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이라는 세 글자는 하나의 브랜드다. <1박 2일>을 거쳐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윤식당>과 <알쓸신잡>, <신혼일기>, <신서유기>까지. 나영석 표 혹은 나영석 사단 표 콘텐츠는 믿고 보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콘텐츠는 어떻게 제작됐을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콘텐츠인사이트 명사 특강 나영석 PD가 말하는 제작 비하인드를 전한다.
◇꽃보다 할배, 초심을 잃은 프로그램이었다?=꽃보다 할배는 나PD가 tvN 이적 후 선보인 첫 프로그램이다. 당시 tvN 시청률이 1이 되지 않은 시기였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그가 선보인 건 여행프로그램이었다. 나 PD가 잘하는 분야이면서도 좋아하는 영역이기도 했다.
꽃보다 할배 첫 방송 시청률은 4%를 기록하며 매 회 화제가 됐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네 명의 할배도 물론이지만 짐꾼 이서진도 꽃보다 할배를 이끄는 큰 축 중 하나였다. 그런데 원 기획안에는 짐꾼의 존재는 없었다. 나 PD는 애초부터 할배 4명이 생애 첫 배낭여행을 통해 느끼는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전한다. 여행을 보필해 줄 가이드가 등장하는 순간 본래 기획의도가 훼손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 가이드를 수행해줄 이가 없을 시 여행길이 고생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행을 통한 재미보다 여행지에 도착하는 고행을 담을 가능성이 컸다. 갈등의 순간, 나PD는 결정 기준을 다시금 되새겼다고 전한다. “선생님들이 행복하면 우리들도 행복하다” 여행하는 이가 행복해야 시청자에게도 행복이 전이된다는 믿음이었다.
나 PD는 “프로그램이아 기획을 진행하다보면 변수가 생기고 결정의 순간이 온다. 프로그램 향방을 바꿀 큰 결정을 할 시가가 최소 2-3번 온다”고 말했다.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 결과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는 또 “많은 이들이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사실 초심을 잃은 프로그램이다. 선택은 쉽지 않다. 복잡한 측면이 많지만 초심은 지키되 유연한 선택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서유기는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나 PD에 따르면 신서유기는 애초에 프로그램에 품었던 욕망이 실현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신서유기를 시작하게 된 건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 확인과 중국 시장 공략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방송국이 어마 못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난 뭐 먹고 살지?” 신서유기를 시작할 무렵 나 PD는 당시 방송 플랫폼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전한다. 젊은 세대는 이미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기고 있었다. 아예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골라볼 수 있었다. 신서유기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일종의 사전 예습이었다.
프로그램 명을 신서유기로 정한 건 처음부터 중국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중국 내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외국인이 친근한 소재로 자국을 여행하는 코너는 중국 내 시선을 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인터넷 콘텐츠는 일반적인 콘텐츠 수출보다 문화적 제약이나 법률과 같은 허들이 낮았다. 잘만 풀리면 인터넷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과 중국시장의 가능성, 예능인이 긴 호흡으로 출연하는 콘텐츠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장이었다.
나PD는 “결론적으로 모두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네이버를 통해 공개한 신서유기1은 손해는 보지 않은 콘텐츠였다. 적자는 아니었지만 방송보다 수익이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광고시장이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던 방송과는 달리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국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신서유기 중국판 조회수는 3,000~4,000만 수준. 결코 낮은 수는 아니었지만 소위 대박이라고 할 만한 콘텐츠는 클릭 수 1억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즌2는 인터넷과 본방송을 병행했지만 기대했던 시너지는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았다.
◇B급코드, 터졌다=1박 2일이 국민예능의 성격을 띤다면 신서유기는 시작부터 젊은 층을 공략한 콘텐츠였다. 소위말해 ‘우리끼리 통하는 웃음코드’, B급 정서를 반영했다. 성공으로 보기엔 애매한 그러나 미련이 남은 신서유기는 바로 이 부분에서 터졌다. B급 정서가 도화선이 돼 젊은 층 마니아를 형성했다. 신서유기를 통해 이루고자했던 목적보다는 수단이 되레 호응을 일으킨 것이다.
나 피디는 “이 정도의 지지층이라면 길게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길게 가기 위해서는 젊은 층의 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반영한 것이 바로 ‘강식당’이다. 나 PD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섭하면서도 B급 정서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3일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예능 포맷 新들의 전쟁’을 주제로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콘텐츠 인사이트를 개최했다. 한콘진은 평소 쉽게 만나보기 힘든 거장급 연사를 초청해 그들의 성공 담을 듣는 콘텐츠 인사이트를 매년 2~3차례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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