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까지 반드시 영어 장벽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는 필요한 순간 발목을 잡았다. 해외에 나가 사람을 만날 때도 선뜻 말을 건네기 어려웠다. 정규과정을 통해 듣고 읽고 쓰기를 반복했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범석 프론티 대표는 직접 부딪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2009년 돌연 뉴욕으로 떠났다.
◇3개월 만에 말문이 트이다=한국말보다 영어가 편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꿈도 영어로 꾸는 시기가 찾아왔다. 비결은 매일 말하기였다. 3개월간 인터네셔널센터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눴다. 마침 인터네셔널센터에는 은퇴한 어르신이 이민자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그야말로 원 없이 이야기 나눴다. 그토록 원하던 영어로. “언어라는게 이거구나 싶었다. 말을 하니까 되더라. 말이 통하니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한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가 만난 일부 유학생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함께 생활하던 유학생 친구는 영어 실력이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말을 못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다. 유학 생활 1년 간 심 대표 친구가 쓴 비용은 1억에 달했다. 심 대표가 파악한 문제는 역시 말하기였다. 친구는 학원에서 서너 시간씩 수업을 들었지만 영어로 나서서 대화하지는 않았다. 커뮤니티 활동도 여전히 한국어로 하고 있었다. 심 대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글로벌 언어 공유 플랫폼 ‘직톡’= 2015년 한국에 돌아온 심 대표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당시 전화영어 같은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화 시간을 맞추기도 번거로울뿐더러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정보를 확인하기도 요원했다. 당시 떠오른 아이디어는 전화영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오는 것이었다. 앱으로 옮겨오면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을 예약하고 대화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나아가 말하고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 직톡은 이렇게 시작됐다.
현재 직톡에서 만나볼 수 있는 언어권은 영어권, 아시아권, 유럽권 등이다. 언어별 원어민과 전문 강를 선택할 수 있다. 자격증이 있는 전문 튜터는 스스로 시간당 비용을 책정하는데 대개 1~2만 원 선이다. 일반 원어민과 대화 시에는 1시간 기준 4,000원 선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누구나 원어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심 대표는 “결국 대화를 해야 말이 는다. 감각을 잃지 않고 계속 영어를 해야 하는 비즈니스맨,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의 경우 부담 없이 언제든지 직톡에서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진행시에는 대화 주제에 따른 콘텐츠가 화면에 제공된다.
처음에는 화상 대화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음성 대화도 가능하다. 심 대표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의 경우 음성대화를 선호하지만 자신감이 붙으면 화상대화로 옮겨간다. 그는 화상대화를 적극 추천한다. 표정이나 제스처 등 비언어적 표현이 함께 나타나면 상대방이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아기가 언어를 배울 때 상대방 입모양이나 표정 등을 보면서 배운다. 실제 얼굴을 보며 말하면 의사소통을 통해 언어를 학습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말하기 듣기 외에도 읽기, 쓰기 또한 가능하다. 직톡 애플리케이션 안에는 SNS처럼 글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교정하기 기능을 통해 원어민이나 전문 튜터가 잘못된 표현을 정정해 주기도 한다.
◇한국어 대표 학습 플랫폼으로=직톡과 일반 언어 학습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는 플랫폼 안에서 누구나 공급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원어민이 모국어 튜터로 활동하면 포인트가 주어지고 포인트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사용할 수 있다. 누구나 언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다국어 지식교환 플랫폼이자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이다.
올해는 한국어로 글로벌 진출에 나선다. 현재 직톡에서 수요가 많은 언어는 영어다. 그 다음은 한국어다. 심 대표는 “한류 붐을 타고 동남아시아, 북미 권 등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어왔다. 그러나 영어처럼 누구나 배우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첫 번째 글로벌 진출 국가다. 태국의 경우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배우는 언어가 한국어로 알려져 있다. 대학입학시험 과목에서 한국어가 채택되기도 하다. 심 대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태국 고객을 끌어들이면 한국어 원어민 뿐 아니라 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의 니즈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이 모일수록 배울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지는 직톡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검색 기능이 추가되는 등 서비스 고도화도 진행된다. 일반 원어민 중 관심사, 지역 별로 대화 상대를 찾고 상황에 적합한 대화가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시도다. 예컨대 의학 등 전문 분야 관련자가 필요한 경우 관련 분야의 원어민을 연결한다. 나아가 대화 관련 주요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과 산업과도 연계해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심 대표는 “직톡이 언어, 나아가 누구든지 지식을 공유하고 경제적인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마존처럼 전 세계 사람이 자신의 지식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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