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한국으로 가는 길

[엔슬칼럼] 2017년의 한국의 국민소득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호조와 연말의 급격한 원화 평가절상 등에 힘입어 거의 3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2만 9,00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2018년에는 큰 경제적 충격만 없다면 최초로 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최근 엔화약세로 인당 3만 8,000달러 수준이고 중국이 인당 9,000달러 수준으로 일본과의 격차는 많이 축소되고 있다.

출처=gettyimage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본 대비 산업구조의 견고성, IT인프라, 높은 수준의 창의성 등을 감안할 때 많은 연구 자료는 3~5년 이후에는 난공불락의 고소득국가로 여겨지던 일본을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 부국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나 역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빠른 시일 내에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6·25 전쟁 직후국민소득은 전 세계 최하위권인 인당 GNP 67달러에서 내가 처음 대학을 입학한 1978년도는 4,321달러로 현재 중국 8,500달러의 절반 수준에서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선진국의 상징처럼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보다 우리의 소득수준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벅찬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다.

◇문화 선진국을 향하여!=그런데 선진국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경제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선진 국민이라는 생각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의 중요한 과제인 남북통일을 우리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자괴감과 우리 주위의 주변국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군사적 우위에 있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 등으로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동아시아는 소위 역사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근대사 왜곡 및 독도 영유권 관련 주장 등 인문학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과거 중국의 만주지역인 瀋陽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 가까운 지인이나 동료들이 나를 방문하는 경우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백두산이나, 광개토왕비가 위치한 집안을 자주 방문하여 이 지역이 가지는 민족사적 의미를 곱씹어 보곤 했고 이런 연고로 가까운 지인들은 나를 만주지역 향토사학자로 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새삼 광개토대왕비와 만주의 추억을 거론하는 이유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끔씩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핵심이 되는 아픈 추억이 여기서 발단되기 때문이다. 조선이 서방국가와 처음으로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해가 1882년인데, 일본은 1858년 미국과 수교후 이보다 조금 앞선 1867년 메이지 유신을 통하여 근대화 과정을 밟고 있던 시절이다. 조선은 쇄국에서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한 1883년, 만주의 集安(광개토왕비가 있는 지역)에서는 일본군 스파이로 추정되는 사코우의 광개토왕비 조작 사건으로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야욕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지금도 광개토왕릉이 위치한 집안에 가기 위해서는 만주지역 중심도시인 심양에서 약 5~6시간 이상 소요되는 오지인데 길이 없던 1883년 당시로는 최소 몇 달 이상 걸리는 가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이 같은 험지에 있는 민족혼의 상징인 광개토왕릉의 일부 글자를 변조하여 한반도 남부가 고대부터 일본의 식민지로 존재했었다는 역사조작을 통해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려는 마수를 보인 점은 실로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쇄국을 통한 외국과의 교류 단절이 자주권 보장이라고 믿는 시대착오적 정신이 조선에 팽배하던 시절 일본은 이미 한반도 식민지계획을 다방면으로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비슷한 사례로, 고구려의 자랑스러운 성곽문화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압록강 유역의 천리장성을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명목으로 만리장성의 일부로 둔갑시켜 고구려를 북방의 지역정권으로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하여 만리장성의 출발점이 과거 전통적 기준인 山海關에서 압록강 중류까지로 확대되는 역사왜곡이 자행되고 있다. 나는 최근 중국 山東省에서 과거 장보고가 활약하던 赤山 法華院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장보고(AD ?~ 846)는 중국 唐나라 사람으로 唐나라에서 신라와 교역 활성화를 위해 청해진 대사로 파견하였다는 장보고 관련 기록을 보고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아시아 주역으로서의 한국=OECD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자살율 1위, 인구고령화 속도 1위, 출산율 최하위, 사회투명도 최하위, 여성 사회참여 최하위, 교통사고 사망률 최상위권, 근로시간 2위 등 선진국으로 부르기에는 부끄러운 통계들이 너무 많은데 이 같은 부끄러움도, 많은 경제적 성취와 높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이라는 문화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대부분은 우리의 문화적 성찰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판단된다.

세계무대에서 2015년 싸이 돌풍에 이어 최근 방탄소년단의 활약과 소위 한류 스타로 불리는 많은 대중문화의 아이돌들이 문화 한국의 이미지개선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전문 서적의 평균독서량은 연간 한권에도 미치 못하고, 젊은이들은 독서와 학문보다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대중음악과 모바일 게임에 더욱 열광하는 우리의 현주소는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이 같은 독서량 부족과 학문과 연구 분야에서의 성찰 부족 등으로 인하여 OECD국가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이미 수차례 수상한 노벨상(평화상 제외)의 수상 경험이 우리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2012년 중국의 모옌이 ‘붉은 수수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7에는 일본에서 출생하여 영국으로 이민간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여 일본계로는 역대 3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등 일본은 거의 2~3년에 한 번씩 노벨과학상과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인들의 독서(평균 독서량 월 1권 이상)를 통한 문화적 성찰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학문적 연구와 문화적 성찰을 이룰 때 우리는 주변국과의 소위 역사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 당당한 세계사의 중심으로 요즘 한국이 걱정하는 Korea-passing도 극복하고, 우리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은 물론 우리 민족사의 주역이 되는 경제문화강국인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힘찬 미래를 상상해 본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