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취재가 있는 날엔 하루에 보통 서너잔 이상의 음료를 마신다. 보통 미팅을 하거나 마감을 하면서 혹시 근처 지인을 만나면서 마시는 경우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하루에 서너개 이상의 종이컵을 무의식적으로 소모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꿋꿋이 머그컵을 쓰며 ‘환경 지키미’를 자처하고 있지만 사무실 바깥으로만 나오면 어김없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돼 버린것.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반성의 의미로 지난 며칠간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벌어진 이야기다.
1월 30일 오전. 처음 이녀석과 만난날이다. 오후 외근이 잡혀 있어 오전에 사무실에 들렸다가 졸지에 리뷰를 하게되는 영광(?)을 얻었다. 텀블러는 드링크웨어라는 카테고리로 들어가는 아이템이다. 오늘의 주인공 ‘아소부(asobu) 프레시앤고(FRESHnGO)’는 지난 2017년 출시한 제품이다. 제조사는 캐나다의 ADNART라는 곳으로 지난 1998년 설립되어 드링크웨어 관련 제품을 생산해왔다.
1월 30일 오후. 인터뷰 취재가 있어서 가방에 넣고 외근을 나왔다. 사실 ‘BPA free’ 인증을 받은 제품은 환경호르몬 같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내뿜지 않아 굳이 사용전에 씻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사용전에 씻으라고 써 있어 물로 가볍게 본체와 내부를 헹군 상태였다.
그날 저녁 인터뷰 후 곧장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마감 지옥과 함께 가장 먼저 담은 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였다. 주문할 때 머그컵을 내밀며 ‘텀블러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면 환경부담금 300원을 음료값에서 깎아준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2018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이디야, 빽다방 등 프랜차이즈 카페 4곳이 추가돼 오는 3월부터 총 16개 커피,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을 이용할 때 100~3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자는 텀블러 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 주문 대기줄이 길어 ‘사이렌오더’를 이용해 주문을 해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커피를 받자마자 텀블러로 옮겨 담았다. 아소부 텀블러의 용량은 500ml다. 그러니까 커피전문점 기준으로 그란데 사이즈 정도까지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물론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마시기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서다. 아소부는 스테인레스 이중 진공 구조의 용기로 12시간 동안 보온, 보냉이 된다. 또한 BPA free 이외에도 FDA와 SGS 인증을 받았다. 무게는 372g, 두께는 아래쪽은 7cm, 위부분은 약 9cm, 높이는 약 22cm 정도의 크기다.
1/31일 오전. 오늘이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난 오늘도 마감을 해야 하니까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손에는 텀블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미팅 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해 드디어 텀블러를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었는데 가장 궁금했던건 본체 뚜껑 중간에 툭 튀어나온 버튼이다. 알고보니 텀블러 내부에 있는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해 진공 상태로 만드는 버튼이었다. 하염없이 버튼을 누르다 보니 문득 까마득한 학창시절 운동화에 있던 리복 펌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공 기능을 텀블러에 넣은 이유 중 가장 큰 목적은 산화 억제다. 진공보관을 통해 신선도, 맛, 영양소 유지, 변색 방지 같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기자가 그동안 신나게 넣고 다닌 커피 역시 공기와 접촉하면 산패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음료다.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 만든 주스나 스무디 역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과일은 껍질을 벗기는 순간부터 산소와 닿아 산패가 일어난다. 갈변 현상이 대표적인 산패로 인한 증상이다.
텀블러 안을 진공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스나 쉐이크 같은 음료를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에어펌프 푸시 버튼을 12~18회 정도 누르면 된다. 이를 통해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비타민 C는 최대 49% 보존된다.
주스나 쉐이크 같은 음료는 재료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내용물이 침전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패키지에 포함된 믹싱볼은 이럴때 유용하다. 음료를 텀블러에 보관할때 함께 믹싱볼을 넣어두면 내용물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섞을 수 있다. 믹싱볼과 함께 동봉된 빨때 역시 비슷한 용도다. 액체 상태의 음료수와 달리 쉐이크류는 텀블러 채 마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빨대를 이용해 마시는 것이 수월하다. 한가지 문제는 빨대는 믹싱볼과 달리 보관을 위해 따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실때만 꽂아둘 수 있기 때문에 뚜껑을 닫기 위해서는 빨대를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준비한 리뷰는 여기까지다.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도 넣어보고 여러가지 실험을 했겠지만 입춘이 지났음에도 아직 바깥은 추운 겨울이다. 그래서 실제로 에어펌프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일단 내용물을 오래 보관해야 할 정도로 오랫동안 마시는 성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버튼이 올라오는 데 그때마다 다시 눌러 진공 상태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도 보통 정성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신선한 과일 스무디가 들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 한가지. 친환경 소비 확산을 위한 환경부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3월부터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텀블러를 들고 가면 음료 가격을 10% 할인받을 수 있다. 라임, 오렌지, 스모크 세가지 색상중에 고를 수 있으며 가격은 6만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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