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Party)란 말은 한글과 함께 많이 쓰일 만큼 일상적인 언어다. 우리 언어로 표현하자면 잔치라 해도 될까. 필자가 어릴 때는 생일파티보다는 생일잔치란 말을 더 자주 썼던 것 같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많은 종류의 파티를 다니면서 한국 문화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 문화가 미국인에게 잘못 비춰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인은 미국 중심 문화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를 ‘킴취(Kimchi)’라고 하는 미국인 친구에게 한국인인 필자가 발음교정을 해줘도 굳이 (그리고 감히) 일부는 K로 시작되는 단어이니 ‘킴취’가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문화적인 행동이나 표현이 이들의 문화적인 잣대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미국이 굳이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과거에는 많이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미국인에게 그들의 문화에 맞게 행동을 해주는 것이 오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어 파티에서 있을 수 있는 파티문화를 몇 가지 적어본다.
◇ 초대=미국에서 파티라고 하면 조촐한 파티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파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막상 파티에 초대되어 가면 자신이 아는 사람은 파티 호스트 한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파티장 한쪽에 홀로 서서 파티장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겠는가. 아니면 아는 친구를 찾아 그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는가.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파티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호스트의 친구로서 동등한 관계로 본다. 그렇기에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 다가와서 또는 생전 만난 적이 없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 것이 분명하다.
◇ 인사=눈이 서로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냥 지나가는 미국인은 거의 없을 거다. 미국인은 정말 친절하다 느낄 정도로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잘 나눈다. 여러분도 분명 파티장에서 혼자 있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때 가장 흔한 인사말로 ‘Hi (하이)’란 말을 한다. ‘How are you?’나 “Good afternoon’과 같은 인사말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어떤 말보다 더욱 가볍고 친근한 인사 방법이다. 우리말로 ‘안녕’이란 말이지만 그 뒤에는 ‘우리 인사 나눌까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에 대한 답으로는 똑같이 ‘하이’로 답하면 된다. ‘나 인사 나눌 수 있어’란 뜻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하다.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다면 가볍게 반응만 보이고 다른 곳을 쳐다봄으로써 대화를 단절시킬 수 있겠지만 파티장이란 안전한(?) 곳에서 굳이 대화를 피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 첫 대화=서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라면 바로 대화는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불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당연한 절차다.
첫 대화의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다. 호스트와의 관계를 묻는 것일 수도 있다. ‘So. Are you a friend of Jack? (너 잭 알아?)’라든지 ‘Having fun?(재미있는 시간 보내니?)’와 같은 대화로 다음 분위기를 이어 나가면 된다.
이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Eye contact(눈 맞춤)와 Smile(미소)다. 이 2가지가 ‘그래 나도 너와 대화를 하고 싶어’란 뜻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요즘은 과거보다 아시안 사람들이 미국 문화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아서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무지한 사람의 경우 눈을 맞추지 않거나 얼굴이 무표정인 경우 당신이 대화를 지속하고 싶지 않는다는 상황으로 오해할 수 있다.
◇ 통성명=몇 가지의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바로 통성명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느 정도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마치 잊었다는 듯 ‘By the way, I’m Mike. (참. 난 마이크라고 해)”라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것이다. 그럼 학교에서 배웠듯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자. ‘I’m Jay (난 제이라고 해)’ 혹시 본인의 이름이 미국인에게 발음되기 어려운 이름이라면 쉬운 이름으로 대신해 줘도 될 듯하다. 어차피 어려운 한국식 이름을 이 사람들이 기억할 리 없다. 그렇다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알려주고 나중에 더 친하게 되면 원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 줄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름을 주고받았다면 이제 둘은 지인이 됐다. 아마도 새 친구의 친구가 다가오게 되면 또 다른 친구를 또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젠 여러분이 새로운 친구에게 나의 새 친구를 소개해도 된다. 이렇게 파티는 점점 내 친구들이 많은 파티로 발전해 간다.
◇ 들어주기(Listening)=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우리 언어와 문화권이 아니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웃음의 코드가 우리 것과 당연히 다르다. 여러분이 영어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면 상대방은 바로 당신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 것이고 대회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여러분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이 대화가 지속될지 아니면 어색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Excuse me(실례해요)’라며 대화가 끊길지가 결정된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상대방이 흥미로워 할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 아마도 당신이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대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힘들다. 꼭 대화를 많이 해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대화에 당신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Listener(들어주는 사람)가 되는 것이다.
이제 준비가 되었는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결정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네트워킹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만큼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다른 문화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의 차이는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그 문화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을 알고 생각을 나누면서 배우게 된다. 똑같은 상품을 바라보는 우리가 시각과 다른 문화로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함으로써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곳 뉴욕에서는 오늘도 출신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매일 수많은 파티와 라운드테이블에서 수많은 만남과 네트워킹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뉴욕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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