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컴퍼니빌더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생소한 모델이었다.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함께 창업에 참여해 성장시키는 지주회사 모델인 컴퍼니빌더는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사이에서 이단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사를 키우는 회사, 컴퍼니 빌더를 표방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이하 패트아)의 행보는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의 시선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듯 패트아는 설립 5년 만에 공동 설립한 헬로네이처와 푸드플라이를 SK플래닛과 요기요에 차례로 매각하고 2년 연속으로 주주들에게 총 60억 원을 배당하며 컴퍼니빌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타트업 M&A 사례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매년 1~2개의 기업을 직접 발굴하던 패트아는 올해 어떤 사업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패스트파이브 선릉점에서 박지웅 대표를 만나 패트아의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박지웅 대표는 “올해는 새로운 회사를 세우지 않을 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패스트트랙인베스먼트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함께 회사를 키우는 컴퍼니 빌더 역할 대신 투자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털로 돌아선다는 뜻일까.
박 대표는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업 자체가 우리가 해볼 수 있는 하나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며 “컴퍼니 빌드를 하다가 투자 쪽을 새로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벤처캐피털을 처음 하는 곳이라면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듯이 패스트인베스트먼트도 하나의 기업라고 여기고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국내 금융투자업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대중들은 주목하지 않지만 금융투자업은 굉장히 이익률이 좋은 비즈니스라고. 그는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예로 들었다. 박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연 매출이 600억에 영업이익은 300억”이라며”우리가 그동안 모바일, O2O 회사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한투파 같은 성공적인 금융회사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패스트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민간자본으로만 구성된 71억 규모 1호 펀드를 만들고 SW 전문기업 그렙에 첫 번째 투자를 진행했다. 패스트인베스트먼트는 초기 기업당 5,000만 원~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박 대표의 관심은 단순히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머물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바이아웃 펀드 등 다양한 펀드를 구성해 좋은 금융회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10~15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펀드 2개를 추가 구성할 계획도 밝혔다. 총 규모는 약 300~400억 원 정도로 민간자본으로만 구성할 예정이다. 투자 기준은 딱히 없다. 초기 투자는 비정형이기 때문에 창업팀의 스토리, 실행력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투자 결정은 빠르게 내린다는 것이 원칙이다. 선호하는 분야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관심 없어 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단 주변 사람의 소개와 추천을 믿는 편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의식주 중심의 비즈니스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계획도 전했다. 패트아는 스트라입스(남성맞춤셔츠), 소울부스터(여성맞춤속옷), 패스트캠퍼스(성인 교육), 패스트파이브(코워킹스페이스)등 생활 밀접형 비즈니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동안은 의식주와 관련된 서비스 중 온라인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모바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을 해왔지만 이제 그 비즈니스 프레임은 포화상태라고 보고 있어요”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5년전 세운 가설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하는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얘기다.그는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미래 산업에 대한 얘기가 있지만 다가올 미래는 아무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패트아는 이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투자업을 하면서 배우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2년은 금융업에 집중해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패트아 파트너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 하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패스트파이브의 확장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금까지 12호까지 오픈한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6개가 더 생긴다. 지하철 기준으로 서초역부터 삼성역까지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확보하고 강북에도 신설할 예정이다. 패트아는 공유 공간에 대한 관심에 이어 코리빙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 공부 중이지만 아마 시행, 시공사들과 토지개발 단계부터 함께 협업하는 형태가 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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