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슬칼럼] 지난 컬럼에 이어서 미술가 얘기를 다시 하고자 한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알베르트 자코메티’(1901~1966) 한국특별전이 4월 15일로 끝났다. 그림을 좋아하는 필자도 이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으니 이번 전시회를 놓치지 않고 관람과 함께 해설을 청취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세계 최고의 조각가로 2015년에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575억원에 낙찰된 조각품인 ‘가리키는 사람’의 작가이고 두 번째 고가인 ‘걸어가는 사람’의 브론즈 에디션 6점 중 하나가 2010년 소더비 런던경매에서 1,158억원에 팔린 엄청난 작가이다. 생전에 피카소도 질투할 정도의 실력자이었고 부를 쌓은 작가이었지만 삐적 마른 인체조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실존주의를 보여주려 했고 죽는 순간까지 작품 제작에 몰두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는 부를 바라고 자기 작품에 매달렸을까? 그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가 생전에 보여주었던 부에 초월한 모습과 인간 본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사고를 통해 새로운 표현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의 가치가 솟아 올랐던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자세와 정신으로 자기의 작품세계를 표현코자 노력한 결과, 기존 표현방식과 다른 새로운 조각의 세계를 제시한 그의 맹렬한 예술혼이 현재 작품으로 남아 있어서 우리들이 눈 호강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애호가들은 – 물론 투자를 기대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 작품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작가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창업가 내지 기업가에게 주는 영감이 떠오르고 결국 당사자가 지닌 사고방식과 이를 표현하는 행동 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비즈니스 세계로 돌아와서 살펴 보면, ‘엘리자베스 홈스’ 라는 미국 여성 창업가가 있다. 2014년에 포츈지 표지에 실릴 정도로 한동안 미국에서 여성 ‘스티브 잡스’라고 칭호를 받을 정도로 그녀의 가치가 엄청 높았다. ‘홈스’는 자주 검은색 터틀넥을 입었다. 금방 알아 볼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항상 따라 다녔다. 그녀는 명문 스탠포드대를 다니다 중퇴를 하고 2003년에 테라노스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3년 전까지 미국 월 가에서 각광받는 벤처 사업가였다. 가끔, 국내 벤처기업내지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꾀할 때, 대부분 실리콘 밸리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야말로 금융의 세계적인 중심지인 월 가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테라노스’ 가 추진하던 사업은 불과 피 몇 방울로 240여 개가 넘는 질병을 진단하게 되는 ‘에디슨’이라는 의료 키트로, 일반적으로 각각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하고 비용도 병에 따라서 일반인들이 부담하기에는 고가일 경우가 많다. 하물며 의료 보험 체계가 한국과 다른 미국에서 – 이를 개혁하고자 오바마 케어를 추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결국은 무산되었다. – 모두가 두 손 들어 환호성을 지를 정도의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것이다. 단지 의료 기술이 발달된 선진국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여러모로 낙후된 저개발 국가들에게 큰 도움을 가져다 줄 기술이니 그 시장성과 스토리에 당연히 실리콘 밸리와 투자가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앞서 얘기했듯이 스탠포드대 화학과를 다니면서 싱가포르 소재 게놈 연구소에서 ‘사스(SARS)’ 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이 경험을 근간으로 약물 전달 패치 특허를 출원하고, 학교를 중퇴한 후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는 바이오 산업에 뛰어 들어 초기 600만불의 투자 자금 받아서 2004년에 본인의 스타트업체를 ‘테라노스’로 변경한 후 2012년 몇 방울의 피로 질병을 진단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이 때부터 승승장구하여 기업가치가 90억 달러로 증가, 30대에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등극하였다. 그 당시 조지 슐츠, 헨리 키신저 같은 유명 인사들을 이사진에 앉혔다. 그야말로 초호화의 인생길이 펼쳐지면서 마크 저커버그의 반열에 올랐지만 ‘테라노스’ 전 직원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15개 질병만 진단하고 나머지는 기존 방법을 사용하여 평가한 결과라는 폭로 기사부터 시작하여 한 순간에 희대의 사기극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 순간에 판박이 같은 한국에서의 사건이 떠오를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판 황우석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녀는 대중이, 언론이 열광할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여러 국내외 언론에서 밝혔듯이 명문 스탠포드대 중퇴, 전공은 화학이며, 소위 스토리 텔링 – 가난한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 으로 사업 본질에 대한 검증보다 외모, 홍보, 시사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렸던 것이다. 스타트업과 벤처에서 가장 앞서 있고 이를 검증할 인재들이 널려 있는 미국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면 새삼 창업가의 기본 자세를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들을 멘토링 또는 자문도 하고, 유망한 업체는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특히, 신기술 관련해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주위에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에 관여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창업 성공률이 지극히 낮은 환경에서 판단 기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창업가와 이와 함께 하는 동료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가진 기술력, 추진력, 혁신성, 끈기 그리고 긍정적 태도 등 기본 소양이 중요해지게 된다. 이 자리에서 윤리나 도덕적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라도 적어도 당장의 금전적 목표를 달성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사고에 건전한 투자가 이루어져 적어도 창업을 도모하는 또는 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앞서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왜냐하면 분명히 그 들 중에 유니콘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며 이들이 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자코메티의 인간 본질을 찾고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과 비젼을 세우고 본인이 추구하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창업자의 자세는 사실 본질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맡은 일을 단순히 물질적인 목표 추구보다 한발 앞선 남과 다른 자세를 견지하면 그래도 그 꿈을 이룰 기회는 많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지금 비즈니스 모델도 정리하여야 하고 지원 사업 신청서도 작성하여야 하니 창업가 정신 교육은 나중에 해도 되고 지금 이게 필요한가요? 예, 필요합니다. 지금 생각 못하면 나중에도 못합니다. 앞으로 키워 나갈 내 스타트업에 중요한 본질입니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매주 수요일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