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우리 삶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보편화 된 사회, ‘블록체인 소사이어티’를 그리는 일은 다가올 미래 변화를 살피는 방법 중 하나다. 다행히 우리 주위에는 금융, 미디어, 행정,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소사이어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 중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문서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블록체인 미디어 소사이어티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을 소개한다.
◇커져가는 전자문서 시장…여전히 존재하는 위협=전자문서는 1975년 PC 등장 이래 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클라우드가 보급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 전반에 나타났다. 병원과 보험사에서 사용하는 전자계약, 의료기관의 전자처방전, 공공기관 전자증명서나 전기세를 비롯한 청구서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 전자문서 시장도 2015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영준 엑스블록시스템즈 CSO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자문서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8%대로 성장할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EDMS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70억 달러로 추정된다. 중국은 2006년부터 전자문서화 정책을 시행해 2013년 기준 중국 중앙 기관의 80%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걸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과기정통부가 올해 41개 기관 72개 과제 중 6개 과제를 골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에서 전자문서 분야 시범서비스를 확대하고 글로벌 전자문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취지다.
전자문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위협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위변조, 악용에 따른 문제다. 2015년 기준 미국에서 발생한 의료기록 해킹 건은 1억 1,200만개. 미국 내 손해액만 우리 돈 약 7조원에 이른다. 변조로 인한 허위보험 청구로 발생한 손실은 전 세계 기준 560조원이다. 변조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인증 서비스, 제 3의 신뢰기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한 전자문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신뢰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이와 함께 식별정보 인식을 위한 절차와 액티브X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조 CSO는 “전자문서 인증과 응용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신뢰성, 진본성, 데이터 무결성 해법 될까=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전자문서 시장에서 안전과 편의를 담보할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조 CSO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 분산원장 시스템은 참여자가 모두 동일한 내용을 수평적인 위치에서 공유하고 강력한 보안 알고리즘으로 위변조 위험을 차단한다. 별도 운영 프로그램이 없는 오픈플랫폼으로 기존 전자문서 시스템에 비해 적응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조 CSO는 스웨덴을 예로 들었다. 스웨덴이 토지대장등록을 기존 직렬 구조로 처리했을 때는 처리방식은 구축에만 3개월을 소요됐다. 기관별 토지문서를 검토하고 전송할 때도 적잖은 시간이 들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토지대장등록에 블록체인을 도입, 관련기관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대장 등록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두바이 정부도 2016년 글로벌 블록체인 의회를 설립하고 정부 전자문서관리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두바이 정부 분석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은 연간 2,500만 시간을 절약시키고 향후 1조 7,000억 원이 절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에서도 전자문서 시장을 개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디지털 자산 보관 플랫폼 팩텀, 스탬프 기반 문서저장 서비스 지엔스 등 전자문서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엑스블록시스템즈 또한 에스톤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를 구축하고 있다. 에스톤 프로젝트는 다차원 구조를 통해 전자문서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을 만들어나가는 시도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의료제증명 서비스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체인의 비대화와 탈중앙화 훼손 등 기존 선형적 블록체인위에서 발생하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에 분 블록체인 바람, 제2의 인터넷 될까=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독자 참여를 유지하는 생태계시스템, 중간 매개자 문제를 해결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크리에이터, 복제 콘텐츠 불법 복제에 관한 근본적 차단, 중앙 집중 시스템의 해제, 블록체인으로 그려내고 있는 미디어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미디어에 미풍일까, 태풍일까.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블록체인과 미디어를 둘러싼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소장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던 15년 전을 되짚었다. 그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는 인터넷의 의미를 몰랐다는 점, 두 번째는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기존 언론 문법에 충실한 점이었다. 철저한 생산자 중심의 사고로 급변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김 소장은 “포털이 플랫폼으로 크는 동안 수많은 언론이 이에 기생하는 모습을 띄게 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기술의 진화, 포털의 성장은 미디어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정 소장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을 예로 들었다. 이전 미디어는 포털 플랫폼 내에서 기자들이 경쟁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아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스스로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쟁의 대상과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이제 우리는 복면을 쓰고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미디어에 어떤 파장을 던질 것인가. 김 소장은 “블록체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뉴스도 쏟아져 내린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미디어관점에서 봐야하는 건 기반에 깔린 기술”이라며 “기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미디어 시장과 문법을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를 봐야한다. 현상보다 더 중요한 건 밑바닥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변화”라고 힘줘 말했다.
◇보도냐 활용이냐, 변화를 바라보는 자세=김 소장은 블록체인과 미디어를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봤다. 참여를 부르는 보상 체계와 새로운 콘텐츠 묶음, 조직의 변화가 그것이다. 흔히 블록체인과 미디어를 이야기할 때 보상체계로 토큰을 이야기하지만 이보다 더 넓게 바라봐야한다는 의견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보상시스템은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다른 곳에 있을 수있다”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보상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존 콘텐츠가 신문 한 부, 방송 프로그램 등 패키지로 유통됐지만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는 기존 시스템이 아예 해체될 수 있다. 대신 개별 콘텐츠를 골라서 소비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조직과도 연결된다.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해체되면서 무게중심은 개인 콘텐츠 생산자로 옮겨간다. 김 소장은 이런점에서 “미래 언론사는 조직은 있지만 개인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MCN이나 로펌 같은 조직으로 변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둘이다. 보도의 대상으로 보는 블록체인과 이를 활용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전자는 ‘블록체인을 함께 키운다’를 모토로 기술트렌드와 규제이슈를 소개하며 블록체인 담론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방향이다. 후자의 경우 조직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 조직 변화와 수익 모델의 진화를 이끄는 역할이다. 김 소장은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과 같이 플랫폼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상의 이면에서 혁신의 주역이 되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소사이어티는 벤처스퀘어와 지디넷코리아, 블록체인 아카데미, 크로스체인 테크놀로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밋업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관련 정보를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밋업은 기술 동향과 어젠다 발표, 스타트업 비즈니스 발표, 관계자 네트워킹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회 밋업에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리처드 정 블록원 파트너, 조영준 엑스블록시스템즈 CSO,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이영환 W3C 블록체인 커뮤니티그룹 의장이 참여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밋업은 글로벌로 확대될 예정이며 제 2회 밋업은 6월 14일 서울창업허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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