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미래 신성장동력 마련과 일자리 창출 정책과 직접 맞물리는 건 물론이다. 내수시장이 작으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글로벌 규모로 성공하려면 아이디어 사업화, 자금 지원, 글로벌 전략 등 많은 도움이 필요할 터. 그 중에서도 정부의 스마트한 지원 전략은 필수다.
이런 점에서 올해 2월 문을 연 호주 시드니 스타트업 허브(Sydney Startup Hub, 이하 SSH)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민간 주도 정부 지원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가늠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 다양한 생태계 구성원을 한 곳에=11층 건물(1만 7,000m2)로 이뤄진 SSH는 민간 코워킹스페이스,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정부기관이 한 곳에 있어 협업과 멘토링, 스타트업 행사를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이를 위해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피시버너(Fishburners), 핀테크 중심 스톤앤초크(Stone & Chalk), 하드웨어 중심 탱크스트림(Tank Stream Labs),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중심 스튜디오(The studios) 등 각자 집중 영역이 다른 민간 코워킹스페이스를 빌딩 하나로 모았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모든 걸 관할하는 게 아니라 이들 코워킹스페이스를 재정적으로 지원, 산업별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민간 업체와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고 잘하는 이들이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당 산업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간접 지원을 도모하는 것. 공간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예측과 절감이 가능하고 1층 이벤트 공간과 미팅룸은 SSH 내에 있는 어떤 코워킹스페이스에 있더라도 예약을 할 수 있게 해 리소스 활용도를 높였다.
◇ MS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 유치=마이크로소프트의 스케일업(ScaleUp)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8번째 지역으로 시드니를 선택한다. 미국 시애틀과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도 방갈로르,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에 이어 호주 시드니를 선택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선택에는 시드니 스타트업 생태계와 SSH 오픈이 큰 기여를 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글로벌 헤드 역할에 코워킹스페이스인 피시버너의 임시 CEO였던 애니 파커(Annie Parker)를 지명, 더 돈독한 유대 관계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끝낸 스타트업은 730여 개다. 이들이 후속 투자로 일으킨 금액은 3조 2,000억 원, 미화로 3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로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견줘 이미 성장과 수익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스타트업에 집중, 글로벌 스케일업을 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SSH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케일업 외에도 이미 H2벤처스나 슬링샷(Slingshot), 퓨처 트랜스포트(Future Transport Digital Accelerator), 웨스트팩 퓨얼드(Westpac FUELD) 같은 현지 액셀러레이터도 입점해 있다. 덕분에 각자 타깃 영역 스타트업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스타트업 단계별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 소속감 부여 및 시너지 기대=SSH가 위치한 윈야드(Wynyard) 지역은 서울 종각이나 테헤란로처럼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스타트업의 빠듯한 규모로는 사실 이 지역 사무실을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코워킹스페이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과 미팅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아마존 웹서비스 크레딧, 구글 클라우드 크레딧 등 다양한 멤버 혜택, 네트워킹 이벤트를 활용하는 등 절약 요소가 많다.
지난 2월 오픈데이 주간에는 입점 기업과 정부관계자간 네트워킹 행사가 끊임없이 열렸다. 예를 들어 한 행사(Women in startups, founders, mentors, investors)에는 스타트업 여성이 모여 성공 수기와 필요한 도움 등 다양성 관점에서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모았다. SSH 피치 컨피티션(SSH Pitch Competition)에는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모든 관계자가 함께 참석해 공간을 가득 채웠고 발표를 하지 않은 스타트업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등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SSH에는 4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한 건물에 입점한 상태다. 경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입점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소규모라는 걸 감안하면 이들에게 SSH라는 우산은 상당한 소속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건물에 위치한 ‘Jobs for NSW’와 관련 정부 기관을 통해 보조금과 구인구직, 글로벌 네트워킹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다양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한 곳에 있어 빠른 정보 전달이 이뤄지는 것도 큰 장점. 코워킹스페이스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멤버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 이런 소속감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게 아닐까.
SSH가 문을 연지 1개월이 지난 시점. 입점 스타트업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열정적인 이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 계획하지 않은 놀라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때 정부의 역할은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밑거름이 되어 주는 것이다. 잘하는 민간단체를 돕는 간접 방식과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스마트한 전략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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