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중 이 기관을 한 번이라도 거치지 않은 스타트업이 있을까. 창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란 미션 아래 운영되고 있는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 말이다. 창업 교육부터, 해외 진출 지원, 스타트업 투자 등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전방위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창진원은 국내 창업생태계에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정부 기관이 대부분 관료주의적인 성격을 가졌듯 창진원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문화와는 어쩐지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민간창업계가 정부 지원 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창업진흥원의 새 원장으로 디캠프 전 센터장이었던 김광현 원장이 부임했다. 기자 출신에 공공기관 경험은 전무한 그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창업진흥원의 수장이 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3년간 민간창업계에서 활동하며 스타트업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김 원장은 창진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창업 정책 효과와 민간의 만족도가 커지기 위해서는 창진원과 같은 공공 부분도 이제는 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창업 문화를 대기업,정부,대학, 지방으로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과 잘 융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가 가장 먼저 내부 조직 문화의 변화에 힘쓰겠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원장은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은 베이비부머이거나 386으로 분류됐던 세대로 과거 권위적인 조직문화, 군대 문화와 ‘까라면 까’라고 말하는 조직에 익숙한 사람들이다”라며”이로 인해 젊은 층과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고 조직원의 사기가 떨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사에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본부장 또는 원장한테도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민간 스타트업 지원 기관처럼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방안을 얘기하는 문화를 창진원내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무작정 민간 창업계의 조직문화를 공공부분에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이 가진 장점은 살리되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은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공공 기관으로 변모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이나 스타트업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진행한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민간창업계와 더 많은 접점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창업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책 자금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고 정책 건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며”창업계 입장을 먼저 생각해 단소리보다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원 방식도 개선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창진원은 그동안 중복사업, 민간 사업 베끼기, 저가 입찰 등 창업 생태계를 흐리는 정책들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민간 창업지원기관에 있으며 창진원의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을 직접 듣고 경험한 김 원장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과 날을 세우는 정책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의 장점은 벤치마킹하겠지만,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정책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자금집행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김 원장은 “이번 정권의 창업 지원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듯 현재 정부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며”이 창업자금이 꼭 필요한 곳에 전해질 수 있도록 엄정하고 공평하게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아직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서별로 설명을 들으며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다”라며”앞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피드백을 수용해 정부와 민간을 잇는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는 초기 창업자에 대한 지원사업이 많이 강화 될 것”이라며”추경안이 국회에서 동과 되면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오픈 바우처’ 정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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