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전략과 관련 디바이스 및 생태계를 공개했다.
사실 MR이란 개념은 최근에 나온 기술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회를 통해 논문으로 나온 기술로 사람과 PC를 연결할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UI, UX, HCI와 함께 등장했다.
여기에 PC과 환경을 인지하기 위해 센서, 비전컴퓨팅, 사운드 같은 공간 인식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더해졌고 이 부분을 포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등장한 개념이 바로 MR이다.
현실 공간 위에 필요한 정보를 띄우는건 AR이다. 완벽한 가상의 디지털은 VR이다. MS에서는 AR에 가까운 홀로렌즈를 내놨고 이번에는 VR에 가까운 MR 관련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선보이게 된 것.
VR과 MR의 차이는 환경의 이해도에 달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부딪히면 아프다. 그래서 MR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공간을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가상의 막을 제공한다.
보통 이런 기능 구현을 위해서는 공간센서를 달아야 하지만 MS가 설계한 MR 관련 디바이스는 인사이드 아웃 스캐닝이라는 방식으로 HMD 본체에 내장된 센서로 사물을 인식해 설치 과정의 번거로움을 덜어냈다. HMD 자체 내장된 메인보드에는 HPU라고 부르는 인텔의 32비트 프로세서와 윈도우 10이 내장돼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보급의 장애물로 지적받던 HMD 디바이스 가격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 가격은 미국 기준으로 399달러부터. 오늘 발표한 제품 중 최고가인 삼성전자의 오디세이(Odyssey)는 79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이달 21일부터 전국 동시 판매에 들어간다.
MS와 MR 관련 파트너를 맺은 6개 회사 중 최고 사양 제품은 내놓은 삼성의 오디세이는 3.5형 듀얼 AMOLED에 최대 2880×1600 해상도와 110도의 1인칭 시야각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여기에 삼성이 인수한 하만 브랜드의 AKG 헤드셋을 탑재해 360도 사운드와 보이스 채팅을 제공한다.
자신의 PC가 MR 환경을 구동하는데 적합한지 알고 싶다면 윈도우 스토어에서 ‘Microsoft Mixed Reality PC Check’를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 보면 된다. 최소 사양은 지포스 계열이나 인텔 그래픽 520 이상이지만 권장사항은 지포스 1060 이상, CPU의 경우 인텔 7세대 i5 이상이다.
가장 중요한건 MS가 새롭게 짠 MR이라는 판이다. 가상현실과 관련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런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끌고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MR 헤드셋을 통해 접속하면 일종의 ‘가상의 방’을 처음 만나게 된다. UX과 기존 윈도우 데스크탑 환경과는 괴리가 있지만 모델하우스처럼 멋진 집 내부에서 시작을 한다. 앞으로 사용자가 만나게 될 새로운 환경의 데스크탑 환경이다.
이미 등록 된 기존 2만2천개에 달하는 2D 기반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구동 가능하다. 가상현실인 만큼 이곳저곳에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배치해두고 언제든 클릭해 사용하는 환경이다. 대신 입력 장치가 마우스에서 전용 입력장치로 바뀌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손으로 직접 구동을 해야한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기존 2D 데스크탑 환경이 3D 공간으로 달라졌으니 그동안 우리가 데스크탑 환경에서 쓰던 폴더나 디렉토리 개념은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다.
MS는 이런 과정을 ‘입체적 콘텐츠 소비’라고 표현했다. 사실 지금 당장은 50개 정도의 전용 소프트웨어 밖에 준비되지 않았지만 기존 프로그램을 가상의 공간에서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고 스팀이라는 VR 전용 플랫폼을 통해 96%에 달하는 앱을 바로 즐길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벌어 둔 셈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MS가 윈도우와 데스크탑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점이다. 창문(window) 대신 수많은 방이 존재하는 집으로 말이다. MS가 꿈꾸는 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