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신문지상에는 성장 중인 스타트업을 소개하며 ‘창업 2년만에 연매출 ㅇㅇ억 돌파’ 등과 같은 문구를 사용한다. 이러한 기업 중에는 실제로 알토란 같은 이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겉모양은 그럴듯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커진 덩치만큼 손실이 쌓여가는 기업도 있다.
과연 신문지상에 소개된 그 기업이 정말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일까? 벤처캐피털이 투자해도 좋을 만한 기업인가? 은행이 돈을 빌려주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만한 기업인가?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가 보기에 임금 체불의 가능성은 없을까?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 기업인가?
이런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의 숫자, 즉 회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단지 회계상 수치만 가지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경영진의 비전, 구성원의 역량, 사업 모델, 보유 기술력 등 계량화 하기 어려운 수많은 정보를 의사결정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회계는 기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가장 기초자료로 활용되므로 회계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기업의 회계는 재무제표라는 보고서 양식으로 구체화된다. 그런데 재무제표는 기업에서 작성하는 것이므로, 기업과 독립된 제3자가 재무제표를 검토하여 투자자 등 기업 외부인에게 해당 재무제표가 신뢰할만 하다고 인증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회계감사 업무다. 회계감사 결과물로 감사보고서가 작성되는데 재무제표가 적절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의견이 기술되어 있고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도 첨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직전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반드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http://dart.fss.or.kr/)에 접속하여 열람이 가능하다.
재무제표 구성요소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재무상태표란 마치 사진을 찍어서 보듯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과 부담하고 있는 채무 현황을 나타내는 표다. 재무상태표의 세부 항목 중 현금, 예금, 단기금융상품 등과 같은 금융상품 계정을 살펴보면 기업이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크기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긴급히 자금이 필요할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재무상태표 중 유형자산 계정에서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건물, 기계장치, 차량, 비품 등의 목록과 금액을 볼 수 있다. 토지를 제외한 유형자산은 누적된 감가상각비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5천만원짜리 기계장치를 구입해 5년간 사용한다면 구입시점에는 5천만원으로 표시하고 1년이 지날 때마다 1천만원씩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표시하여 5년 뒤에는 재무상태표에서 없어지게 표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형자산 계정도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개발비’라는 계정이 있다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활동을 진행하는 경우 재료비, 시험검사비, 연구개발인력의 인건비 등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 게임산업이나 제약산업의 경우 수백억 이상을 투입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때 투입된 자금은 후술할 손익계산서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나, 만약 개발의 성공가능성이 높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이 된다면 재무상태표의 ‘개발비’ 라는 재산(자산)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발비로 처리하면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에 비해 재무제표가 전반적으로 건전하고 우량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조건이 되지 않음에도 재무제표를 좋게 보이기 위해 개발비로 처리한 것은 아닌지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재무상태표의 부채 항목은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이나 외상으로 물건을 매입하여 향후 지불해야 할 채무 등과 같이 특정 시점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채무의 현황을 나타낸다.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 중 자본금은 발행주식수에 액면금액을 곱한 것이다. 주의할 점은 자본이나 자본금을 특정 시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예금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이나 예금은 자산의 세부항목이다. 자본이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부채를 차감한 잔액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예를 들어 기업을 특정 시점(재무상태표일자)에 청산한다면, 자산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부채를 갚고 나서 남은 자금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분배될 것이다. 이 금액을 나타낸 것이 자본이라고 보면 된다.
손익계산서 항목을 살펴보자. 손익계산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여 나타내는 표다. 재무상태표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한 표라는 점에 대응된다. 손익계산서의 매출에서 출발하여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하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 즉 ‘영업이익’ 이 계산되고, 계속해서 영업외수익과 비용 등을 가감하면 당기순이익이 계산된다.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는 특히 영업이익이 중요하다. 영업외수익이나 영업외비용은 이자수익이나 이자비용과 같이 기업의 자금조달구조에 따라 변동이 가능한 내역이 많고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수년 동안 손익계산서 각 항목의 변동을 살펴보는 것도 실무적으로 자주 활용하며 유용하다. 과거로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변동해 오는 추세를 살펴보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의 각 표는 모두 숫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을 ‘주석’ 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자세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주석에서 기업이 보유중인 타 기업 지분(주식)에 대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통해 다른 기업들과의 제휴관계나 계열사 등의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혹은 보유중인 토지나 건물의 공시지가나 지번 등에 대한 내용을 통해 재무상태표 상의 수치보다 실제 부동산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자산 중 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자산이 있다면 그런 사실도 주석에서 제공한다. 혹은 현재 계류 중인 소송사건에 대한 내용이 기술된 경우도 있다.
실무적으로는 재무제표 각 요소 간 비율을 분석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중급 이상의 회계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계 기초지식이 적다고 하더라도 재무제표 각 구성 요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무제표의 금액과 주석을 면밀히 살펴보고, 얻은 정보를 적절히 고려해 재무제표를 검토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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