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기획/마케팅을 담당하는 남친과 다른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인을 하던 여친이 만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이하영 대표와 공동대표로 있는 그의 반려자인 장나래 이사는 서로 다른 직장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맺어진 인연으로 돌연 퇴사 후 도그메이트(Dogmate) 공동 창업, 결혼이라는 조금은 색다른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중이다.
“P2P 중계 플랫폼에서 근무하면서 반려견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그 당시 여친, 지금은 아내인 공동창업자에게 반려동물을 위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둘이 창업도 하고 결혼까지하게 됐네요.”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두마리의 반려견은 팻샵에서 구입하지 않고 모두 유기견 보호소를 통해 입양한 강아지다. 한번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녀석들인 만큼 아무데나 맡기기란 쉽지 않았다고. 실제 경험을 통해 이런 니즈가 많을거라 생각하고 둘은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헐리웃 영화나 미드에서나 볼법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실제로 반려견을 기르는 업이 아닌 생황인 ‘저런 분들에게 반려견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도 그때 즈음에서다.
사업 초기에는 반려동물을 더이상 애완동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라 인식하는 시기였다. 서비스 오픈전 잠재고객을 찾아보기 위해 애견박람회 같은 곳을 찾아 설문 조사를 통해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나? 적정가격은?”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기존 애견 호텔이나 펫샵에서 하는 서비스 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수치상으로는 국내 전체 가구수의 1/5이 반려 동물을 키울 정도로 시장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 종사자는 총 4단계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첫번째 1세대는 집 밖에서 반려견을 기르던 이른바 ‘흰둥이, 검둥이’ 세대다. 2세대에 접어들면서 반려견은 집 안에서 기르는 소형견으로 점차 바뀌어 간다. 물론 그 당시도 반려견에 대한 상식 보다는 단지 귀여워서 기르던 시절이다. 반려견은 보통 태어나 1, 2달 사이에 입양되는 데 보통 이 시기에 발달하는 사회성이 결여된 상태로 입양되는 바람에 ‘나쁜 강아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3세대는 애완이 아닌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견주다. 반려견을 또하나의 가족이라 생각하는 부류다. 4세대는 반려견 입양전에 상식이나 교육에 대한 니즈와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전에 입양 경험이나 반려견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 견주가 대다수다.
도그메이트의 타깃은 어느정도 반려견에 대한 ‘개념을 탑재’한 3, 4세대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비스 런칭 후 운영해 본 결과 아직까지 이 타깃군이 두텁지 않다는 것. 아직은 미성숙 단계의 시장이란 뜻이다.
서비스나 회사 홍보 보다는 팻시터 사업을 먼저 알리는 게 급선무라 생각하게 된 것도 그 시기였다. 보통 기존 O2O 서비스는 배달, 세탁, 가사도우미 등 기존에 산업으로 존재하던 시장이었던 반면 팻시터는 일종의 품앗이 시장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팻시터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순항중인 비즈니스였다. 기존 서비스를 벤치마크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는데만 꼬박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2015년 6월에 퇴사를 하고 10월 법인 설립, 12월에 서비스를 런칭하기에 이른다.
사실 원래 계획은 2015년 추석 무렵에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비스 개시 하루전 개발자로 영입한 엔지니어가 돌연 문자 한통과 함께 잠적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을 빚게됐다. 자본이 업다보니 팀 빌딩을 할때 코파운더급 엔지니어를 급여보상 보다는 지분보상 방식으로 영입했는데 개발에 부담을 느끼고 서비스 전날 그만둔 것.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다.
“당시 투자는 아니지만 프라이머로 부터 예비 멘토링을 받고 있던 시기였어요. 서비스 시작 시점까지 알려둔 상태였는데 졸지에 공수표를 날린 양치기가 돼 버린거죠. 투자 유치를 못해 구멍난 은행 잔고는 대출을 받아 채우고 외주 개발로 결국 12월에 간신히 오픈했어요”
한가지 다행인건 투자 유치는 못했지만 프라이머와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인연의 끈을 이어간 것이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됐다고 이 대표는 회상했다. 서비스 런칭 이후로도 꾸준히 연락하고 사업 계획을 공유하다 9기 프로그램에 선정돼 시드 투자를 받게된 것. 이 대표가 이어간 ‘인연의 끈’이 이뤄낸 두번째 성과다.
총알이 장전됐으니 그 다음은 꿈에 그리던 개발자를 영입하는거였다. 디캠프, 프라이머, 스트롱벤처스를 통해 후속 투자도 받았다. 그런데 투자금을 마케팅이 아닌 개발비로 쓰다보니 곡간은 금새 비어갔다. 투자 받은지 3개월 만에 바닥이 드러났다.
투자 받은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VC에게 또 손을 벌리기란 쉽지 않았다. 빠른 투자금 소진은 해당 기업을 ‘고위험군’으로 보는 중요한 지표다. 추가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자금 문제가 잘 해결되서 이렇게 마루180에 입주해 맘편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던 순간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재 도그메이트는 9천명 가입자. 누적 매칭 건수는 5천건으로 순항중이다. 직업으로 활동하기엔 아직 수익적인 부분이 안정적이지 않아 적당한 서비스 공급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그래서 아직은 전업으로 하기 보다는 전업 주부나 프리랜서 작업자가 겸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서비스인 만큼 공급자 확보가 중요한 해결 과제이자 핵심지표다.
양쪽의 문제를 중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인 만큼 말 못할 고충도 많았다. 팻시터의 서비스 품질을 위한 정책이나 교육도 어렵고 반려견을 맡기는 견주도 저마다 개성이 다 달라서다. 양쪽 모두가 찰떡궁합으로 맞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한가지 변수는 반려견이다. 자라온 환경과 성격이 저마다 달라 양쪽에서 컨플레인이 일어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예를들어 너무 성격이 괴팍해 팻시터가 캐어를 포기하는 경우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란 말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도그메이트는 현재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50개 지역구를 중심으로 서비스 중이다. 수도권 지역 안정화가 끝나면 부산, 대구, 대전, 제주 지역으로 확장을 목표를 세웠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가고 싶어하지만 관광지는 보통 반려동물 출입이 안되기 때문에 근처에 맡길 수 있는 주요 관광지 위주로 특화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처음 서비스를 런칭할 때만 해도 팻시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에 네이버 검색 광고비가 70원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최저가격이었죠. 팻시터 자체를 시장에서 거의 모르고 안 썼다는 얘기고요” 물론 지금은 키워드 검색 광고비도 1500원으로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아진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달 최고 매출을 냈고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에 계획중인 추가 서비스를 올해 낸 지표를 통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당장 다가오는 구정 같은 연휴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성수기죠. 남들이 안 바쁠 시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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