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 2016년 1월 ‘온라인 투자업’이 법령으로 지정되고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3년차. 만으로 2년이 되는 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계의 대표주자인 와디즈의 신승호 이사(CMO)를 만나 올해 크라우드 펀딩 업계를 전망해 봤다.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배의 성장을 이룬 해다. 와디즈는 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한 해이기도 하다. 올해 전망 또한 밝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한도가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계의 인지도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리워드 방식의 경우 샤플, 정글팬서 등 기존의 유통망으로는 소화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밸류를 가진 메이커의 활약으로 인해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낸 해다. 기존 유통 단계에게는 새로운 ‘선주문 후생산’이라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것 또한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이 이뤄낸 순기능이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 트렌드에 대해 신 이사는 ‘덕투일치’라는 단어로 일축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 게임, 콘서트 같은 콘텐츠에 대한 증권형 투자가 활발했다. 로컬 투자 방식 역시 주목할만하다. 지역 기반으로 거주중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역의 상점이나 서비스 등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 투자 참여를 위한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YOLO, 신재생 에너지, 대체에너지 같은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분야 역시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예를들어 코스피는 이미 밸류가 완성된 기업이다. 반면에 와디즈를 통해 출품한 기업은 기존의 비즈니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새로운 밸류의 접근법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예를들어 생리컵 국내 출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지앤모어‘의 경우 기존 재지 회사 입장에서는 반길 이유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사회성 이슈로 인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대표적인 제품이다. 브랜드 파워가 없으면 기존 유통망을 통해 성공하기 어려운 스마트 가구, IoT 기반 서비스의 분야의 펀딩과 스토리텔링이 된 반려견, 푸드 상품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적합한 스타트업은 과연 어떤 기업일까. 신 이사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브랜드 로열티를 넘어서 팬덤으로 가야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 말한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강력한 구속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매개체가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용자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팬(fan) 말이다. 이러한 진성고객을 얻는 가장 강력한 툴이 크라우드 펀딩이라 말한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정도의 결합이 아니라 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강한 니즈를 가진 진성고객을 얻는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크라우드 펀딩에 적합한 기업은 따로 없었다. 단지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기업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크라우드 펀딩의 최적기가 있을까. 예전에는 사업 시작전 자금 확보를 위해 혹은 시제품 상태에서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꽤나 다양해졌다고.
“요즘은 시장 테스트를 위해, 진성팬 확인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이커의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좀더 세분화 다양화된 상태로 펀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영화 ‘재심’의 경우 제작 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지만 ‘판도라’는 마케팅 자금 확보를 위해서였다. 같은 카테고리에도 상황에 따라 펀딩 타이밍이 달라지고 있는게 요즘 추세다.
지난해 마쿠아케를 비롯해 다양한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런 현상에 대한 와디즈의 생각을 물었다. 어떤 형태로 진입할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적극적인 활동은 쉽지 않을거란 의견이었다. 일단 북미권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배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 사용자는 이 부분에 대해 특히 민감한 편이다. 게다가 영업망이 전무하기 때문에 인바운드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국내 기업과 차이점이 발생한다. 메이커 스스로 제품을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데 인바운드 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존재해서다.
홈 어드밴티지도 분명히 존재했다. 일단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체의 경우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글로벌 플레이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게 현실이다.
관련 규제로 인한 제약은 비단 크라우드 펀딩 업계도 피해가기 어려운 숙제다. 일단 천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증권형 투자 상품의 한도는 말 그대로 제약이었다. 금액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이 돈이 투기성으로 가지 않을까라는 기우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 동력으로 만들자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청년창업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분야에 투자한도 역시 적극적으로 완화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 투자자에 대한 보상도 이전보다 늘어나야 할테고요.” 광고에 대한 규제도 강한편이다. 청약 기간에 광고가 안되는 건 완화됐지만 표현이나 매체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많다고.
요즘 가장 핫한 ICO에 대한 생각은 일단 ‘중도’였다. 본질 역시 크라우드 펀딩이 지향하는 본질과 유사하다. 크라우드 펀딩 업계는 제도권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도조차 안할 뿐이라 말한다. 요즘 문제가 되는 암호화폐는 자금 유통 구조도 모르고, 과금도 안되고, 세금 역시 문제다. 크라우드 펀딩 업계에서는 이걸 제도권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일 뿐이다.
만약 규제가 풀린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란 속내도 비쳤다. 순기능도 있겠지만 부작용 예상되기에 기존 제도권 내의 플레이어에 대한 고려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아직은 결정된 게 없는 상태이므로 더 이상의 관련 질문은 무의미했다.
올해는 전년대비 3~4배 성장을 예측할 정도로 크라우드 펀딩 시장 전망이 밝다. 더구나 창업 시장은 메가 트렌드다. 투자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작금의 암호화폐 광풍을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온도차는 기존 제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30세대가 극단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투자 입장에서 본다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자 상품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없어서는 안되지만 계층을 뛰어넘을 투자 방법론은 점점 희박해지는 게 현실인 만큼 그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된 게 바로 코인 열풍으로 비쳐졌을 뿐이다.
극단적인 리스크를 고려해 규제 중심으로 가는건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 같은 제도권 내에서 투자대안으로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다는 의견이었다.
투자 자금이 어느곳으로 흘러가는 게 창업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청년이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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