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슬칼럼] 2월초 10년 만에 방문한 중국 선전은 말 그대로 괄목상대였다. 공장과 짝퉁상품이 밀집한 전형적인 제조업 기반의 중국도시에서, 글로벌 IT제품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Tencent, 화웨이, ZTE, DJI(세계1위 드론 기업), BYD(세계1위 전기차 기업)와 같은 중국의 대표기업들을 배출한 중국경제의 심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전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창업의 중심’으로 변신한 점이다. 인구 1190만명(2016년 기준)의 선전은 1000명당 74개의 기업을 보유한 사업의 중심이고, 8.5명당 1명이 창업하는 창업 중심으로 그 자리를 굳히고 있다. 중국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활발한 시도가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는 애칭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실리콘 밸리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창업중심’이 되겠다는 비전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선전이 가진 세계 최고의 제조기반과 창업지원 정책을 감안하면 필자의 눈에는 그 비전이 먼 목표가 아니라 이미 가까운 현실로 보였다. 세계 도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이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한 인큐베이터에서 만난 독일 젊은이는 정규교육을 중퇴한 이력으로 독일에서의 창업이 여의치 않아 스위스에서 창업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자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제품설계와 시제품 생산, 양산을 선전의 액셀러레이터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노라고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요. 여기가 최고에요!”라고 그는 외쳤다. 실제로 선전에는 실리콘 밸리의 자본, 아이디어,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인재에 더하여 아이디어의 서비스화와 제품화를 돕는 탄탄한 열린 생태계가 가동되고 있었다. 창업생태계에 관한한 선전은 이미 우리를 훨씬 앞선 세계의 중심이었다.
“우리 이웃에 있는 이처럼 매력적인 창업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우리 창업기업들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전 방문 전 몇 차례 멘토링하던 창업준비기업이 있었다. 그 팀은 스마트폰 배터리 소진으로 불편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객니즈가 분명했고 그 사업모델도 가능성이 보여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선전의 호텔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선전의 이 서비스는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보편 서비스가 되어 있었고, 여러 면에서 국내 팀의 서비스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당장은 한국시장 일부지역에서 시작할 서비스이니 중국의 유사 서비스가 경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중국의 서비스가 국내로 도입될 수 있으니,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화된 사업모델로 서비스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 대목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이 팀은 과연 고객과 시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한 것인가?” 그리고 “이 서비스 준비를 최선의 방법으로 하고 있나?”
이와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창업자들의 아래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마음을 열어야 고객이 보이고 시장이 보인다.”
내 아이디어와 내 기술에 몰입하다 보면 내 것이 최고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바로 이 대목에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열린 마음은 나를 내려놓고 철저히 고객니즈를 파악하여 가치창출의 근원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집착이다. 내 고객이 누군지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국내시장에 국한되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진정 고객이 불편해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에 따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파악해야 한다. 내가 말하기보다 경청해야 한다. 현재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예측하고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내 서비스나 제품을 구현할 최적의 환경을 찾아라.”
당연히 주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고, 앞서 언급한 독일 창업자처럼 머나먼 곳에 위치한 글로벌 중심까지 문을 두드려야 한다. 단지 기획한 서비스나 제품의 완성과 생산이 목표가 아니고, 경험 많은 이들의 지혜가 더해져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내가 익숙한 내 주변이 아닐 수 있음을 알고 항상 더 나은 환경을 찾는 도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으라.”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션센터, Maker Center, 전문멘토들은 창업기업의 성공을 돕기 위해 역할을 하는 주체들이다. 이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시행착오로 의한 시간과 자원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옛말에 병을 자랑하라고 했다. 내 사업의 고민거리도 공개하여 앞선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언뜻 우리도 선전에 못지않은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창업생태계는 선전의 그것과는 달라야 하고 선전이 갖추지 못한 강점으로 확실히 차별화를 할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으로 던진 내 질문은 “그럼 지금의 선전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온 키워드는 “창의성과 아이디어”였다. 우리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디어에 창의성과 기획력이 두드러지고, 사업을 준비하는 우리의 생각과 관점이 열릴 때, 선전이 자랑하는 창업생태계가 위협이 아니라 우리의 큰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