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은 콘솔용 FPS 게임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3인칭 관찰자 시점인 TPS(Third Person Shooting)와 1인칭 관찰자 시점인 FPS(First Person Shooting)을 섞은 형태. 총을 들고 전투도 하고 근접전에선 무술을 쓰기도 한다. 총기는 다중조준점이라는 특허 기술을 곁들인 총기로 진행하며 근접전에선 전통무예인 택견을 사용한다. 개발사 측은 적군 인공지능 향상을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특허 기술도 이전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적군의 행동 패턴도 달라진다.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온갖 전략전술을 선택해서 즐기는 재미가 있는 셈이다.
이 게임을 개발 중인 곳은 국내 스타트업인 플레이캐슬. 지난 2013년 설립된 이 기업의 기록은 제법 눈길을 끌 만하다. 모바일 게임 시리즈물인 방구석 뽑기왕은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 양쪽을 통틀어 누적 다운로드 횟수 50만을 기록했고 일본, 브라질, 중국 등 해외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2월 15일에는 시리즈 2탄인 길거리 뽑기왕도 선보였다. 2편이 인형 뽑기에 중점을 뒀다면 2편은 캐릭터 시나리오에 더 힘을 줬다.
또 다른 게임인 ‘한글을 무서워하는 악당공룡’의 경우 전국 이마트 문화센터 81곳에서 교육을 실시했고 일본어 버전 출시도 준비 중이다. 플레이캐슬은 그 밖에도 핀볼 RPG, 삼신기열전, 피젯스피너 마스터 같은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 김신우 대표는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2004년 입문해 지금껏 게임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잠시 강의와 사업계획서 작성 업무 같은 걸 대행하던 중 사업 자금 확보와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됐고 결국 2013년 플레이캐슬을 설립했다.
물론 김 대표는 게임 업계에 입문한 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그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모바일 분야는 대기업이 20∼40대 남성 위주 게임을 쏟아내던 상황. 플레이캐슬은 이런 점 때문에 대기업은 개발하지 않는 어린이나 여성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에 나서게 된다.
물론 이런 점에서 보면 서두에 얘기를 꺼내든 스피릿 같은 콘솔용 게임은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김 대표는 이 게임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들고 있다. 콘솔용 게임은 패키지 판매나 게임 다운로드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 B2C 광고나 인앱 결제, B2B 콘텐츠 판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모바일과는 결이 다른 것.
콘솔 게임 시장은 크다. 글로벌 마켓 기준 24조 4,000억 수준이며 국내 시장만 쳐도 2,700억 원대다. 확실한 시장, 기존 모바일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는 점에서 플레이캐슬이 확장하기 좋은 시장으로 본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시장 판매 120만 장, 매출 800억을 목표로 내걸고 스피릿을 개발 중이다.
“스피릿 같은 게임을 처음 만들겠다고 결심한 후에도 특허가 등록될 때까지 외부 노출을 피했어요. 그 탓에 투자자나 VC를 만나서 설득하는 데 어려움도 사실 있었습니다.”
사실 플레이캐슬은 창업 이후 5년 동안 특허를 23건이나 출원해왔다. 이 중 8건은 이미 특허 등록까지 마쳤고 게임에도 적용 중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은 기업인 것. 스피릿의 경우 처음엔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지만 최근에는 코어 부분 개발이 상당히 진척되어 투자자나 VC에게도 게임을 공개하고 있다.
스피릿이 기존 FPS나 TPS와 다른 점을 하나만 보자면 조준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 게임은 FPS든 TPS든 모두 조준점이 하나다. 게임성은 하나같이 비슷한데 시대나 배경만 다른 것이다. 이에 비해 스피릿은 다중조준점 기술을 지원한다. 공중이나 지상 유닛을 동시에 공격한다든지 적군 여러 명을 동시에 타격하고 제압할 수도 있다. 기존 게임보다 훨씬 빠른 진행이나 높은 몰입감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
스피릿은 올 상반기에는 다중조준점 기능을 개발하고 2019년에는 택견 기능까지 더한 정식 콘솔 버전을 선보일 예정. 물론 김 대표는 스피릿이 소규모 개발 인력으로 감당할 규모가 아닌 만큼 자체적으로 시간을 두고 개발하겠다는 전략으로 삼고 동시에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플레이캐슬은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출시한 길거리 뽑기왕 외에도 3월중 원터치 야구 게임인 꿀잼야구를 내놓을 계획이기도 하다.
이렇게 콘솔과 모바일 게임을 동시 개발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기간 중 열린 게임투자마켓에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플레이캐슬은 2년째 이 행사에 참가했다. 게임 관련 VC가 다수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투자로 연결되면 개발 인력을 더 충원해 완성도 높은 게임을 개발하고 해외 특허 관련 비용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김 대표는 “투자 관련해서 (게임투자마켓 참가 이후) 지난해보다 더 많은 VC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자가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스피릿 같은 게임의 시장성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이 많은 만큼 조만간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모바일에 덩치 큰 콘솔 게임까지 조금 버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의 답엔 “멈추지 말라”는 말이 넘친다. “플레이캐슬도 다양한 장르 여러 게임으로 시장에 도전 중이고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어요. 많은 도전은 물론 많은 실패를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사업과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부디 도전을 멈추지 말고 건승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는 “계획은 많지만 당장은 콘솔 버전 스피릿을 완성시키고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김 대표가 말하는 게임의 정의는 “다양한 철학적 요소가 담겼고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다. 게임을 통해 감동을 주고 추억을 쌓게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멈추지 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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