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이면 나물 요리만 30여 가지가 상에 올랐다. 나물을 말리는 일부터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리는 일까지 모두 어머니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 나물 장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면? 이병훈 쉐어러스 대표의 머릿속에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시니어의 삶과 경험을 나누는 플랫폼, 쉐어러스다.
◇시니어의 시간과 경험을 나누다=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16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쉐어러스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천생 직장인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의 일원이라는 안정감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런 그에게 고민이 생겼다. 이 대표는 “삶이 정체되는 것 같았다. 삶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고민이 깊어질 즈음 어머니를 통해 아이템을 구상했다. 시니어의 재능과 경험을 젊은 층에게 전하고 이를 시니어에게 경제적 이익과 연결 짓는 것이다. 실제 20~30대가 이용하는 재능공유플랫폼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시니어와 주니어를 연결하는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8월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니어 섭외에 나섰다. 시니어는 쉐어러스 내에서 ‘프로’라고 불린다. 현재까지 모집한 프로는 32명이다. 프로 섭외까지 주변의 도움이 컸다. 쉐어러스의 가치에 공감한 이들이 숨은 고수를 추천했다. 엽문의 견자단으로 알려진 영춘권부터 LP판을 만 장 이상 보유하고 있는 프로의 팝·역사 강의, 꽃차, 꽃케익, 애니어그램, 캘러그라피,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무관리까지 주제도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모두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프로가 진행한다. 강의는 소규모 그룹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석자와의 교감을 위해서다.
◇“초반 거부감만 줄인다면 자신 있다”=꼰대, 권위주의, 기성세대를 나타내는 키워드 중 하나다. 시니어란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어감이 묻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이 대표 또한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시니어와 만나면서 편견은 깨졌다.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다. 행복하게 사는 법과 즐겁게 사는 법이 공통의 화두더라. 얘기를 하다보면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시니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젊은 층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일은 쉐어러스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 다음은 자신 있다. 이 대표 자신도 강연자 섭외를 하는 동안 실제 배우고 싶은 강연이 많았다고 전한다. 에이스 프로를 꼽아달라는 말에 “너무 많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명상 강의의 경우 설거지를 하거나 근무 중에 할 수 있는 명상 등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명상을 통해 얻은 효용을 공유하며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SNS 채널을 통해 쉐어러스의 이야기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쉐어러스는 프로가 영상을 통해 강의 내용을 소개한다. 나아가 왜 강의를 시작하고 계속하게 되었는지,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담는다. 이 대표는 “품은 많이 들더라도 쉐어러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프로의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http://https://youtu.be/Dzi6Fj8jd1I
쉐어러스는 지난해 첫 수익을 거뒀다. 정식으로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강연자 인터뷰 제작과정에서 영상 제작 섭외가 들어온 것이다. 다음 단계 사업 아이템도 이와 연결된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는 영상자서전이다. 이 대표는 “돈과 사회적 지위, 명예로 삶의 가치가 정해지지 않는다. 누구든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든, 자식에게든 이야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쉐어러스는 경험공유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쉐어러스의 최종 목표에 대해 “시니어가 가장 함께하고 싶은 서비스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월 중에는 체험단을 모집하고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 가다듬는다. 2월 중에는 서비스를 공개하고 시니어와 강연자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시니어 프로 200명을 확보하고 누적 강의 1,500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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