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UCC라 불리던 1인 창작자는 저마다 특색있는 MCN 플랫폼으로 흡수됐다. 그들이 생산하고 있는 콘텐츠 역시 각양각색이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숨겨진 끼를 가감없이 발산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자신의 취미나 일상을 소개하기 바쁘다. 최근 유행하는 ASMR 역시 마찬가지.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라는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카테고리 역시 1인 창작자를 통해서 급격히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수많은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렇게 생산된 영상을 올리는 곳은 유튜브나 몇몇 소셜 네트워크를 빼곤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일일이 구독이나 팔로우를 해야만 볼 수 있는 것 역시 번거롭다.
일반 구독자가 좀더 쉽게 접근할 수는 없을까? 간단하게 보고 좋아하는 의사를 내비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창작자 역시 간단하게 올리고 팬덤을 끌 수 있는 방법이면 더할나위 없겠고. 이런 고민에 대한 어메이저(amazer)의 해결 방법은 약간 달랐다.
‘놀랍다’라는 뜻에서 따온 어메이저는 지난해 12월 법인 설립을 마치고 서비스는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신생 회사다. 이의중 대표는 네이버에서 10년간 전략기획 콘텐츠 담당하다 선데이토즈에서 3년을 보내며 캐릭터 사업 전반을 담당하며 경험을 쌓았다.
외부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비즈니스 경험은 플랫폼 사업으로 가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람을 모으는 일인 만큼 자체 콘텐츠가 아닌 사용자의 콘텐츠를 활용해 이용자를 끌어모을 묘책을 찾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초창기는 전공을 살려 음악 관련 비즈니스로 시작했지만 한 차례 피봇팅 후 지금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안착했다.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한곳에 쏟아붓고 ‘좋아요’를 받는 시스템은 간단하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이 동일한 형태로 서비스 중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단 얘기다.
어메이저 역시 콘텐츠를 플랫폼 안으로 모으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셀피, 립싱크, 댄스 등 다양한 미션에 맞는 영상을 사용자가 직접 어메이저로 업로드한다.
보통 일반적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구독자가 많은 극소수 인플루언서에게 좋아요나 조회수가 몰리기 십상이다. 눈에 띄지 못하는 대다수의 일반 업로더에게는 콘텐츠 노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빈익빈부익부’ 다양한 사람에게 균등하게 기회가 가지 못하는 상황은 비단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메이저는 ‘배틀’ 시스템을 통해 좀더 완성도 높은 영상을 투표로 선정하는 방식을 썼다. 같은 미션이나 키워드로 업로드한 영상이 랜덤으로 노출되고 위아래로 동시에 재생되는 2개의 영상 중에서 마음에 드는 영상을 스와이프하면 된다. 그리고 균등한 기회로 노출된 영상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용자가 어메이저로 뽑히는 방식이다. 마치 한때 TV 예능에서 유행하던 ‘이상형 월드컵’이 연상된다.
국내 예능이 떠오르지만 오히려 외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 지난 2월 서비스 시작 후 현재 누적 다운로드는 6만건, 동영상 콘텐츠 업로드는 3만건인데, 그 중 95%가 해외에서 업로드됐다. 특히 미국/유럽 사용자는 전체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하고 UX를 담당하는 공동창업자가 미국인입니다.” 해외에서 음악 서비스를 창업했던 경험을 살려 글로벌 입맛에 맞게끔 UX를 가다듬었고 개발 인력 역시 동영상 서비스 경험이 있는 인원으로 구성했다. 언어는 현재 7개 국어로 서비스 중이다.
사용자의 반응도 국내와는 사뭇 다르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 주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게시하는 ‘유저 크리에이티브 미션’의 빈도가 높은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모지 챌린지’가 글로벌하게 진행된 대표적인 케이스. 이모지와 함께 대화하거나 행동을 따라하는 영상을 사용자가 찍어서 업로드 할 수 있는 미션으로 사용자 제안으로 인해 정식 미션이 됐다.
이모지 관련 미션에서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어메이저의 주 타깃은 어리다. 요즘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는 1525. 그 중에서도 십대 위주의 사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페이스북 보다는 인스타그램을 선호하고 인스타그램 보다는 스냅챗에 열광한다.
요즘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스냅챗을 누리고 급부상 중인 뮤지컬리(Musical.ly) 앱을 통해 영상을 제작한 다음 어메이저로 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뮤지컬리는 15초짜리 립싱크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플랫폼으로 최근 중국 터우탸오에 1조원에 인수된 회사다.
요즘 10대는 엄청난 영상을 찍는데 이걸 모두 또래 친구와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렇게 생산된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손쉽게 소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얘기다.
어메이저는 요즘 유행인 콰이나 스노우 같은 영상을 보다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셀피, 립싱크, 케이팝 댄스가 어메이저의 대표 카테고리다. 어메이저가 주타깃으로 생각하는 십대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다. 일단 업로드 되는 영상의 길이는 요즘 인기 있는 동영상 만큼이나 짧다. 셀피는 5초 내외, 립싱크도 보통 30초. 1분을 넘기는 영상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평균 재생 시간은 40초 내외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는 앞서 설명한 배틀 시스템이다. 주제별로 하루에 한번씩 다른 업로드 영상을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중복은 최대한 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하기 위해 이용자 성별, 선호도, 국가, 나이, 배틀 승률 등을 조합해 매일 매칭 상대를 바꿔주는 방식이다. 앱을 실행할 때마다 동일한 영상이 보이면 흥미를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반년간 서비스를 통해 노출된 동영상 수는 600만건에 달한다. 배틀 형태로 사용자에게 보여줬으니 약 1200만건 이상의 동영상이 어메이저를 통해 소비됐다. 어메이저 서비스 속에서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어메이징을 가장 많이 받은 업로더는 20만건의 스와이프를 사용자에게 얻어냈다.
이 대표는 어메이저가 “크리에이티브한 친구들을 위한 가장 힙한 장소가 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이제 세상은 쿨(cool)을 넘어서 힙(hip)함으로 진화중이다. 멋진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전 보다 트렌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세상엔 멋진 것들이 쌔고쌨다. 요즘 십대들은 멋진 것 만으론 만족을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영상을 스와이프 하는 지극히 단순한 UX가 그들에게는 도리어 쿨하면서도 힙한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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