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넷플릭스, 情走行의 집’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해 한국 이용자의 시청 패턴 데이터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보통 1회부터 마지막편까지 순차적으로 감상하는 걸 정주행이라 부르지만 한국인 특유의 감성인 ‘情’을 동음이의어로 치환해 넷플릭스 다운 센스로 행사명을 만들었다.
일단 지난해 한국 이용자가 가장 많이 넷플릭스를 시청한 날은 10월 9일(한글날)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는 무려 9박 10일에 달하던 추석 연휴의 마지막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정주행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최후의 발악’이었을지 모른다.
‘넷플릭스, 情走行의 집’ 행사는 질의응답 시간이 포함된 발표 세션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 테마로 꾸며진 행사장과 오는 2월 2일 전세계 동시 공개 예정인 ‘알터드 카본’ 테마도 함께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업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칸 영화제 포함 국제 영화제에서 총 7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추천되고 디렉터스컷어워드에서도 5개 부문을 수상한 전력이 있다.
회원의 개별 취향을 파악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경험을 선사하는 콘텐츠 추천 기술 역시 이 자리를 통해 자세히 공개됐다. 일단 추천 알고리즘을 만드는 사람들은 수학에 심취한 ‘덕후’ 기질이 다분한 엔지니어로 구성된다.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이른바 ‘맞춤형 콘텐츠’는 평점, 시청횟수, 기존에 시청한 콘텐츠를 모두 고려해 먼저 취향을 알아낸다. 기본적인 알고리즘은 머신러닝과 대동소이하다. 되도록 많은 이용자가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면 할 수록 이용자의 취향을 알아채기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조금더 수월하다. 이렇게 알아낸 취향을 바탕으로 비슷한 취향의 이용자가 시청하는 콘텐츠와 교차분석을 한다. 취향이 비슷한 다른 이용자가 본 콘텐츠 중에서 빠진걸 추천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취향의 이용자끼리 콘텐츠를 공유하다보니 훨씬 높은 확률로 취향을 꿰뚫을 수 있게 된 것.
이용자 시청 패턴 역시 중요한 요소다. 블랙미러나 나르코스 같은 스릴러물은 친구나 가족이 다 모이지 않더라도 먼저 시청하는 성향이 강한 콘텐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궁금한건 참지 못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마블 아이언 피스트 같은 역션물이나 OA, 미스트 같은 SF 시리즈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정주행했다. 덕후들의 최애 콘텐츠인 만큼 충성도가 높다. 마음의 소리, 빅 마우스 같은 코미디물은 하루에 한편씩 아껴보는 성향을 보였다. 웹툰처럼 콘텐츠를 소모하는 편이다. 기묘한 이야기,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같은 성장드라마는 함께 보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모두 한국 이용자의 시청 패턴이다.
하지만 취향으로만 매칭할 뿐 이외 어떠한 요소도 적용되지는 않는다. 일단 국적, 나이, 인종,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인 부분이 유사하다고 해서 취향까지 유사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내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웃사촌보다 지구 반대편 이름 모를 어떤이가 같은 취향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의 취향은 아르헨티나의 13세 소녀, 아이슬란드의 60대 노인과 비슷한 영화 취향을 갖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넷플릭스는 현재 190여개 국가에서 1억17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하루 1억4000만시간 이상의 영상을 소비한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건 모든 플랫폼의 과제다.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알아채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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