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말 그대로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기는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짐만 옮기는 행위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사는 생활 터전과 의식주가 이뤄지는 본거지를 옮기는 일이다. 이사를 한다는 건 정신적·육체적 노동이 수반되는 중차대한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집을 찾는 일부터 짐 싸기, 이동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고민과 선택, 노동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극한종합노동(주관100%) 이사를 스타트업 서비스와 함께해봤다.
step1. 내게 맞는 방 찾기 ‘다방·직방’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집 탐색은 다방과 직방 두 플랫폼을 이용했다. 이전 이사 당시에는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부동산을 찾거나 처음부터 발품을 팔아야했다.
이전 이사 경험과는 달리 두 플랫폼은 번거로운 검색 과정을 단번에 줄여준다. 다방과 직방은 맞춤검색 필터, 지역별 전월세 시세 공개, 국내 최초 360도 매물보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도 내에서 매물과 가격대를 확인하고 중개사에게 연락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플랫폼 내 매물과 공인중개사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체감 상 두 서비스 차이는 사용자 환경이었다. 다방의 경우 지도에서 구획별 매물 정보가 보다 상세히 제공되는데 반해 직방은 지역목록보기를 통해 한꺼번에 매물 정보가 보여진다. 선택은 사용자 몫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발품을 줄여준다’다. 하지만 여전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문제와 마주한다. 중개플랫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허위매물 탓이다. 플랫폼에서 좋은 중개사를 만나기는 했지만 “사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예시 매물”이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 다방과 직방은 허위매물 공인중개업소 퇴출 프로젝트 등의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직접 증명해야 할 일이다.
step2. 내가 살고 싶은 ‘오늘의 집’
2014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오늘의 집은 웹과 모바일에서 이용자 1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인과 전문가의 인테리어 정보 원하는 제품군을 한번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스토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테리어 사진 속 태그 된 제품을 바로 구매하거나 특정 제품을 활용한 후기 콘텐츠를 따로 모아볼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유명 인테리어 정보 공유 카페에서 상품과 가격 정보를 알기 위해 일일이 쪽지를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 또한 없다.
이사를 앞두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웠던 건 8할이 오늘의 집 때문이다. 오늘의 집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집에 대한 애착이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집 꾸미기 열정이 샘솟았다. 없던 애착도 끌어 올릴 만큼 취향저격으로 구성된 기획전은 긴 밤은 물론 통장 잔고도 빼앗아버렸다. 인테리어판 인터넷 쇼핑몰처럼 마치 꼭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제품이 산재해있었다. 전문가 집들이와 집들이, 노하우 섹션은 ‘집’이라는 공간에 투자해도 된다는 신념을 확고히 해줬다. 비록 내 집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문제는 이사 후에도 눈팅과 지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step3. ‘미소’가 절로 나오는 깨끗한 집을 위해
홈클리닝 O2O 미소는 2015년 8월 설립 이래 가사도우미, 침대·가전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날짜, 평수 등을 선택하면 별다른 견적을 받을 필요 없이 예약이 완료된다. 평당 1만 900원 정가제를 통해 청소비용이 산출된다. 지난해부터는 이사청소를 시작했다. 가격 산출은 같은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10평 이하 원룸까지는 일정 비용이 청구된다. 결제 카드를 등록하면 예약이 완료되고 청소가 끝나면 등록한 카드로 비용이 자동 결제된다.
확실한 장점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소 예약을 위해 청소견적 플랫폼에서 견적을 의뢰했을 때 업체 다수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까지 알아봤느냐”는 질문이 오가기도 했고 가격은 1~2만원 차이가 나는 선이었지만 정가제인 미소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이었다.
결국 웹 플랫폼과 미소를 동시에 검색한 후 미소를 택했다. 하지만 청소 만족도는 확인할 수 없었다. 부득이 청소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취소 과정은 1:1 상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미소는 채팅 기반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취소도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예약 취소시에는 등록된 카드로 견적비용의 10%가 위약금으로 발생한다는 안내와 함께 취소처리가 진행됐다.
step4. 이제 ‘짐싸’고 이동
이사는 원룸이사 견적비교 서비스 짐싸를 이용했다. 짐싸는 이삿짐 운송을 원하는 고객과 이삿짐 차량을 보유한 기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이삿짐 정보를 입력하면 24시간 내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다. 이사 견적 신청은 가전, 가구, 기타 짐 정보와 짐 형태 등 상세정보, 포장, 반포장 이사유형을 터치 몇 번으로 할 수 있어 매우 간편하게 이뤄진다.
토요일 오후에 신청한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견적서 4건이 도착해있었다. 견적서에는 이동 거리, 수단, 인원 등에 따른 이사 견적 내역이 제시된다. 이 중 기사님의 짐싸 이사 횟수와 전체 리뷰, 별점을 검토한 후 견적서를 선택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견적서에 적은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과거 이삿짐 요청을 하면 기사가 직접 방문해 견적을 내는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편리해졌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사 당일에는 평소 이사 과정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진행됐다. 다만 짐 수량에 있어 조금 의견차이가 있었다. 앱에서 견적서를 작성할 때 잊은 짐이 있거나 실제 짐 양이 생각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리뷰에서 본 것처럼 기사님과 의견 조율 후 추가금을 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거나 충분히 소명하면 된다. 이사 요금은 이사를 마친 후 기사님에게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다. 당시 이사를 함께한 A기사는 “젊은 연령층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이사 중개가 편리해졌지만 부득이 의견차가 발생할 경우 곤란한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서비스 후에는 리뷰 작성을 해야 한다. 별점과 소감, 추가요금 지불여부와 기사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선택해 입력하면 된다. 평소 서비스 이용 후 리뷰 작성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리뷰를 남겼다. 평판 리스크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관리되고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
다음 이사에(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 서비스를 재사용 할지 여부에 대한 대답은 ‘사용한다’에 가깝다. 대체적으로 이사 과정에 따른 번거로움이 줄었다. 견적에 따른 정보 공개, 정가제에 따른 가격 정책으로 가격에 따른 불신도 이전보다는 해소됐다. 리뷰 시스템을 통해 저품질 서비스는 자연도태 되는 현상도 기대할 수 있었다. 기존 이사 서비스는 플랫폼으로의 ‘이사’를 실현하고 있었다.
다만 사용자 신뢰가 유지되기 위한 플랫폼 자체 정책과 실효성 진단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믿을 수 없는 플랫폼에 사용자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플랫폼 유지와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고 확장해 나가야하는 이사 서비스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 그건 다음 이사 때 확인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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