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재능이나 일손을 공유하는 건 우리의 ‘품앗이’ 문화다.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존재하고 지닌 재주가 제각각이다보니 서로의 능력을 지인끼리 나누면서 살아가는 일종의 공동체 문화였다. 현대화 개인화 되면서 요즘은 이런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품앗이는 O2O 서비스로 진화해 서로의 능력과 시간을 사고파는 산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숨고는 이런 수요를 독특한 입찰 방식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O2O 서비스다. 전문가를 찾아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570가지가 넘는 전국의 고수를 수요자에게 연결하고 있다. 집 정리에 능숙한 생활의 달인도 무술 유단자도 모두 숨고가 연결하는 우리 일상 속 숨은 고수다.
숨고는 ‘숨은 고수’의 줄임말로 지난 2015년 10월 첫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난달 기준 570여개 분야에서 약 10만명의 전문가가 활동하는 인력풀을 보유하고 수요자와 매칭하는 서비스다. 전체이용자는 50만명 정도로 지금까지 100만여건 이상의 견적서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를 매칭하고 있다.
숨고의 이지혜 이사는 “미국에서는 친숙한 서비스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를 위한 소상공인 대상 플랫폼이 전무한 상황에서 포털 검색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O2O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업성을 인정받아 와이콤비네이터를 비롯해 9개의 글로벌 투자사로 부터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서비스 출시 당시에는 개인 레슨 및 과외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레슨, 홈 서비스, 이벤트 플래닝,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건강과 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570가지 분야의 고수를 수요자와 연결 중이다. 570사 서비스와 그와 관련된 서비스 설문 포맷을 통해 의뢰인의 요구사항과 가장 알맞는 고수에게 입찰한 고수 5명 중에 선택 후 의뢰하는 시스템이다.
꾸준히 지원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보다 정확한 견적과 전문가 매칭을 위해 사전 설문조사를 위한 설문지의 고도화는 필수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미 CPC 광고를 거친 고수를 추려서 보여주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율 측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이다. 외뢰인은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무료 비교견적을 받아보고 전문가는 원하는 곳에만 정보를 보낼 수 있으니 ‘타게팅이 가능한 마케팅 플랫폼’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전문가 매칭 플랫폼이지만 모객이나 홍보가 절실한 소상공인에게는 홍보채널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인테리어 업자를 발품 팔지 않고 찾을 수 있고 견적을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비용은 1500원 정도다. 포털 광고 CPC 단가 수준이다. 계약 체결 후 수수료가 없고 의뢰자에게도 별도의 견적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고수의 프로필은 원할때만 노출하는 게 원칙이다. 기본은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다. 프리랜서도 많지만 보통 직장을 가지고 부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물론 전 프로 농구 선수 출신이 직접 가르쳐 주는 농구 교실이나 영어 과외로 시작해 번역이나 통역을 하는 기회를 얻게 돼 적성과 재능을 살려 추가적인 부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숨고를 통해 ‘제 2의 커리어’로 쌓기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케이스다. 기존에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를 일을 숨고를 통해하면서 이중생활을 통한 건전한 일탈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평일엔 기업에서 CS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주말에는 숨고를 통해 볼링 강사로 활동하는 어느 고수의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O2O 서비스지만 반드시 오프라인 상에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설명한 번역 부분이 그렇고 악기나 작곡 같은 분야 역시 전문가가 방문하는데는 공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반대로 이용자가 고수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숨고를 ‘전문가 서비스 매칭 플랫폼’이라 부르는 이유다.
숨고에서 고수로 활동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명 인증을 하고 프로필 등록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고수의 실력 검증이나 평가는 철저히 의뢰인의 몫으로 남겼다.
본인이 남다른 재능의 소유자라면 다른 고수와의 재능 교환으로 또다른 배움을 얻을 기회도 있다. 실제로 숨고 서비스 안에서 고수끼리 크로스로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예를들어 스피치 고수가 발레를 배우고, 헬스 트레이너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경우다.
처음은 레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꽃 배달이나 스튜디오 대여 같은 분야까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집 정리 같은 청소나 인테리어 분야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인테리어 분야는 다양한 작업이 있지만 에폭시 작업, 바닥공사, 인테리어 필름 시공처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가지씩 의뢰하는 편이다.
부동산쪽도 니즈가 있어서 계획중이라고 귀뜸했다. 무엇보다 고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올해는 토털 비즈니스 솔루션을 목표로 홍보/마케팅/모객에 집중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 것이란 목표를 밝혔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무언가를 배우거나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 생기면 반드시 그곳을 찾아가야만 했다. 수영을 배우려면 수영장으로, 꽃꽂이를 배우려면 플로리스트가 있는 곳으로… 그런데 O2O 서비스는 이 모든 일련의 프로세스를 송두리째 바꿔가는 중이다. 그것도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 천천히. 이러다간 매장이나 학원이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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