험을 자세하게 분석해 입소문을 높이는 전략도 성공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파워 고객군을 모아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 사용 경험을 수집한다. 파워 고객군의 자율 활동을 계속 지원해 제품 개선이나 커뮤니티 활성화, 우수 사례를 발굴하는데 참여자가 열정적으로 아틀라시안의 일원이 되어 크게 기여를 하는 건 물론이다.
아틀라시안은 넷 프로모터 스코어링(Net Promoter Scoring)도 도입해 정기적으로 제품 만족도를 0-10으로 측정한다. 9-10을 준 고객은 추천, 7-8은 중립, 6 이하는 비추천으로 구분해 월 1만 5,000개 피드백을 수집한다. 속도와 기능, 사용성, 신뢰성 같은 항목으로 자세하게 나누고 매주 점수 변동과 개선을 분석한다. 비추천 실제 사용 경험을 자세하게 알아보고 불편함을 개선, 반영했는지 여부도 측정한다. 이처럼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는 게 영업조직 없이도 아틀라시안에 열광하는 팬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된다.
◇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사회공헌=아틀라시안은 호주 내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에 늘 선정된다. 이 기업 역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테크 공룡이 도입한 자율시간제와 복지 혜택, 사회 공헌 등에 가치를 둔다. 자율 복장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제한이 없고 취미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는 20% 시간제는 일하는 시간 중 20%는 일상 업무가 아닌 자신의 열정을 가진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는 제도. 직원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기업 문화 중 하나인 쉽잇데이(ShipIt Day)는 공동 창업자가 고안한 24시간 이벤트인데 참가자가 열정을 갖고 즐기는 일종의 경연대회다. 개인과 단체로 참가할 수 있고 24시간 이후 모든 팀이 완성품을 발표하고 이 중 가장 유용하고 참신한 프로젝트가 투표를 통해 우승하게 된다. 뽑힌 프로젝트는 바로 고객에게 출시되는데 쉽잇데이는 직원의 창의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사내 팀 빌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류를 향한 가치 창조는 아틀라시안의 DNA다. 플릿지 1%(Pledge 1%)는 이런 목적에서 시작된다. 1% 기여는 시간과 이윤, 제품 어떤 것이라도 좋다. 지난 15년간 계속 추구해온 아틀라시안의 사회 공헌은 다른 개인과 기업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 10만 명을 대상으로 테크 교육에도 힘쓸 예정이다.
◇ 미국 나스닥 상장과 성장 전략=지난 2015년 아틀라시안은 호주 증권 시장에 상장하지 않고 바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자국 증권 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채 미국에 직상장한 경우는 중국 알리바바(Alibaba), 스웨덴 스포티파이(Spotify) 등이 유명하다. 당시 아틀라시안의 선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올해 10월말 IPO 상장 시점보다 2배 이상이 넘는 시가총액 100억 달러(10조원 클럽)을 달성하는 등 아틀라시안은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했다.
아틀라시안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기업에 더 많은 성장 기회가 보인다는 것이다. 올초 트렐로를 4억 2,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슬랙의 대항마로 스트라이드를 출시했다. 이런 제품 포트폴리오는 새로운 고객 창출과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마케팅과 영업에 집중하지 않는 배짱 넘치는 기업. 고객에 집중하고 사회 공헌에 힘쓰면서도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이들의 행보는 상당수 테크 스타트업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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