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트업 칼럼] 포트폴리오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예술에서 금융 상품까지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흔히 쓰이다 보니 그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포트폴리오의 사전적 의미는 묶음 등을 뜻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백과사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포트폴리오는 서류가방, 자료수집철, 자료 묶음 등을 뜻한다. 자신의 이력이나 경력 또는 실력 등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자신이 만든 작품이나 관련 내용 등을 모아 놓은 자료철 또는 자료 묶음, 작품집으로, 실기와 관련된 경력증명서이다. 자신의 실력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료철이기 때문에 자신의 독창성과 능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출처: 두산대백과 사전]
지식재산권은 대표적으로 기술에 대한 특허권,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권,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으로 구분되며 이들의 묶음을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또는 IP포트폴리오라고 부른다.
백과사전에 나온 포트폴리오의 정의를 지식재산권에 대입해 보니 흥미롭게도 그 정의가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처럼 들어맞는다. 여러 가지 언급하고 싶은 사항이 많지만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나치기 쉬운 원칙에 대해 좀 더 집중해보자.
지식재산권은 자신이 발명하거나 창작한 결과물에 대해 부여 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특허의 경우, 어떤 발명을 완성한 사람은 법적으로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자신이 발명하지 않은 것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다른 사람의 발명을 절취하거나 빼앗아 특허신청 즉 출원을 하게 되면 무권리자의 출원으로서 원칙적으로 거절의 대상이 되며 특허 등록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추후 무효로 될 수 있다.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를 명제를 좀더 확장해 보면,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사업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런 확장적 명제는 사업과 동떨어진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가 개별적으로 가치를 가지기 어려운 창업기업 또는 스타트업의 경우에 특히 유의미하다.
특허를 준비하여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에는 돈과 시간이 든다. 이것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부담이 된다. 필자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상담할 때 특허출원에 비용을 쓰기로 결정하기 전에 실행준비가 완료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사업계획서를 함께 살펴보고, 사업계획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무리하게 특허출원을 하지 않도록 권한다.
출원된 특허 중 3분의 2 이상은 실제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어디를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중에서도 아이디어만 갖고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새로운 SNS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받는다면 아무도 이 특허를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다양한 SNS 방식에 대한 특허가 상당수 존재할 것이고, 특허를 받은 아이디어라도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실제 구현된 SNS 앱을 좋아하고 수백만 명이 이를 쓰게 된다면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에 그 특허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특허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기업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성공한 사업이어야 경쟁자도 따라한다. 따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특허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사업이 성공한 뒤에 비로소 특허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특허의 가치는 사업의 성공에 뒤따르며 기업의 가치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허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신규성과 진보성의 요건을 만족하려면 사업이 공개되어 성공한 뒤에는 안타깝게도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의 확보 속도와 사업의 진행 속도를 현명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시점은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수행할 사업 계획의 수립이 완료된 시점이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많은 출원을 할 필요는 없다.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발명가가 있으며 이들은 발명이 언젠가는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또 발명가로부터 특허 자체를 매입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극히 한정된 분야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문 일이다.
당신의 회사가 표준기술에 관한 특허나 대규모 특허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전략적인 특허 라이선싱 또는 침해소송을 수행하는 특허 주도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가 아닌 이상 1∼2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획득한 특허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 기다리는 것은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백과사전에 나온 포트폴리오의 정의에 지식재산권을 대입해 재정의해 보면 아래와 같은 정의가 나온다.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는 특허, 상표, 디자인의 지식재산권 권리 묶음 등을 뜻한다. 자신의 사업에 대한 이력이나 경력 또는 실력 등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자신이 만든 발명, 디자인, 브랜드 등을 모아 놓은 자료철 또는 자료 묶음, 권리집으로, 사업과 관련된 경력 증명서이다. 사업의 실력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권리집이기 때문에 사업의 독창성과 능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이나 창업기업을 오랫동안 자문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손색없는 정의다. 당신의 회사가 가진 지식재산권 포트폴이오가 위 기준에 부합하는지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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