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의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의는 결과물이 창출되는 건설적인 회의라기 보다는 결정을 미루기 위한 회의 또는 회의를 위한 회의로 변질되기 일쑤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포춘이 선정한 50개 기업이 무의미한 미팅으로 손해보는 비용은 매년 약 750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비효율적인 회의는 큰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다. 스타트업 역시 회의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큰 조직보다 업무 분권화가 불완전하고 직원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 역시 모호한 스타트업에서도 생산적이지 않은 회의는 자주 목격된다. 어떻게 하면 비효율적인 회의를 막을 수 있을까.
페이스북 최고 운영 책임자 세릴 샌드버그는 마크 주커버그의 효율적인 회의 방식으로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언급했다.
1. 회의 참가 인원에게 회의에 필요한 내용을 ‘사전’에 전달 받는다.
2. 회의의 ‘목적’을 정확히 한다.
회의 참석 전 미리 회의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회의의 목적이 토론(Discussion)인지 결정(Make a decision)을 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목적이 확실하다면 미팅이 끝난 후 해당 안건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세릴 샌드버그 역시 회의 전 안건을 모두 노트에 적고, 해결이 될 때마다 지워나가는 전략을 통해 생산적인 회의를 진행한다. 그녀는 모든 안건이 처리되면 안건이 적힌 노트 페이지를 아예 찢어버린다고 한다.
대부분 직원이 누가 참석하는지도 모르는 회의에 불려가서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아틀라시안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하는 직원의 91%는 회의 중 딴 생각을 하며 39%는 회의 도중 잔다고 한다.
아마존의 제프베조스는 사내회의에서 피자 두 판의 원칙을 고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회의에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인원 이상은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이유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회의를 위해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결정은 느려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인원만 선별해 회의에 참석도록 하는 것이다.
안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의 경우 미팅을 주선하기 전에 결정권자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책임이 모호할수록 회의는 길어진다. 민주주의, 만장일치는 듣기에는 좋은말이지만, 회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상하 관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조직문화에서는 결정권자가 없으면 서로의 눈치만 보다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실험을 통해서도 보여진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방안에 서서히 연기를 집어 넣고 얼마나 빨리 화재 신고를 하는지 실험한 결과, 사람이 많을수록 누군가 먼저 움직이기 전까지 신고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가 자욱하게 차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인원이 없는 방일수록 화재 신고의 주기는 빨라졌다. 회의도 같다. 책임이 모호할 때 성과는 낮아진다.
모던미팅의 저자 알피탐파리는 회의에서 결정권자의 리더십은 앞선 실험에서 나타난 방관자 효과의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 결정권자를 정할 때는 반드시 미팅을 들어가기 ‘전’에 정해놓으라고 조언한다. 또 그는 회의의 생산성을 높이고 빠른 결정을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1.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2. 주어진 안건마다 결정을 내려야 할 결정권자는 각각 누구인가
3. 이 회의가 우리가 달성해야할 목표에 크게 기여하는가
회의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자주 계획(Plan), 검토(Review), 업데이트(Update), 토론(Discuss)이란 애매한 단어를 듣는다. 알피탐파리는 이때 무엇을 위한 계획인지 목록을 적는 등의 명료화 작업을 하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또 결정권자를 지정해야한다고 해서 결정권자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결정권자는 결정의 단계를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면되는 것이다.
앞서 제안한 방법들이 우리 회사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조직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서 회의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의 전 간단한 준비만으로도 불필요한 회의의 숫자를 줄이고, 생산적인 미팅을 가능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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