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25년전 태어난 슈퍼컴퓨터 크레이(CRAY)의 능력을 손목에 찬 애플워치로 경험할 수 있는 시대다.”
빠른 기술 가속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997년 뉴욕타임즈가 “컴퓨터가 사람을 바둑으로 이기는 데 백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데 불과 19년 밖에 안 걸렸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페스티벌 ‘스타트업콘 2017(Startup:CON 2017 Underdogs Lead 4IR)이 11월 29∼30일까지 양일간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최된다.
첫 날 행사에서 테크크런치(TechCrunch) 유럽 편집장 마이크 버처(Mike Butcher)는 기조 연설을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공룡 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구독자를 확보하는건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수직 산업과 니치 시장의 태부족을 한국의 온라인 구독 모델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한국은 뉴스 기업을 지원할 정도의 시장 규모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온라인 미디어 산업 국가에 비해 몇 가지 우수한 장점을 지닌 나라라고 평가했다. 우선 높은 스마트폰 보급율과 빠른 인터넷 속도를 꼽았다. 그가 한말을 고스란히 옮겨 적자면 “한국이 부러울 정도”라고. 반면에 안타까운 사실은 제법 긴 출퇴근 시간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독자를 모으기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게임 용어로는 ‘타깃 리치 환경’이라 부른다. 타깃(구독자)이 많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한마디로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 있어 한국은 우수한 시험대라는 평가였다.
마이크 버처 편집장은 외국 사례를 설명하기 앞서 ‘상생’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미국의 경우 복스(Vox)미디어나 버즈피드 같은 온라인 미디어끼리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해 함께 협력하고 다양한 사업구조를 공유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미국 온라인 미디어는 콘텐츠 연계 상품으로 인해 더이상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시장으로 진화 중이다. 콘텐츠 안에서 상품 링크를 통해 자연스러운 구매를 유도하고 이렇게 수집한 이용자의 쇼핑 관련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해가며 새로운 수익 창출을 함께 꿈꾸는 중이다.
그렇다면 언더독(UnderDog))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의 생존 해법은 뭘까? 모든 스타트업이 갖춰야하는 야망, 꿈, 인재 확보, 자본, 고객 접근성 등도 중요한 요소다.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새로운 창업을 꿈꾸는 학생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게 존재할 때 비로소 스타트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정부의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도 꼽았다. “창업지원 정책은 정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게 그의 말이었다.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을 갖춰야만 실패를 딛고 새출발이 가능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4IR 환경이 불러 올 혁신과 상생의 시대에 발맞춰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 역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강연을 통해 몇가지 사례를 공유했는데 먼저 ‘steemit’이라는 곳은 콘텐츠를 올리거나 큐레이션 한 댓가로 암호화폐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미 시가 총액 규모가 2억 5,7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크리에이터가 올린 콘텐츠에 ‘좋아요(like)’ 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사용자의 관심을 수익으로 현실화’ 시킨 대표 사례다.
‘indaHash’는 인플루언서 플랫폼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소셜 네트워크에 캠페인을 게시하고 팔로워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현금이 아닌 가상 토큰을 발행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평판관리 시스템을 통해 가치있는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둔 것이 일반적인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현재 전세계 70개국에서 30만명의 인플루언서가 활동 중이다. 이밖에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인 ‘metaX’, 이더리움을 통한 광고 수익 모델인 ‘brave’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마이크 부처 편집장은 “가장 중요한 건 항상 메인은 메인으로 둬야한다는 것이다. 트래픽이 아니라 핵심성과 지표에 관심을 두고 고객참여 플랫폼과 모바일, 암호화 화폐 같은 보상이 가능한 중요한 부분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몇년 이내에 ‘테크크런치 서울’의 런칭 의사를 Q/A 세션을 통해 밝히고 해외 진출에 대해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안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한데, 공동 창업자 중 한두 명이 해당 시장으로 가서 그 시장을 경험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써야 할 정착 자금 조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투자 유치를 위한 기반 확보한 다음 충분한 시장조사, 검토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테크크런치 역시 침실을 사무실로 개조해 집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사무실이 필요 없었다. 사실 인터넷이 우리의 사무실이다.”라며 자신들은 ‘디지털 유목민’이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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