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외로움 던다

규모에 놀라고 정교함에 놀란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이 구축한 국내 최대 규모의 3D 스캐닝 스튜디오 얘기다. 천장 까지 둘러싼 160개의 DSLR카메라가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 신체 움직임, 근육의 떨림까지 하나하나 캐치한다. 오로지 VR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구축한 시설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Reality Reflection)은 이미지 프로세싱 전문가 손우람 대표와 태터앤컴퍼니, 파이브락스 창업자 노정석 CSO 가 2015년 4월 공동창업한 VR 콘텐츠 개발 전문 기업이다.

3D신체 스캐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성형 시물레이션 솔루션 기업을 운영하던 손우람 대표를 창업과 엑싯을 여러 차례 경험한 노정석 CSO가 발굴해 2015년부터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노 CSO와 손 대표와의 만남은 우연히 이뤄졌다. 창조경제박람회를 둘러보던 노 CSO가 손 대표의 부스를 지나게 된 것. 손 대표의 3D 신체 스캐닝 기술은 파이브락스 매각 후 다음 사업을 구상 중이던 노 CSO의 눈길을 끌었다. 노 CSO가 관심을 갖고 있던 휴먼데이터란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노 CSO는 손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 바로 ‘함께 사업을 해보자’라는 제안을 던졌다고 한다.

손우람 대표는”당시 부스를 방문한 노 CSO님은 명함도 없었고투자자 같은 모습도 아니였지만 기술적으로 깊이 있는 질문을 많이 해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가 누군지 알고 나서는 더욱 믿음이 갔다고. 그는 “유명한 창업자라는 사실보다는 어린시절부터 우상으로 생각했던 카이스트 해킹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고 그런 분의 제안이였기에 흔쾌이 승락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아이디어 디벨롭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장 범위를 성형에서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큰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다. “신체정밀측정기술을 기반으로 체형보정 제품을 만들자고 방향을 틀었는데 작은 기업이 하드웨어를 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유통망 네트워크도 없기도 했고 요. 다시 소프트웨어쪽에 집중하자고 해서 찾은것이 바로 VR 가상현실 분야입니다”

2015년 당시만 해도 VR은 미래기술로만 인식돼 관련 분야 기업들이 많지 않았다. 유명 기업에 인수되는 VR 스타트업이 있긴 했지만, 국내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운인지 2016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기술 화두가 VR쪽으로 몰리면서 리얼리티리플렉션도 기회를 맞는다. 스톤브리지, SK텔레콤 등에서 시리즈 A투자 유치를 하면서 약 41억원의 자금도 확보했다.

손 대표는”다양한 VR 영역에서도 우리는 사실적인 인물 묘사에만 집중하자는 목표로 VR에서 사람을 생각하면 바로 리얼리티리플렉션을 떠올리게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이 만드는 휴먼캐릭터는 영화 CG로 구현되는 인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CG는 인물들이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리 계산이 가능하지만 VR은 사람이 매 순간 어디서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정해진 틀이 없어 사실적으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160개의 카메라를 통해 얼굴의 모공까지 잡아내는 고해상도의 스캐닝을 하고도 VR에 적용하면 부자연스러워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3D 휴먼 스캐닝과 실시간 포토리얼리스틱 렌더링이란 독자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실시간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말까지 기술개발에만 매진한 결과다.

영화와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업계에도 이 기술이 소문이 나면서 국내 유명 연예인과 아이돌 등이 리얼리티리플렉션의스튜디오를 찾아 VR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곧 개봉예정인 영화 염력의 주인공인 배우 류승룡과 심은경 역시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얼굴 인식 기반 3D 이모티콘 채팅앱 브이모지도 출시했다. 사람이 따라하는 표정을 동물같은 이모지에 투영해 보여주는 앱이다. 브이모지는 3D 카메라가 탑재된 아이폰엑스의 애니모지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2D 카메라에서도 활용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사람을 그대로 따라는 실사형 AI 아바타를 개발하고 아바타에 AI 기능을 연동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현재 투자사인 SK와 협력해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며 올해 2월에 열리는 MWC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손 대표는 “일본에 등장한 홀로그램 비서 게이트박스처럼 디스플레이와 홀로그램을 활용해 실사와 거의 흡사한 휴먼캐릭터와 대화도 하고 가상의 여자친구를 만든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VR게임인 갱스터언더그라운드포커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실제 마피아가 되어 포커 게임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포커를 즐겨하는 해외 유저를 타깃으로 제작됐다. 손 대표는 전 세계 VR게임 상위 10위까지는 콘솔 게임이 강한 북미와 유럽 게임사 사이에서 갱스터 게임을 성공시켜 상위권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희의 궁극적인 비전은 정말 사실적인 AI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희의 AI 아바타와 대화하고 친구처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AI 연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1인 가구나 모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가상현실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꿈입니다. 올해는 브이모지와 갱스터언더그라운드포커 출시와 더불어 국내 VR게임이 글로벌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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