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맨해튼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란 곳이 있다. 스태튼아일랜드는 뉴욕시 5개 자치구 중 한 구를 형성하며 허드슨 강 하구 섬으로 이뤄져 있다. 맨해튼 1번 지하철을 타고 남쪽으로 사우스페리(South Ferry)라는 마지막 정류장까지 내려가면 스태튼아일랜드로 연결되는 수상버스(Ferry)를 탈 수 있다. 수상버스는 매 30분마다 운영되며 모든 승객들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대부분 배의 오른쪽 갑판 쪽으로 몰리면서 조그만 자리경쟁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스태튼아일랜드로 가는 길에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필자가 뉴욕에는 10번은 넘게 와 봤지만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리가 좀 있어서인지 기대했던 것만큼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으로 이민 왔던 많은 이민자에게 마치 손을 흔들며 환영하듯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여줬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30분 가량 지나 스태튼아일랜드에 도착한 후 바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스테이플튼(Stapleton)이란 역에서 내렸다. 스태튼아일랜드는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가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은 ‘스태튼아일랜드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재건정책에 따라 2019년까지 15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산업지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섬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문을 닫은 상가도 눈에 띈다.
전철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공장건물같이 생긴 곳이 있는데 눈에 익은 스태튼아일랜드레이커스페이스 로고가 보인다. 겉에서 보기엔 그닥 커 보이진 않았는데 다른 메이커스페이스보다는 여유 있는 공간을 쓰고 있었다.
막상 입구로 들어가 보니 다른 메이커스페이스 보다는 좀 더 중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금속을 재료로 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하도록 밀링머신 그리고 절단기들이 눈에 들어 왔다. 특히 개인적으로 한 번은 꼭 배워보고 싶었던 용접기구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나무공예가 가능한 공구나 기구들도 있었고, 레이저 절단기나 워터젯 절단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을 지나면 코워킹스페이스가 있다. 개별 스튜디오를 임대해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개발도상국에 화장실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도 있고, 금속공예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그리고 타자기를 직접 고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스튜디오도 눈에 띄었다.
3D프린터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이곳의 스케일은 웅장했고 대단했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이었다. 좁디좁은 공간을 라디오 스튜디오로 꾸미고 바깥이 바라보이는 창문 안에서 생방송으로 라디오 프로그램(MakerParkRadio.nyc)을 운영하고 있었다.
스팀트럭(Steam Truck)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근처 학교에 나가 있어서 직접 눈으로 보진 못 했다. STEAM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의 약자를 딴 단어로 최근 미국 과학교육을 이끌고 있는 중심 커리큘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며 설계하고 만들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에도 STEAM 교육이 알려져 있지만 전시나 대회 위주의 행사로 많이 집중되고 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스타트업은 살아있는 생태계로 비유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생태계(Startup Ecosystem)라고 말하고 있다. 동물의 생태계의 가장 아래에 풀과 식물이 자리 잡고 있다면 스타트업의 가장 아래 단계의 존재는 무엇일까? 바로 일반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작업하는 이러한 메이커스페이스가 아닐까 싶다.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이 고장 낸 전등을 고쳐야 한다. 내 몸에도 메이커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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